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27일 지식경제부는 비상경제대책위원회에서 발표한 '공생발전형 소프트웨어(SW) 생태계 구축 전략'의 후속조치로 지식경제부 고시인 '대기업인 SW사업자가 참여할수 있는 사업금액의 하한'의 개정안을 마련하고 11월11일 행정예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2012년 1월 1일부터 공공정보화시장에서 매출액 8천억원 이상인 대기업은 사업규모 80억원 이상, 매출액 8천억원 미만인 대기업은 사업규모 40억원 이상인 사업에만 참여 가능하게 됩니다. 대기업 산하의 IT 서비스 업체들의 참여를 제한하겠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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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없는 굴에 여우가 왕노릇한다는 말이 있듯이 새로운 여우들은 누가 될 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정부 입장에서 이런 저런 묘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SW 산업을 살리기가 여간 쉽지 않습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소프트웨어는 패키지 제품들입니다. 게임 소프트웨어나 포털 분야에 적용되거나 혹은 모바일 OS 시장의 소프트웨어들은 조금 다릅니다.)

해당 분야 취재를 오랫동안 해오지만 해법을 마련해 보라고 하면 쉽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 단순히 공공의 영역에서만 발생하는 문제도 아니고 우리사회 패키지 소프트웨어 전반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시장 참여자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안은 어쩌면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왕노릇하던 호랑이가 사리진다고 해도 호랑이 역할을 하는 여우가 등장하듯이 관련 구조는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어지더군요. 바로 돈의 흐름, 즉 프로젝트 금액 자체의 결제 주기를 대폭 줄이도록 하는 겁니다.

가령 3개월 정도 되는 IT 프로젝트는 착수금과 완료금을 나눠 지급합니다. 프로젝트 기간이 좀더 긴 것의 경우 착수금과 중도금, 완료금이 나눠집니다. 문제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갑'과 첫 계약을 맺는 '을', 을과 계약을 맺는 '병'으로 내려갈수록 결제 금액이 동맥경화라도 걸린 것처럼 내려가지 않는다는 것이죠.

프로젝트는 11월1일 시작했는데 갑이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을에게 11월10일이나 15일 경에 계약을 합니다. 그리고 계산서를 발행할 때는 품위를 올려야 한다는 이유와 기타 이유를 들어 한 달 정도 연기합니다. 을의 경우 병에게 다시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하죠. 계산서를 발행할 때도 30일, 60일, 90일 후에 찾을 수 있도록 합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업체는 최대한 돈을 늦게 줘서 좋기는 하지만 정작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업체들 입장에서는 돈이 없는 상태에서 인력을 투입해서 한두달 버텨 내야 하고 병의 경우에는 그 돈을 받을 수 있는 시점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 정부도 첫 계약을 맺는 '을'과의 계약 관계에만 신경을 쓰고 을이 계약을 하는 병과의 계약에는 사적 기업의 계약이라는 점에서 별다르게 주목하지 않는 듯 합니다. 근데 그 프로젝트 자체가 이미 세금을 통해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이런 사항에 대해 손을 본다면 생태계 안에 있는 기업들이 계약은 하고 나서 구매카드를 '할인(소위 깡)'할 필요는 없어지겠죠. 계약 후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 한달 안에 자금이 지급됐는지 증빙 서류를 내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요?

이런 방식이 언발에 오줌누기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임시방편인 셈이죠. 국내의 경우 단기적으로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도입할 때 가격보다 고객의 입맛에 맞도록 모든 요구를 수용해주면서 인력을 투입하는 방식이 싼 게 사실입니다. 차세대 프로젝트를 했지만 소프트웨어를 끊임없이 손보고 업그레이드하기보다는 손볼 엄두가 안나서 기존 시스템에 무조건 맞추라고 하는 갑들의 태도와 인식 때문에 차세대 프로젝트가 끝나는 순간 그 프로젝트가 바로 구세대 시스템이 되는 웃지 못할 상황임은 IT 업계 종사자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씩 개선을 해 나가야 하는 건 사실입니다. 그 첫 걸음을 결제 기간의 대폭 단축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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