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이끄는 힘, 이야기"

발행일 2011-12-27 15:28:21
게임을 만드는 과정도 영화나 뮤지컬, 드라마와 비슷하다. 그래픽과 인터페이스를 구상하기 전에 시나리오를 짠다. 맥락 없이 칼이나 총을 휘두르는 게임도 많지만, 국내 게임업계도 시나리오에 조금씩 집중하는 모양새다. NHN이 매년 개최하는 '게임문학상'도 이 같은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NHN 게임문학상은 게임 시나리오 공모전이다. 영화나 드라마, 뮤지컬 시나리오 공모전은 여럿 있지만, 게임 시나리오를 공모하는 대회는 NHN 게임문학상이 국내에서 유일하다. NHN 게임문학상은 올해로 2회째를 맞았다.

NHN 게임문학상은 획일적인 국내 게임 환경에서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는 게임 저변을 넓히는 게 목적이다. 게임 영역에서 벌이는 NHN의 사회공헌활동인 셈이다. 게임 인터뷰 3번째 주인공은 제2회 NHN 게임문학상에서 대상을 받은 전준후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부 학생이다.


"전반적으로 게임은 다 좋아하는 편이지만, 어드벤처나 시나리오가 부각되는 게임을 특히 좋아합니다."

'보드빌'이라는 게임 시나리오로 대상을 받은 전준후 학생은 자신의 게임 취향부터 밝혔다. '바이오하자드'나 '바이오쇼크'와 같은 이야기를 중심으로 흐르는 게임이 취향이라고 설명했다. 게임 시나리오 공모전에 참여해 대상의 영예까지 거머쥘 수 있었던 이유도 평소 게임 취향과 전공을 적절히 살린 결과다.

전준후 학생의 이력은 현재 연극영화학부 학생이라는 점에서 그치지 않는다.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전준후 학생은 게임업계에서 잔뼈가 굵었다. 2002년부터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게임업계에 몸담은 경력이 있다.

지금은 없어진 싸이렐이라는 게임업체부터 농구게임 '프리스타일'을 개발한 JCE에서도 일했던 경험이 있다. 심지어 군 생활도 게임업계에서 복무했다. 병역특례 업무를 통해 게임업계와 인연을 이어갔다. 다시 학교로 돌아와 연극영화학부 학생이 된 건 최근 일이다.

전준후 학생은 "그림 그리는 일(게임 디자인)과 코딩(게임 프로그래밍)하는 일 빼고는 전부 해봤다"라고 설명했다. 게임업계와 돈독한 인연이 이번 게임문학상 작품을 쓰는 데 도움이 된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게다가 연극영화학부에서 시나리오를 전공할 계획이라고 하니 전준후 학생이 쓴 게임 시나리오가 대상을 받은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

영화 시나리오와 게임 시나리오가 다른 점이 있을까. 전준후 학생에게서 두 시나리오의 뚜렷한 차이점을 들을 수 있었다.

"콘텐츠를 대하는 자세가 차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나 드라마의 시나리오는 등장인물의 심리적 갈등과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도 강조돼야 하지만, 게임문학은 보다 움직이는 것에 집중하는 식입니다."

문학은 텍스트고, 영화는 텍스트를 그림으로 보여주는 장치다. 게임 시나리오는 주인공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문학이고, 게임은 게임문학을 바탕으로 실제 게이머가 움직이는 것을 그림으로 보여주는 장치라는 설명이다. 전준후 학생이 대상을 받은 게임 시나리오 '보드빌'도 게임 시나리오의 이 같은 특징에 집중해 써내려간 작품이다.

'보드빌'의 이야기를 간단하게 요약해보자. '보드빌'은 중의적 의미로 이용됐다. 영화판에서 '단막극'이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하는 보드빌은 배경이 되는 마을 이름이기도 하다. '보드빌'의 장르는 SF 좀비물로 분류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21세기 끝자락, 영생을 바라는 인류가 컴퓨터 속으로 들어간 이후 바이러스가 사람의 몸에 침투해 지구를 뒤덮는다. 컴퓨터 속으로 들어가지 못한 낙오자들이 좀비와 사투를 벌인다는 내용이다.

전준후 학생은 '보드빌'에서 보여주는 인간의 싸움을 '쓸쓸한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문학의 세기말적 상상력과 게임의 구성이 더해진 작품이다. 언뜻 보기엔 흔한 일인칭슈팅게임(FPS)이나 삼인칭슈팅게임(TPS) 형식을 떠올릴 수 있겠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집중했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실제로 이 시나리오가 게임이 된다면, TPS 형식이 게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쓴 작품이기도 합니다. TPS 형식에 PvE 게임 방식을 많이 녹여냈습니다. 시나리오 마지막 부분에서는 7~8명의 등장인물이 팀을 이뤄 좀비와 싸움을 벌이는 내용도 있죠."

PvE(Player versus Environment) 형식이란 게이머와 게이머를 둘러싼 적들이 싸움을 벌이는 게임 형태를 말한다. 게이머는 팀을 이룰 수도 있고, 혼자 싸울 수도 있다. '레프트4데드'와 같은 게임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게임의 형태 외에도 내용 측면에서도 흥미 요소를 더했다. 단순히 밀려오는 좀비를 죽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 게임을 진행할 때 쓸 수 있는 상상력을 동원했다. '보드빌'에선 아스피린을 이용해 좀비를 쓰러뜨리는 아이디어도 등장한다.

전준후 학생은 "이런 부분이 게임 시나리오로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전준후 학생이 '보드빌'에서 녹여낸 상상력이 게임 언어로 통한 셈이다.

"셧다운제 같은 황당한 제도만 아니면, 우리나라 게임은 알아서 잘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10년 정도 게임업계를 안에서 바라봤는데, 그 10년 동안 많이 발전했어요. 발전 방향에 있어서는 문제가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전준후 학생은 국내 게임 업계의 발전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획일적인 게임 제작 시스템은 문제점으로 꼽았다. 다양성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다. 히트치는 게임의 조건이 공식화돼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이 같은 문제는 게임을 건강한 문화 콘텐츠로 발전시키기 위해 국내 게임업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금도 전준후 학생은 시나리오와 콘텐츠가 부각되는 게임을 주로 즐기고 있다. 할리우드 전문 시나리오작가가 이야기를 맡은 '앨런웨이크'나 '헤일로' 같은 게임이다. 국내 게임 중에서도 이 같은 게임이 조금씩 선보이고 있다. 전준후 학생은 '리니지 이터널'이나 '블레이드앤소울', '킹덤언더피이어2'같은 게임을 기대하고 있다.

"같은 SF라고 해도 영화 스타워즈의 전투장면과 게임 '헤일로'의 전투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스타워즈 전투는 이야기의 앞뒤 결과를 잇는 매개역할을 하죠. 전투씬은 영화에서 양념인 셈이죠. 하지만 헤일로에서의 전투는 전혀 다릅니다. 게이머는 전투를 통해 직접 이야기를 이끌어가야 하죠. 영화에선 양념으로 쓰인 요소가 게임에선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겁니다."

게임 시나리오도 영화 시나리오만큼 힘든 작업임은 분명하다. 전준후 학생의 바람처럼 국내 게임업계도 이야기와 콘텐츠가 부각되는 게임이 많이 탄생하길 기대한다.

NHN 게임문학상 수상 작품은 e펍 형식으로 전자책으로 제작됐다. 무료로 배포되고 있으니 게임을 한다는 상상력을 동원해 읽어도 좋다. 무료로 공개돼 있으니 부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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