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현장에서 소셜쇼핑 업체 간 경쟁은 치열하다. SNS로도 이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진 건 아니었지만, 갓 태어난 젊은 벤처끼리 오붓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본 일은 없다. 냉혹한 싸움의 법칙이 있는 곳일지라도 SNS는 부드럽게 운영하기 마련인데 말이다. 소셜쇼핑 업체의 SNS 담당자는 서로 어떻게 바라보고 교류하는지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참가 업체는 티켓몬스터와 그루폰코리아였다. 공교롭게도 지난 한 주 매각설의 중심에 있던 업체들이다.



  • 장소: 티켓몬스터 회의실

  • 참가자: 김일라 그루폰코리아 홍보 팀장, 김초희 그루폰코리아 브랜드마케팅 팀원, 윤서한 티켓몬스터 커뮤니케이션팀 과장 진영길 티켓몬스터 커뮤니케이션팀 팀장, 정보라 블로터닷넷 기자



Round 1. 탐색전

알고보니 그루폰코리아와 티몬 SNS 담당자가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홍보팀장끼리도 일면식이 없다고 하니, 그간의 경쟁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알만하다.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다들 자리에 앉았다.

윤서한 과장은 티켓몬스터의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관리를 도맡고, 진영길 팀장이 총괄한다. 김초희 씨는그루폰코리아의 SNS담당자 7명 중 한 명으로, 블로그 관리를 주로 맡고 있다. 김일라 팀장은 그루폰코리아의 모든 SNS 채널을 총괄한다.

탐색전이 시작됐다. 조심스럽게 그간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다. 어색함을 이기고 질문을 주고받다 보니, 티몬은 ‘티몬보이’라는 이름으로 혼자서 모든 채널을 관리하고, 그루폰코리아는 직원 7명이 ‘미스G’라는 이름으로 운영한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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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mon_grouponkr_sns

(왼쪽 앞부터 시계방향)윤서한 티켓몬스터 커뮤니케이션팀 과장, 진영길 티켓몬스터 커뮤니케이션팀 팀장, 김일라 그루폰코리아 홍보팀장, 김초희 그루폰코리아 브랜드마케팅 팀원


윤서한 오늘 미스G가 온다고 들었는데 김초희씨가 그루폰코리아 페이스북 페이지의 관리자, ‘미스G’인가?

김초희 7명의 미스G 중 하나다. 그루폰코리아는 ‘미스G’라는 가상 인물을 만들었다. 티몬은 우리와 다르게 운영하고 있나? 사실 윤서한라는 이름으로 여러 명이 글을 올리는 것인지, 1명이 혼자 다 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윤서한 티몬보이는 나 하나다. 우리는 나 혼자서 모든 채널을 관리하고 있다. 그루폰코리아는 티몬의 SNS 계정을 구독하고 있는가?

김초희 그루폰코리아의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티몬 계정을 모두 구독하고 있다.

윤서한 당연한 일이지만, 고마운 마음이 든다. 티몬은 그루폰코리아 트위터 계정은 구독하지만, 페이스북 페이지는 내 개인 계정으로 구독해 읽고 있다. 그루폰코리아의 블로그도 물론 수시로 읽는다.

김일라 티몬은 트위터 팔로워가 많다.

윤서한 업체 중 가장 오래 해서 그런 것 같다. 참고로 말하자면 1만3천명이 넘는다.

대화는 블로그 글감은 어디서 얻느냐라는 이야기로까지 이어졌다. 취재는 직접하는지, 부서에 블로그 포스트를 위해 찾아가면 반응은 어떤지 등 점차 논의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SNS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직접 묻기는 어려운 눈치였다.

