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중립성] ①가이드라인 탄생, 산통은 지금부터

발행일 2011-12-27 16:10:34
올 한해 통신사와 포털, 제조사(스마트 TV)와 벤처 기업 등 IT 업계의 구성원들은 연말로 예정됐던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 발표를 앞두고 촉각을 곤두세웠다. 망 중립성 정책은 향후 통신 및 인터넷 산업의 발전 방향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올 한해 IT 업계의 이해 관계자들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한 '뜨거운 감자'였다.

그러나 결국 방통위는 뜨거운 감자의 껍질을 벗기지 못했다.

방통위가 12월26일 최종 의결한 '망 중립성 및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이하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은 망 중립성의 큰 원칙만을 재확인했을 뿐, mVoIP 차단과 망 이용대가 부과, 스마트TV 관련 내용 등 이해 관계자의 입장이 가장 첨예하게 부딪히는 사항에 대해서는 "논의를 지속하겠다"라며 판단을 유보했다.

방통위는 "mVoIP와 스마트TV 등 새로운 서비스가 이제 등장한 만큼 해외 각국의 정책 방향과 시장의 흐름을 지켜본 후 구체적인 내용을 결정하겠다"라는 입장이다. 방통위는 망 중립성 후속 논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2012년 2월부터 이해관계자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정책자문기구를 구성해 운영할 방침이다.

26일 의결된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은 1월1일부터 시행된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항에 대한 판단이 유보된 만큼 가이드라인 시행을 앞뒤로 크게 달라지는 제도는 없다. 사실상 망 중립성을 둘러싼 업계의 갈등이 내년까지 이어지게 된 셈이다.

과연 망 중립성 정책이 무엇이길래 관계 당국이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한 채 여러 ICT 기업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는 것일까. 방통위의 가이드라인은 어떤 내용이며 남은 과제는 무엇이 있을까.

블로터닷넷은 일련의 기사를 통해 방통위의 이번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을 자세히 살펴보고, 향후 관계 당국이 망 중립성 관련 세부 기준을 마련하기에 앞서 국내 IT 산업의 바람직한 발전을 위한 망 중립성 정책의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1년 논의 끝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 의결

26일 의결된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은 업계의 이해관계가 충돌했던 망 중립성 정책에 대해 관계당국이 처음으로 정책의 초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을 통해 그 동안 통신사의 서비스 차단과 불합리한 차별 금지를 주장해왔던 인터넷업계와 제조업체는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에 '차단금지'와 '불합리한 차별 금지'라는 조항이 명문화됐다는 점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예를 들어 통신사가 자사의 문자메시지 수익을 갉아먹는다는 이유로 카카오톡이나 마이피플 같은 스마트폰 메시징 서비스를 차단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또한 '인터넷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 조항도 명시돼 인터넷접속서비스제공사업자(유무선 통신사)가 트래픽 관리방침을 공개하고, 트래픽 관리에 필요한 조치를 하는 경우 해당 이용자에게 공지해야 할 의무를 명확히 했다.
인터넷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

인터넷접속서비스제공사업자는 인터넷 트래픽 관리의 목적, 범위, 조건, 철자 및 방법 등을 명시한 트래픽 관리방침을 공개하고, 트래픽 관리에 필요조치를 하는 경우 그 사실과 영향 등을 해당 이용자에게 고지하여야 한다.(다만 해당 이용자에게 고지하기 어려운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공지로 갈음할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필요한 경우 공개 및 고지 또는 공지 대상 정보의 범위 및 방식 등을 별도로 정할 수 있다.

차단금지

인터넷접속서비스제공사업자는 합법적인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또는 망에 위해가 되지 않는 기기 또는 장치를 차단해서는 안 된다. 다만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불합리한 차별 금지

인터넷접속서비스제공사업자는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서비스의 유형 또는 제공자 등에따라 합법적인 트래픽을 불합리하게 차별해서는 안 된다. 다만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통신사도 잇속을 챙겼다. 이들은 트래픽 관리 권한이 명문화되는 성과를 거뒀다. 망의 보안성 및 안정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경우, 일시적 과부하 등에 따른 망 혼잡으로부터 다수 이용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등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통신사가 트래픽을 관리할 수 있다.

예컨대 카카오톡이 문자메지지 수익을 잠식한다는 이유로는 차단할 수는 없지만, 카카오톡이 통신사 망에 과부하를 일으킨다면 통신사가 서비스를 차단할 명분이 생긴 것이다.

