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애플의 벽은 높았다. 팜 인수 후 ‘터치패드’를 출시하며 태블릿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던 HP가 사실상 해당 사업을 포기했다.

8월 18일(현지기준) 레오 아포테커 HP 최고경영자는 컨퍼런스 콜을 통해 “태블릿 터치패드의 판매가 신통치 않았다”며 “HP는 태블릿과 웹OS를 사용하는 스마트폰 사업을 접겠다”고 밝혔다.

터치패드가 출시된 지 2개월 만에 관련사업을 HP가 다 정리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HP는 터치패드 가격 인하를 발표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보였다. 갑자기 발표된 급작스런 소식에 블룸버그를 비롯 현지 외신들은 일제히 놀란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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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o-apotheker-hp_500

블룸버그는 “HP전체 매출에서 웹OS와 태블릿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렇게 높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갑자기 사업을 정리할 줄은 몰랐다”고 전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아포테커 최고 경영자가 HP를 지휘할 능력을 잃었다”며 HP의 모바일 사업 철수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현지 언론의 이런 시선에도 불구하고 아포테커 최고경영자는 이날 컨퍼런스 콜에서 “치열한 경쟁 속에서 HP가 모바일 사업을 계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앞으로 웹OS의 가치를 어떻게 살릴 것인지와 관련해 모바일 사업의 분사나 매각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입장을 번복할 생각이 없음을 보여줬다.

이날 HP의 깜짝 발표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IBM, 델과 함께 PC사업의 전성기를 열었던 HP가 PC사업도 분사하겠다고 발표한 것.

PC사업은 HP전체 매출의 약 30%를 차지할 정도로 굉장히 중요한 사업이다. 그러나 아포테커 회장은 컨퍼런스 콜에서 “매우 어려운 결정이였지만, 이번 PC사업 분사를 통해 HP는 앞으로 더 크게 성장하고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포테커 최고경영자는 “단, 프린터와 스토리지 디바이스, 네트워킹 장비 등은 분사되지 않고 잔류한다”고 덧붙였다.

HP의 PC사업 분사라는 엄청난 소식에 뉴욕타임즈는 “HP가 2002년 컴팩을 인수하면서 세계 최대 PC회사가 됐다”며 “이후 태블릿 등 다양한 모바일 기기가 성장하면서 PC 매출이 떨어졌고, 이에 결국 아포테커가 부담을 느껴 PC사업 분사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뉴욕타임즈는 "결국 HP의 이번 발표는 새로운 성장 활로를 찾기 위해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며 "오노토미 인수를 통한 소프트웨어 부분 성장으로 HP 경쟁력을 강화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날 HP는 모바일 사업 포기와 PC사업부문 분사 외에 보도자료를 내고 “데이터베이스 검색 프로그램 소프트웨어업체로 유명한 오토노미를 인수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오토노미는 영국 2위 소프트웨어업체로 코카콜라, 미국증권거래위원(SEC) 등을 주 고객으로 갖고 있다. HP가 오토노미를 인수할 경우 HP의 소프트웨어 서비스 사업의 매우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HP는 오토토미를 인수하기 위해 주당 42.11달러의 가격을 제안했다.

하드웨어 사업은 정리하면서 소프트웨어 사업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한편,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아포테커 회장 취임 후 강도 높은 조직 개편에도 불구하고 결국 엄청난 구조조정을 맞이한 HP에 대해 래리 엘리슨 오라클 최고경영자와 마크 허드 전 HP 최고경영자는 웃음짓고 있을지 모르겠다"고 전하며 "아포테커 최고경영자가 이 위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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