Round 2. SNS 운영 노하우, 주거니 받거니

티켓몬스터와 그루폰코리아 스스로 ‘소셜’을 넣어 부른다. 티몬은 ‘1등 소셜커머스’이고 그루폰코리아는 ‘소셜커머스의 원조’로 말이다. 과연 그들이 말하는 ‘소셜’하다라는 무엇일까. 신현성 티몬 대표와 황희승 그루폰코리아 대표 모두, SNS는 웹사이트 트래픽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것만 두고 보면 소셜쇼핑에 SNS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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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mon_grouponkr_sns_talk

정보라 두 회사는 왜 SNS를 운영하는가? SNS를 운영해 무엇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지 궁금하다.

김초희 그루폰코리아의 SNS 지향점은 소비자를 많이 모으는 것이다. SNS에서 여러 이용자와 친근하게 이야기를 나누면, 우리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좋아요’하지 않고, 트위터를 팔로우하지 않는 이용자도 우리를 궁금해할 것이다. 어떤 곳이길래 저렇게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누나 하고 말이다. 자연스럽게 우리가 파는 상품인 쿠폰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진영길 그렇다고 회사에서는 SNS가 곧장 매출을 올려주길 바라는 것 같진 않다. 우리는 매일 올라오는 쿠폰 정보를 콘텐츠로 삼아, 사람들을 티몬 사이트로 끌어오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SNS만이 소셜의 전부는 아니다. 할인 쿠폰을 핑계로 마주앉아 이야기하는 기회가 한 번이라도 더 만들지 않나. 한 번 만날 친구를 두 번 만나게 되고, 연인이 더 자주 만나며 관계를 더 긴밀하게 이어갈 수 있다.

정보라 SNS 담당자가 딜 정보를 올리는 건, 매출 신장을 위한 게 맞는 것 아닌가.

진영길 딜 정보는 SNS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이야깃거리다. 하루에 올라오는 쿠폰이 많아지면서 우리가 2차 MD 역할을 대신해, 쿠폰을 소개하기도 한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엔 라면이 당기네요”라며 딜 정보를 이야기로 꺼낼 수 있다.

윤서한 소셜쇼핑 회사의 SNS 담당자는 업주와 내부직원, 고객의 이해관계를 잘 충족해야 한다. 고객은 상품 정보를 원하고, 업주는 자기 상점과 상품이 한 번이라도 더 노출되길 원한다. 영업사원은 자신이 진행한 쿠폰이 잘 팔리길 원한다. 그런 절충적인 츨면에서 딜 정보를 SNS를 통해 알리고 있다.

김일라 우리도 딜 정보는 SNS 채널에서 소개하지만, 되도록 많이 하지 않으려 한다. 일단은 딜 정보는 SNS보다 바로 결제가 이루어지는 웹페이지나 모바일앱 등에서 보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SNS로는 그루폰이 소셜쇼핑 업체라는 걸 알리고, 라이프스타일을 판매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정보라 두 회사 모두 SNS에 대해 거창하게 이야기했지만, 소비자와 이용자에게 다가갈 때는 상당히 말랑말랑한 이야기를 주로 한다.

진영길 SNS는 결국 사람이다. 회사를 두고는 대화가 안 된다. 그래서 티몬은 ‘윤서한’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다. 남성이라는 성별까지 넣어 진짜 사람과 대화한다는 느낌을 주려고 했다. 물론, 진짜 사람이 운영하는 건 맞다.

정보라 사람이 한다는 느낌을 강조하다 보면 실수할 수도 있지 않나. 얼마 전 티몬 매각설 관련한 기사가 나왔을 때, 윤서한이 사실 무근이라고 트윗을 작성했다 삭제한 일도 있었다.

윤서한 그때는 의욕이 앞섰다. 그 일로 책임을 절감하고, 실무진의 애드리브가 회사에 큰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깨달았다. 사실 SNS 채널도 PR의 한 영역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정보라 생각해보면 SNS 담당자는 홍보, 마케팅 팀과 떨어져 있어서는 안 되겠다. 특히나 소셜쇼핑 소비자는 빠른 대응을 원하고, 업체의 상황은 시시각각 변화한다.

