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운영체제 시장 점유율 이야기를 먼저 해보자. 온라인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PC 중 90%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우 운영체제를 이용한다. 이 중 '윈도우7'의 점유율은 41%다. '윈도우XP'는 37%, 윈도우 비스타는 11% 대다. 윈도우7이 출시된 지 2년여가 흘렀고, 전세계 PC는 윈도우7이 점유율을 높여가는 추세다.

국내 상황을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국내는 아직 윈도우XP가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한국MS 자체 조사 자료를 보면, 2011년 3월 기준으로 국내 기업의 64.7%가 윈도우XP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윈도우7은 21.5% 점유율을 보이는 것에 그친다. 조사 시점이 3월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지금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한국MS는 현재 국내 기업시장의 윈도우7 도입률은 약 30% 수준일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 윈도우XP 점유율이 반수를 넘는 셈이다.

어디 윈도우XP뿐인가. 인터넷 익스플로러(IE)6의 점유율도 국내서 특히 높다. 온라인 시장조사기관 넷애플리케이션스 자료를 보면 10월 기준으로 국내 웹브라우저 점유율을 보면, 10명 중 1명이 아직도 IE6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계 평균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점유율이다.

지난 10월26은 윈도우XP 탄생 10주년 기념일이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변화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IT 업계에서 10살 생일상을 받다니, 끈질긴 생명력이다. 그만큼 완성도 높은 운영체제이기 때문에 장수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냐고? 맞다. 윈도우XP는 좋은 운영체제다. 하지만 지금도 그럴까. 10년 동안 IT 환경은 윈도우XP 빼고 전부 바뀌었다. 아무리 좋은 소프트웨어라도 시간의 간격을 메울 수는 없다.

윈도우XP가 가진 문제점과 문제가 있음을 알고 있어도 윈도우XP가 생명력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뭘까. 10살 생일을 맞아 짚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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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서 한국MS 비즈니스 마케팅본부 부장(왼쪽)과 구예진 한국MS 마케팅&오퍼레이션즈 사업본부 부장


"90년대 말에 사람이 상상하지 못했던 미래가 지금 펼쳐져 있잖아요. 그 차이는 실제로 10년이라는 세월의 차이보다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윈도우XP가 지금 쓰기에 부족한 기능이 많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죠."

박민서 한국MS 비즈니스 마케팅본부 부장은 XP를 버려야 하는 이유는 한 마디로 설명했다. 윈도우XP가 출시된 건 2001년이다. 90년대 말부터 개발이 이루어졌다는 점을 생각하면, 윈도우XP는 현재 모습을 예측하지 못한 운영체제라는 지적이다. 각종 모바일 기기와 클라우드 등 IT 환경은 물론이고, 하드웨어 수준에서도 윈도우XP의 부족함이 드러날 수 있다.

윈도우XP를 버려야 하는 이유를 기능이 부족하다는 이유 하나로 설명할 수 있을까. 더 큰 문제는 보안에 있다. 10년전 탄생한 윈도우XP는 현재 다양한 위협을 제대로 막을 수 없다.

보안에서 취약점을 갖고 있다는 것은 개인 사용자도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기업 측면에서 더 큰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그럼에도 국내 기업의 운영체제 판올림 수준은 낮다. 비용 문제 때문이다.

"디도스 공격은 항상 윈도우XP 사용자가 더 많이 표적이 됐다는 것이 좋은 사례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윈도우XP에 대한 위험 노출 방지를 위해 더 투자하는 인력과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럴수록 복잡성도 따라서 증가하겠죠. 그러다 보면, 최신 운영체제로 바꿨을 때 발생하는 비용과 큰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박민서 부장은 "실제 호환성 테스트에서 최신 윈도우 운영체제가 문제가 없다는 게 증명됐다"라고 덧붙였다. 한국MS는 2012년 6월까지는 최신 운영체제로 판올림 하는 기업이 50%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윈도우XP를 버리고, 최신 운영체제로 판올림 해야 하는 이유가 또 있다. 가장 절박한 문제일 수 있다. 윈도우XP에 대한 MS의 공식 지원이 2014년이 되면 끊어진다. 더 이상 윈도우XP의 보안 판올림이나 기능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한국MS가 기업 사용자를 대상으로 최신 윈도우 운영체제의 호환성 테스트를 돕거나 펀드를 조성해 윈도우XP 벗어나기 운동을 벌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금까지 60여개 기업이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2012년엔 더 늘려나갈 생각이다.

"제품 제조사로서 서비스가 중단되는 것에 대해 공지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2014년이면 약 870여일, 여유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부터 준비해야 기업 사용자는 2014년 기술지원 종료를 안전하게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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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윈도우7과 윈도우XP 점유율 (출처: 마이크로소프트, 3월)


IE6도 걱정스럽긴 매한가지다. 개인과 기업 사용자에 IE6와 같은 낙후된 웹브라우저는 심각한 보안 문제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터넷 환경은 웹표준을 준수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도 IE6를 벗어나야 하는 이유다. IE6에서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웹사이트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서 '굿바이 IE6' 운동은 지난 7월부터 시작했어요. 한국인터넷진흥원과 방송통신위원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과 손잡고, 처음에는 네이버나 다음, 네이트와 함께 IE6 버리기 운동을 시작했죠. 국내 3사 포털은 2011년 12월31까지만 IE6를 지원할 예정입니다."

구예진 한국MS 마케팅&오퍼레이션즈 사업본부 부장은 한국MS의 '굿바이 IE6' 운동을 소개했다. 네이버나 다음 등 국내 대형 포털에서 IE6를 지원하는 기한이 한 달이 조금 넘게 남았다.

'굿바이 IE6' 운동도 급물살을 탔다. 국내 포털뿐만 아니라 국내 대형 게임업체도 참여했다. 지난 10월11일에는 엔씨소프트가 합류했고, 11월17일부로 한게임도 IE6 퇴출 운동에 참여했다. 구예진 팀장이 IE6 대신 추천하는 제품은 당연하겠지만 IE9이다.

"IE9은 빠른 웹, 표준 웹, 안전한 웹, 깨끗한 웹 네 가지 콘셉으로 제작됐습니다. 속도 면에서 경쟁사의 웹브라우저보다 빠르다고 자부합니다. HTML5 웹표준을 지킨 웹브라우저라는 점도 IE9의 장점이죠."

구예진 부장은 IE9의 가장 큰 장점으로 '안전한 웹'을 꼽았다. IE9은 악성코드 차단율에서 96%를 기록했다. 안정성은 보안에 취약한 IE6를 버려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오래됐다는 걸 알리는 데에도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박민서 부장과 구예진 부장이 이구동성으로 얘기했다. 윈도우XP와 IE6가 출시된 지 10년이 넘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용자도 많다는 설명이다. 'MS 신제품의 최대 경쟁상대는 구형 버전이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MS 제품의 점유율이 높다는 뜻이겠지만,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MS의 답답한 심정을 헤아릴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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