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캔은 저작권법 위반, 그럼 공간 대여는?

발행일 2011-11-10 16:00:35
이용자가 직접 종이책을 스캔할 수 있는 DIY 북스캔 공간이 최근 생겼다. 타호비즈니스센터는 개인이 직접 전자책 출판과 DIY 북스캔을 할 수 있는 공간 ‘크리에이트 스페이스’를 서울 반포동 반포서래센터에 열었다.

이 곳은 우리가 아는 북스캔 서비스와는 모습이 조금 달라보인다. 크리에이트 스페이스 운영자인 남창우씨는 “시간 단위로 공간을 구매하는 곳”이라고 한마디로 설명했다.

“교육과 출판 쪽 사람들이 커뮤니케이션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크리에이티브 스페이스를 만들 때 돈을 내고 커피를 마시며 공간을 임대하는 커피숍 개념을 빌렸는데요. 손님이 방문하면 저희는 장비 이용법만 안내합니다. 이 곳에는 북스캔 외에 셀프 출판을 돕는 저작 도구가 설치된 컴퓨터도 마련돼 있습니다.”


사진 : 크리에이트 스페이스


크리에이트 스페이스는 여느 북스캔 업체와는 다르다. 방문한 사람은 북스캔을 누군가에게 부탁하는 대신, 직접 해야 한다. 이용 방식은 모임전문공간 ‘토즈’와 비슷하다. 방문자가 시간당 일정 금액을 내면 이 곳에 있는 전자책 출판과 북스캔 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 북스캔 공간을 대여하는 셈이다.

이런 모습은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등장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가 10월25일에 공개한 카피라이트 이슈 리포트 제20호를 보면 “출판권 침해와 관련하여 사용자와 복제자가 다르다는 점을 피하기 위하여 도서 재단기와 스캐너를 이용자에게 빌려 주는 서비스”가 일본에도 나타났다.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북스캔 서비스가 성행한 곳이기도 하다.

현재 북스캔 업체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유권해석을 따르면 저작권법 위반 대상이다. 북스캔 업체는 택배로 받은 책을 북스캔해 1장 혹은 1권당 일정 비용을 받고 스캔해 파일로 전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저작권자나 책 소유자가 아닌 제3자가 전자책을 만드는 것은 불법”이라는 유권해석을 올해 5월 내렸다. 한국복사전송권협회는 문광부의 이러한 유권해석을 바탕으로 10개 북스캔 업체에 올 6월 내용증명을 보냈다.

당시 문광부가 북스캔을 불법으로 판단한 근거는 무엇이었을까.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저작자의 허락없이 판매, 복제를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다만 개인은 별도의 규정을 적용해 복제하도록 문을 열어뒀는데, 이를 '사적복제'라고 한다.

사적복제는 저작권법 제30조에 나타나 있다. 저작권법 제30조는 “공표된 저작물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경우에는 그 이용자는 이를 복제할 수 있다. 다만, 공중의 사용에 제공하기 위하여 설치된 복사기기에 의한 복제는 그러하지 않다”라고 개인의 복제 행위를 인정한다.

문광부는 북스캔에 대한 유권해석을 내리며 “책을 산 사람이 스캔을 하는 주체가 되는 경우에만 저작권 침해가 아닌 것으로 결론냈다”라고 단서를 달았다. 그렇다면 크리에이트 스페이스처럼 이용자가 직접 북스캔을 하도록 북스캔 공간을 대여하는 사업은 어떠할까.

한국복사전송권협회는 북스캔 공간을 대여하는 것에 대해 “지적재산권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적법한 저작권 권리처리가 필요하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잠깐 설명을 들어보자.

“복제는 이용자가 직접 해야 하며, 개인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것이라도 업으로 하는 사람에게 의뢰하는 것은 사적복제에 해당하지 않는다. 저작권법 제30조 해당 요건으로는 사적인 범위, 복제자와 이용자 사이에 강한 사적인 유대가 존재, 복제는 이용자가 직접해야 한다, 등이 있다.”

이용자가 직접 복제한다는 요건은 충족했지만, 공간과 기기의 성격이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복사전송권협회는 북스캔 기기를 쓰도록 일정시간 빌려주는 장소가 판례상 동호회나 동아리방이면 문제되지 않는다고 본다. 하지만 공중에 제공하기 위해 설치된 북스캔 장비는 저작권자에게 이용 허락을 받아야 하는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아직까지 이렇다 할 '교통정리'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 주무부처인 문광부는 북스캔 서비스는 불법으로 판단했지만, 북스캔 공간 대여 모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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