김일라 SNS 담당자는 홍보나 마케팅팀과 자리가 가깝지 않으면 안 된다. 빨리 반응하는 게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입장과 같은 부분은 빨리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 CS에 관한 내용이나 공지사항 등은 트위터로 가장 먼저 알리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SNS 담당하는 마케팅 팀과 홍보팀이 모여있고, 황희승 대표는 내 바로 옆 책상을 쓰고 있다.

윤서한 티몬도 홍보팀과 마케팅팀이 한 공간에 모여있다. 대표실에서는 우리가 목소리를 높이면 다 들릴 것이다.

Round 3. SNS에서는 경쟁보다 칭찬이 제격

그루폰코리아와 티몬의 SNS 담당자는 처음에는 서로의 SNS에 대한 생각을 알아내고, 운영 현황을 파악하느라 탐색전을 벌였다. 이내 SNS 담당자로서의 고민을 나누고, 후하게 상대방을 칭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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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mon_grouponkr_sns_happy

정보라 어렵겠지만, 서로 배울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우선 차이점만 두고 보자면, 그루폰코리아 페이스북 페이지는 소규모 커뮤니티 성격이 강하고, 티몬은 이벤트와 딜 정보를 알차게 올린다. 블로그에서는 또 다르다. 티몬 블로그가 사내 부서나 동아리를 친근하게 소개하는 반면, 그루폰코리아는 딜 정보를 쌓아서 보여준다.

윤서한 그루폰코리아의 SNS 채널 중에는 페이스북이 제일 눈에 띄인다. 미스G의 회사 생활을 사진으로 올리고 이걸 소규모 이벤트로 잘 활용한다. 최근에는 마우스 패드 하나 선물한다고 했는데도 댓글이 많이 달린 걸 봤다. 그런 호응을 끌어낸다는 것 자체가 괜찮은 이벤트이고, 괜찮은 시도였다. 사람들이 그루폰코리아를 좋아한다는 걸 드러내게 하고, 직접 방문하게 했다. 그렇게 열성적인 고객에게 하나의 추억을 드린 건 상당히 좋았다.

김일라 티몬은 페이스북 페이지에 퀴즈를 올리는 게 좋다. 다음 날 어떤 딜이 올라올지 퀴즈를 내는 게 SNS 쪽으론 좋은 방법인 것 같다. 하지만 이미 티몬이 하고 있어 우린 할 수 없게 되어서 아쉽다. 그래도 12시만 되면 티몬 딜을 궁금하게 만든 건 좋은 아이디어다.

진영길 그루폰코리아는 블로그에 딜을 계속 올리는 건 영업팀의 요구 때문인지 궁금하다.

김초희 자료의 성격이다. 하루에 인상 깊은 딜을 한두 개를 블로그에 모은다는 성격이다. 특이한 건 블로그에 올리는 게 매출로 이어지기도 한다.

윤서한 티몬은 내가 좋아하는 딜을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올리고 가끔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용자들의 이벤트 참여율이 높으면 매출에도 좋은 영향을 미쳤다. 나중에는 이벤트 상품을 들고 와 이벤트를 진행해달라고 요청한 팀도 있다.

정보라 말씀 들어보니 SNS를 총괄하는 두 팀장보다 실무진은 일을 상당히 즐기는 것 같다.

김일라 그게 SNS 운영의 핵심이다. 실무진이 SNS에 관심이 많아 위에서 특별히 시키지 않아도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 그루폰코리아의 SNS 담당자 중 한 직원은 외신도 챙겨 볼 정도인데 구글 플러스도 관리하자고 제안했다.

진영길 윤서한 과장은 주말에도 여자친구와 있다가도 글을 올린다. SNS 이용자와 소통하고 반응을 받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걸로 보여 좋다.

어색하게 시작한 자리였지만, 훈훈한 칭찬으로 마무리했다. 이날 그루폰코리아에서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만우절에 그루폰코리아 블로그에 티몬 딜을 올리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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