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태블릿 PC에 설치된 윈도우8에서는 기존 x86 기반 소프트웨어를 구동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스티븐 시놉스키 MS 윈도우 부문 총괄 부사장은 "윈도우8은 태블릿 PC와 PC 사이에서 완벽하게 호환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ARM SoC에 설치된 윈도우8에서 기존 x86 기반 소프트웨어를 이용하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따로 개발해야 한다는 뜻이다. PC와 태블릿 PC를 동시에 지원하는 운영체제라는 장점이 힘을 잃을 우려가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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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시놉스키 부사장은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된 것에 대해 태블릿 PC의 배터리 성능을 꼽았다. x86 기반 소프트웨어를 태블릿 PC에서 이용할 경우 태블릿 PC의 배터리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x86 소프트웨어가 가진 보안 문제도 ARM SoC와 x86 시스템 사이에 소프트웨어 호환성을 포기한 이유다. x86 소프트웨어를 태블릿 PC에서 이용하면 기존 윈도우에서와 마찬가지로 바이러스나 기타 악성코의 공격에 무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스티브 호튼 퀄컴 소프트웨어 제품 관리 부문 책임자도 x86과 SoC 시스템 사이의 소프트웨어 정책에 관해 언급했다. 스티브 호튼 책임자는 '빌드 컨퍼런스 2011' 행사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8을 x86(32비트)과 x64(64비트), ARM으로 각각 개발하는 길을 선택했다"라고 밝혔다. 스티브 호튼 책임자의 설명은 윈도우8이 설치되는 하드웨어 종류에 따라 다른 버전의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시켜준다.

MS는 윈도우8이 PC나 노트북으로 대표되는 기존 x86 기반 시스템뿐 아니라 태블릿 PC 등에 이용되는 ARM 기반 SoC 시스템에서도 동시에 구동된다는 점을 크게 내세웠다. 사용자도 윈도우8이 PC와 태블릿 PC의 경계를 허물고 디지털 기기 운영체제에 새 장을 열 것이라고 기대했다. 윈도우8이 설치된 기기라면 PC, 태블릿 PC를 가리지 않고 어떤 작업이든 끊김 없이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빌드 컨퍼런스가 열리는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센터에는 엔비디아가 올해 연말 출시할 예정인 쿼드코어 칼엘(Kal-El)과 퀄컴 1.5GHz 스냅드래곤 8960, 텍사스 인스트루먼츠의 듀얼코어 1.8GHz OMAP5 모바일 프로세서가 탑재된 태블릿 PC에 윈도우8을 설치해 전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존 x86 소프트웨어가 태블릿 PC에 설치된 윈도우8에서는 이용할 수 없다는 사실은 이 같은 기대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보인다.

명령 체계가 다른 컴퓨터에서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는 기술인 에뮬레이션이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에뮬레이션은 프로세서에 부담을 준다. 배터리 성능 저하를 가져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가상머신을 이용하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결국, PC와 태블릿 PC에서 시스템 제약 없이 구동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일은 개발자의 몫으로 남았다. PC와 태블릿 PC의 소통은 아직 소원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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