관건은 통신사의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의 조건이 세부적으로 어떻게 결정되느냐 하는 것이다. 향후 분쟁이 발생할 경우 통신사의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 주장과 인터넷 서비스 업체의 차단 및 차별 금지 요구가 서로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는 아래의 경우를 포함하지만 구체적인 범위와 조건, 절차 등은 방통위가 향후 별도로 정하게 된다.
1. 망의 보안성 및 안정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경우
2. 일시적 과부하 등에 따른 망 혼잡으로부터 다수 이용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3. 국가기관의 법령에 따른 요청이 있거나 타 법의 집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무엇보다 통신사가 이번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을 통해 얻은 것은 '관리형 서비스'(managed service)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관리형 서비스란 '기본형 서비스'(혹은 최선형 인터넷, best effort internet)에 반대되는 용어로, 유무선 통신사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인터넷 서비스의 제공방식과 다른 트래픽 관리 기술 등을 통해 전송 대역폭 등 트래픽 전송 품질을 보장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관리형 서비스가 가능해지면, 통신사는 기본 서비스의 품질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더 빠른 트래픽 전송 품질을 보장하는 유료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게 된다.

가이드라인에서는 구체적인 대상이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관리형 서비스와 인터넷 업체를 대상으로 한 관리형 서비스가 모두 가능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통신 업계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쪽은 포털이나 동영상 서비스 제공자 등 높은 트래픽 품질을 필요로 하는 사업자에게 유료로 관리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용 상품이다.

예를 들어 유튜브가 통신사와 관리형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면 경쟁 동영상 업체보다 더 빠른 망을 통해 동영상 서비스를 할 수 있고, 마이피플이 통신사와 계약을 체결하면 카카오톡보다 우선적으로 메시지를 전송할 수도 있다.

관리형 서비스가 허용되면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에 비해 규모가 큰 대형 서비스 업체가 더 빠른 속도로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벤처 창업과 경쟁 서비스의 출현을 저해할 수 있다는 면에서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반면 서비스 품질(QoS) 관리를 통해 통신사가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사업 모델이라는 측면에서 규제로 막을 수는 없다는 의견이 부딪히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방통위가 관리형 서비스를 허용하면서 향후 통신사들이 프리미엄 서비스를 개발해 인터넷 업체를 대상으로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활짝 열린 셈이다.

관리형 서비스를 허용할 때 지켜봐야 할 부분은 과연 통신사가 프리미엄 서비스가 아닌 기본 서비스의 전송 속도 품질을 적정 선으로 유지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통신사들이 관리형 서비스를 핑계로 기본 서비스 속도를 확 낮춰버리는 '꼼수'를 쓴다고 가정해보자. 인터넷 업체나 소비자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관리형 서비스를 이용해야 할 게 뻔하다.

이런 꼼수를 막기 위해 방통위는 관리형 서비스를 허용하는 대신 최선형 인터넷의 품질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별도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관리형 서비스가 출현하게 되면 최선형 인터넷 서비스의 품질이 제대로 유지될 수 있을 지 지켜볼 부분이다.

통신사 유리한 입장 관철시킬 여지 남겨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에는 이처럼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지만, 정작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명확히 정해진 내용이 없어 가이드라인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mVoIP에 대한 차단금지 및 역무 분류와 망 이용대가 정산, 스마트TV 등 정작 논란이 되고 있는 사항에 대해서는 "논의를 지속하겠다"라며 판단을 유보해 가이드라인으로서의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는 반응이 많다.

방통위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검토하고 국제적인 관례도 지켜보겠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mVoIP를 차단하거나 스마트TV에 대해서 망 이용대가를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원칙이 가이드라인에 명시됐음에도 불구하고 "논의를 지속하겠다"라고 여지를 남겨둔 것은, 논란이 되는 항목에 대해 판단을 유보하겠다는 뜻으로밖에 풀이할 수 없다.

특히 가이드라인 자체는 어느 정도 중립성을 유지했지만 남은 쟁점인 mVoIP 차단, 망 이용대가 부과 등은 모두 통신사의 요구사항이라는 면에서 이어질 논의에서 통신사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통신사는 mVoIP 차단, 망 투자비용 분담, 스마트TV 망 이용대가 부과 등 남은 쟁점에서 어느 한 항목에서만 입장을 관철시켜도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셈이다.

망 중립성 이슈는 향후 통신사와 인터넷 사업자, 제조업체의 수익 모델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관계 당국의 정책 조율이 더욱 중요한 현안이다. 방통위는 이해당사자와 시민단체,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인 정책 결단을 미루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공의 자산인 인터넷과 주파수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망 중립성의 기본 원칙을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이해당사자의 합의점을 도출해내는 것이다.

다음 기사에서는 통신사와 인터넷 사업자, 제조업체가 가장 첨예하게 충돌하고 있는 망 이용대가 부과 문제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망 중립성 원칙을 해치지 않으면서 통신사가 신규 인프라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는 해결책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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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http://www.flickr.com/photos/magnoliaceae/2755128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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