부처 갈등에 새우등 터진 게임산업과 이용자

발행일 2011-07-10 11:13:19
원래 법이라는 건 사회 구성원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 존재하는 것 아니던가. 권리에 따르는 의무와 책임 때문에 법이 시민의 행동반경을 제한하기도 하지만, 결국 이 제한 범위도 최대한의 자유와 권리 보장을 위해 존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같은 법이 때로는 기기묘묘한 정치 논리와 맞닿아 대다수 시민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게임업계에서 최근 논란이 가시질 않고 있는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이하 청보법)과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이하 게임법)이 대표적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청보법과 게임법을 둘러싼 정부 부처 간의 갈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두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본회의 통과 이후에 겪은 진통을 따라가다 보면, 해괴한 정치논리와 맞닥뜨리게 된다.


먼저 청보법을 살펴보자. 청보법이 게임업계에서 특히 논란이 된 이유는 청보법이 담고 있는 청소년 게임이용 규제조치, '강제적 셧다운제' 때문이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인권을 침해한다거나 실효성이 없다는 시민단체와 청소년, 게임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같은 강제적 셧다운제는 여성가족부에 권한이 위임된다. 시행령을 준비하는 과정이나 실제 법안이 발효된 이후 강제적 셧다운제를 운용하는 주체는 여성가족부다.

지난 6월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게임법은 또 어떤가. 게임법은 청보법이 명시한 셧다운제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규제사항을 담고 있다. 게임을 이용하려는 국내 사용자는 게임에 가입하는 첫 단계에서 본인인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본인인증은 신용카드 정보나 공인인증서 등 기존 방법을 이용해야 하며, 청소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18세 미만 청소년은 게임에 가입하는 과정이 좀 더 까다롭다. 친권자나 법정 대리인의 동의도 함께 받아야 게임에 가입할 수 있다.

정작 청소년은 신용카드 정보나 공인인증서를 이용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이 외에도 게임법에는 청보법이 담고 있는 강제적 셧다운제와는 별도로 '선택적 셧다운제' 조항이 담겼다.

이 게임법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운용 권한을 가진다. 표면상으로는 여성가족부의 셧다운제를 운용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명시한 법안이지만, 게임법에 대한 시행령 준비와 책임은 문화체육관광부에 있다. 청보법의 강제적 셧다운제와 이를 뒷받침 하는 구체적인 방안이 여성가족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사이좋게 나눠갖게 됐다.

인권 침해나 과잉규제 등 셧다운제를 비롯한 각종 개정안에 쏟아지는 논란은 차치하고서라도, 실제 법이 발효된 이후 얼마나 효율적으로 시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법안을 발의하고 시행해야 한다는 건 상식이 아닌가.


법안이 이렇게 쪼개지게 된 이유는 따로 있다. 본질인 '게임'과는 무관한 정치논리, 부처간 밥그릇 싸움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게임법에는 오토프로그램 금지, 오픈마켓법을 비롯해 셧다운제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었다. 하지만 게임법이 국회 회의 과정에서 셧다운제는 빠지고 나머지 조항들만 통과됐다. 셧다운제에 대해선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조항은 사라지게 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셧다운제가 빠지는 동안 여성가족부의 청보법에 담긴 셧다운제는 지난 4월 말, 법사위와 국회 본회의를 무사통과했다. 여성가족부가 셧다운제를 강하게 주장한 이유도 있었지만 유권자, 특히 청소년 자녀를 둔 학부모 지지층을 등에 업어 힘을 받은 까닭이다.

애당초, 여성가족부가 주장하는 강제적 셧다운제 말고 선택적 셧다운제를 고집해 왔던 문화체육관광부는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을 통해 구체적인 조항 마련에 들어갔다.

그때가 4월 이후였으니, 문화체육관광부가 직접 법안을 발의하기엔 늦은 시기다. 정부부처가 입법안을 제시하면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 국무회의 심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국회의원이 직접 발의하는 의원입법은 이 같은 과정 없이 몇 장의 동의서만 받으면 회의에 올라갈 수 있다.

결국, 지난 4월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여성가족부의 청보법과 병합 심사를 거쳐 지난 6월30일, 문화체육관광부의 게임법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성가족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게임산업 규제 법안을 나눠갖게 된 배경이다.

국회 관계자는 "여성가족부가 게임산업을 규제할 모든 권한을 갖게 되면 우리나라 게임 산업은 완전히 망하게 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이 관계자는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산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생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게임을 바라보는 두 부처 간 시각차가 분명하다.

이 관계자는 게임법에 대한 시행령도 아직 나와 있지 않은 상황이라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게임 산업을 규제하고, 보호할지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게임산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시행령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라고만 전했다.

여성가족부의 청보법과 문화체육관광부의 게임법, 한 토막 정치희극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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