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가 '서버 가상화'를 도입한 이유는

발행일 2011-11-16 16:22:25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한 가상화 열풍이 거세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가 대두되면서 행정자치부 등 정부기관이 '녹생성장'을 실천하자고 목소리를 높인 탓이다. 국민연금공단, 특허청, 한국석유공사 등 주요 정부기관이 가상화를 도입한데 이어 지방자지단체들도 에너지를 절약하겠다며 가상화 구축에 뛰어들었다.

지방자치단체들의 이런 행보는 2~3년 전에 일반 기업들이 가상화 구축에 열을 올렸을 때와 비슷하다. 당시 기업들도 에너지를 절약하고 비용을 절감하겠다며 가상화를 도입에 열을 올렸다. 이제는 이 열풍이 지방자치단체로 번졌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각 지역별로 공공연찬회를 열며 가상화 환경을 구축해 물리적 자원을 아껴 '그린IT'를 실현하겠다고 나섰다.

대전광역시도 그 중 하나다. 지방자치단체들 중에서는 가장 먼저 서버 가상화를 구축하고 완료해 그 효과를 누리고 있다. 서버 가상화 구축 후 대전광역시 행정사무관의 하루는 다음과 같이 달라졌다고 한다.
오전 9시 | 담당자 출근과 동시에 서버들이 서비스 시간에 맞춰 구동된다. 일일히 수작업을 통해 서버를 시작할 필요도, 관리할 필요도 없다. 가상화된 서버는 자기네들이 이미 알아서 잘 운영되고 있다.

오전 9시 30분 | 특정 서버에 트래픽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담당자는 걱정하지 않는다. 서버 가상화를 구축한 다음에는 각 자원을 유연하게 서버에 할당할 수 있어 트래픽 과부하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리적 서버에 트래픽이 몰렸을 때 이를 해결하느라 정신없었던 담당자 모습은 더이상 볼 수 없다.

오후 1시 30분 | 타 부서에서 신규 서버를 개설해 달라는 요청이 왔다. 예전 같으면 3개월 이상 걸릴 서버 개설이 이젠 클릭 다섯번에 생성된다. 절차가 매우 간소화됐으며, 구축에 걸리는 시간도 상당히 단축됐다.

오후 3시 | 이대로 문제 없이 서버가 운영될 줄 알았건만 특정 서버에 장애가 발생해 작동을 멈췄다. 하지만 담당자 얼굴에서 당황하는 기색은 찾을 수 없다. 하드웨어 장애가 발생해도 가상화 인프라 덕분에 최대 3분 이내 해당 문제 서버가 자동 재구동된다. 그 사이 서비스는 다른 서버에서 담당하기 때문에 서비스가 중단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3분 뒤 해당 서버는 정상 작동하고 곧 서비스는 안정된다.

오후 6시 | 퇴근시간이다. 서버 사용이 가장 없을 때다. 가상화된 서버는 자원 사용률이 줄어들면 거기에 맞는 수의 서버만 할당해 작업한다. 나머지 서버는 절전모드로 전환시킨다. 쓸데없는 에너지 소모를 막을 수 있다. 담당자는 안심하고 퇴근한다.

위 상황은 실제 대전광역시 정보화담당관실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민병운 대전광역시 정보화담당관실 행정정보담당은 "기존 물리적 서버를 관리할 때와 달리 가상 서버를 관리함에 있어 더 편리해졌다"라며 "서버 가상화 구축 후 내부 직원들과 관리 담당자들 반응이 좋다"라고 말했다.

노후화된 서버 교체 하면서 '서버 가상화' 도입

대전광역시는 IT 인프라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지역정보화본부라는 관리장소를 마련해 통합적으로 IT 자원을 운영·관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매년 각 담당 부서들이 처리해야 할 정보자원은 늘어났지만 예산은 한정적인 탓에 효율적인 IT 자원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들에게 '가상화'는 운영효율성과 녹색정보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기술이었다.

