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고르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사용자 환경(UI)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직관적이고 사용하기 쉬운 UI는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데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이용해 스마트폰을 만드는 제조업체의 고민은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안드로이드를 탑재하는 경쟁사의 스마트폰들과 어떻게 차별화를 꾀할 것인가.

제조사별 UI도 여럿이다. 삼성전자 '터치위즈', LG전자 '옵티머스', HTC '센스' 등 UI별로 이름도 다르고 창의적인 기능도 덧붙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출시한 '갤럭시S2'에서 '모션줌'이라는 기능을 추가했다. 스마트폰을 기울여 화면을 줌·줌아웃하는 기능이다. HTC의 센스 UI는 3.0 버전부터 기본 화면을 입체적으로 구성했다는 점과 화려한 날씨 애니메이션을 제공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팬택계열의 스마트폰도 팬택만의 고유 UI가 있다. 이름은 '이지UX'다. 이지UX는 안드로이드를 독특하게 꾸몄다. 단순히 리스트로 나열되는 기존 안드로이드 메뉴화면 대신 버튼 형식으로 보기 쉽게 만들었고,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글꼴을 내려받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다양한 글꼴을 지원한다. 팬택의 스카이 계열 피처폰이 연상되는 부분이다.

팬택만의 이 같은 UI는 어떤 전략으로 탄생한 것일까. 이응준 팬택계열 국내상품기획팀 상무를 만나 팬택의 스마트폰 전략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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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 안드로이드 고유의 UI를 가져갈 것이냐, 아니면 국내 제조사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우리만의 UI를 가져갈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안드로이드의 기본 UI가 다소 기계적이라면, 후자는 감성적인 UI라고 할 수 있죠."

스마트폰 사업 초기, UI 전략은 팬택의 가장 큰 고민이었다. 스마트폰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기계를 사용자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팬택이 고심했던 부분이다. 팬택은 '스마트폰을 잘 모르는 사용자도 쉽게 쓸 수 있도록 하자'는 목표를 내걸었다.

팬택 스마트폰의 UI를 보면 아이콘부터 메뉴 화면까지, 국내 개발자의 손이 닿았음을 알 수 있다. 기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지원하는 기본 앱 아이콘 대신,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아이콘들로 채워졌다. 가장 다른 부분은 설정이나 기타 메뉴 화면이다. 검은 바탕에 글씨 뿐이었던 안드로이드 설정 화면 대신, 큼지막한 버튼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버튼에는 설정할 수 있는 하위 메뉴를 연상할 수 있도록 간단한 설명이 쓰여 있다. 키보드 설정을 바꾸기 위해 설정 화면을 헤맬 필요 없이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했다. 사용자 입맛에 따라 글꼴을 바꿀 수 있는 등 소소한 기능은 덤이다.

"팬택은 기존 스카이 피처폰 제품군에서 강점으로 손꼽혔던 부분인 감성적인 사용자 환경을 스마트폰에도 적용하자고 결정했습니다. 사용자 환경에 있어서 리눅스나 윈도우 같은 컴퓨터공학적인 부분을 줄이고, 기존 폰의 감성을 스마트폰에도 그대로 가져가자고 판단한 것이죠. 그렇게 하는 게 기존 피처폰의 사용자 경험을 유지해 나갈 수 있고, 스마트폰을 처음 접하는 사용자들도 쉽게 익숙해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의 이용 특성도 팬택 UI에 영향을 미쳤다. 이응준 상무는 "국내 사용자에게 스마트폰은 멀티 디바이스라는 측면보다는 전화기 측면이 더 강하다"라고 설명했다. 팬택의 기존 스카이 피처폰에서 볼 수 있었던 기능을 팬택 이지UX로 끌고 온 이유다.

팬택의 이 같은 전략은 통했다. 팬택 스마트폰의 판매량이 이를 말해준다. 팬택은 2011년 상반기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14% 수준의 점유율을 보이며 17% 내외를 기록한 2위 업체와의 격차를 줄였다. 특히, 지난 5월 출시한 팬택 '베가 레이서'가 효자 노릇을 했다. 베가 레이서는 6월 한 달 동안 28만대가 팔려나갔다.

"사용자를 대상으로 자체 집계하는 정기 조사 결과나 다양한 평가 결과에서도 팬택 UI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스마트폰 입지를 넓힐 수 있었던 이유도 얼리어답터를 위한 UI가 아니라 비 전문 사용자를 위한 UI 전략이 도움됐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팬택은 한 걸은 더 내디뎠다. 베가 레이서부터는 사용자의 기본적인 욕구를 넘어 사용자의 숨겨져 있던 요구를 UI에 적극적으로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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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의 기본 바탕화면에 각기 다른 그림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한 점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할 때 옆 사람이 화면을 볼 수 없도록 가려주는 '시크릿 뷰' 기능이 대표적이다. 아이콘을 크게 보여주는 자동차 모드는 운전자를 위한 기능이다.

팬택은 베가 레이서 출시를 시작으로 제품군 확대도 꾀하고 있다. 5인치 스마트폰 '베가 넘버5'가 이달 내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태블릿폰'이라는 새로운 영역이다.

지난해 말 국내에 출시됐던 5인치 스마트폰 '델 스트릭'은 실패를 맛봤다. 5인치 스마트폰이 국내 시장에서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팬택도 5인치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도전'이라고 표현했다.

이응준 상무는 "국내에서 태블릿 크기의 모바일 기기는 해외만큼 큰 시장은 아니므로, 4.3인치 이하 크기 스마트폰만큼 판매를 기대하기에는 어렵다"라고 밝혔다. 이응준 상무는 이어서 "다른 업체들의 태블릿 제품도 실제 목표했던 판매량의 절반 이하를 파는데 그치지 않았느냐?"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도 이응준 상무는 베가 넘버5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팬택의 사전 시장조사에서 수요층을 찾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이동성과 태블릿 PC의 큰 화면을 모두 원하는 이들이다. 하지만 수요층의 요구가 혼합된 만큼 위험 요소도 있다. 사용자층이 한정돼 있다는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가능성과 위험성을 모두 갖고 있는 셈이다.

이응준 상무는 "팬택의 독특한 UI나, 학생들을 위한 인터넷 강의, E북 솔루션, 3D 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사용자를 위한 장치들이 마련돼 있다"라며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의 교집합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모바일 기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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