민병운 행정정보담당(사진)은 "때마침 대전광역시는 노후화된 서버가 있어 교체를 검토중이었다"라며 "이 과정에서 이왕 교체할 서버인데 가상화 기술을 도입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그래서 서버 가상화 도입을 검토해 구축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대전광역시 지역정보화본부에 설치돼 있던 하드웨어 장비들은 서버가 대다수로 윈도우, 리눅스 등 거의 대부분 중소형 서버들로 구축돼 있었다. 이 서버들은 소프트웨어간 충돌을 피하기 위해 하나의 서버에 하나의 업무용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었다. 당연히 서버간 운영 효율성이 천차만별이었다. 하루종일 사용되는 서버가 있는 반면, 일주일에 한두번 가동될까말까한 서버도 있었다.

서버 가상화라는 새로운 개념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대전광역시는 서버 효율성과 유연성, 신축성을 위해 변신을 선택했다.

일반적인 정부기관 행정의 경우 서버 등 새로운 자원을 추가로 사용할 경우에 필요한 예산부터 세워야 한다. 만약 사업이 필요한 해에 예산을 세워 집행하지 못하면, 그 다음 연도를 기다려 예산을 세워 집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빠르게 수행해야 할 행정업무가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 각 행정사업부서는 서버가 필요하다고 요청하지만, 이 때마다 신규 서버를 도입하거나 구축하는 데 있어 6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쓸데없는 시간이 낭비되는 것이다.

정부기관들이 유독 신기술 적용에 느린 이유가 여기 있다. 세금을 통해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관련 기술 도입과 예산 집행에 시간이 많이 소비된다. 대전광역시가 서버 가상화를 서두른 배경도 이런 이유다.

이현희 주무관은 "이미 국내에서 서버 가상화를 구축한 사례들이 여러차례 소개됐고, 서버 가상화에 대한 장점이 두루 나왔던 터라 서버 가상화 구축을 어렵잖게 결정할 수 있었다"라며 "서버 가상화를 도입하기 전 가상화 관련 세미나에 참석해 개념부터 이해하고 구축 방법과 장단점에 대해 충분히 공부했던 터라 별 다른 걱정 없이 서버 가상화를 도입했다"라고 말했다.

"운영비용 절감과 무중단 서비스가 큰 장점"

이렇게 도입하게 된 서버 가상화는 예산이나 행정 면에서나 대전광역시에 이득을 가져왔다. 서버 가상화 구축을 통해 대전광역시는 기존에 44대로 운영하던 노후 서버를 8대로 줄였다. 소비전력과 냉방 수요도 감소하면서 전력사용이 절감됐고, 결과적으로 운영비용이 절약됐다. 이현희 주무관은 "연간 55% 정도, 5년간 약 10억8283만145원의 예산이 절감될 것으로 본다"라며 "서버 내구연한이 5년이라고 가정했을 때, 서버 가상화는 초기에는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만 구축 이후 비용이 훨씬 절약된다"라고 설명했다.



에너지 절감 효과도 톡톡히 누리게 된다. 산림청 홈페이지 탄소나무 계산에 따르면 서버 가상화 구축은 나무 4만4353그루를 심은 효과와 같다고 한다. 연간 72%에 달하는 에너지 절감 효과를 얻게 된 셈이다.

행정편의성도 높아졌다. 서버 가상화 시스템을 구축한 이후에는 서버 할당 신청 후 필요한 서버를 환경 설정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1주일 정도로 대폭 단축됐다. 업무의 신속성과 효율성도 덩달아 향상됐다. 서버 가상화 구축 이후 반복 업무에 소요되는 시간이 40% 줄었다고 한다.

가상화된 서버에 기능 중 가장 큰 장점으로는 무중단 서비스가 꼽혔다. 이현희 주무관(사진)은 "만약 지방세 같은 세금 관련 서비스를 담당하는 서버가 작동이 중지됐다고 하면 엄청난 민원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무중단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가상화 같은 경우 이런 사태를 막아준다"라고 말했다.

서버 가상화를 도입할 경우 서버에 디스크 장애 같은 하드웨어적인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서비스가 다른 하드웨어로 이전돼 운영되기 때문에 서버 장애 발생시 겪게 될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안부문 개선도 이뤘다. 모니터링용 단말기를 활용한 시스템 접근에 대한 외부 사용자 별 엑세스 권한을 설정해 바이러스 감염과 해킹 침해에 대응할 수 있는 방어 장치를 확보했다.

대전광역시는 총 2차례에 걸쳐 서버 가상화를 구축했다. 우선 지역정보화본부에서 정보화용역 심의를 통해 서버가상화 구축의 적정성과 관련 예산을 검토했다. 그 뒤 서버 현황조사를 통해 구축된 물리적 서버를 파악하고 가상화 수요를 파악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화 수요조사를 진행해 가상화 서버가 필요없는 자원을 걸러내는 등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계획을 세우고 납품과 구축, 이관, 검수, 안정화, 완료까지 약 90일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그 결과 서버 수량이 가장 많고 가상화 기술이 안정화된 x86서버를 가상화 범위로 규정하고, 먼저 노후되어 교체가 시급한 서버 44대를 대상으로 가상화를 적용했다. 물리적 시스템에 존재하고 있는 이미지를 가상머신으로 이동시키는 P2V 가상화 방식을 적용해 가상화 대상인 물리적 서버 시스템 정보를 가상화 서버로 이관했다.

2010년에 1차로 19대를, 2011년에 2차로 25대를 총 44대의 서버를 가상화 환경으로 전환했다. 가상화 통합서버로는 IBM x3650 M3 4대, 통합 서버용 워크그룹 스위치로 OS64000-48 8대, 서버 가상화 시스템으로 VM웨어 v스피어를 도입했다.

용도에 맞는 '가상화' 구축해야

그러나 서버 가상화 구축 작업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노후 서버 교체지, 신규 서버 추가가 아니였기 때문에 데이터를 옮기는 데 있어 시간이 많이 걸렸다. 교체 과정에서 서버가 중단되면 안됐기 때문이다. 업무가 끝난 저녁과 주말을 이용해 서버 이관에 나섰다.

구축이 완료됐다고 해서 일이 끝난 게 아니었다. 이현희 주무관은 "담당자들이 가상화 개념을 처음부터 잘 이해하고 따라왔던게 아니었다"라며 "가상화 서버와 기존 서버를 사용하는 환경은 변한 것이 없는데, 괜히 불안감이 퍼져 있었다"라고 말했다. 하나의 서버에 하나의 업무용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전략이 고착화됐던 터라 기존 운용 틀을 깨는데도 많은 노력을 필요했다고 한다. 이현희 주무관은 "이를 가상화 관련 교육을 통해 직원들을 이해시키고 불안감을 가라앉히는 노력을 많이 했다"라며 "오는 12월2일에도 해당 교육을 앞두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대전광역시는 서버 가상화에서 한발 더 나아가 스토리지 가상화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있다. 민병운 행정정보담당은 "현재 스토리지 가상화 예산을 올려놓은 상태로, 스토리지 가상화는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장애에 대한 완벽한 대비를 목표로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버 가상화는 하고 있는 업무만 중단되지 않게 지원한다. 데이터에 대한 안정성은 보장해 주지 않는다. 만약 스토리지에 장애가 발생할 경우 데이터가 유실될 가능성이 높은데, 대전광역시를 이를 대비하기 위해 스토리지 가상화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대전광역시의 서버 가상화는 광주광역시 등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민병운 행정정보담당은 "목적과 활용 용도에 맞는 인프라를 선택해야 효율적인 효과를 누릴 수 있다"라며 "서버 가상화가 무조건 에너지 절감과 비용절감의 답인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대전광역시의 경우 마침 노후화된 서버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가상화 도입을 검토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현희 주무관은 "가상화는 서버, 네트워크, 스토리지, 데스크톱 등 많은 부문에 걸쳐 구축할 수 있다"라며 "이 중 어떤 가상화 환경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사전조사와 공부가 필요하며, 좀 더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가상화에 접근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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