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전자책 시장에 공식으로 출사표를 던질 모양이다. 통신사와 제조업체에 이어 플랫폼 강자로 꼽히는 포털은 전자책 시장에 어떤 바람을 불러올까.

네이버는 자사의 전자책 서비스 '네이버북스'에 4월5일부터 단행본을 추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문고와 한국출판콘텐츠(e-kpc)와 전자책 공급 계약을 맺었고 북이십일과 민음사에는 콘텐츠를 공급해 달라고 제안한 상황이다.

네이버가 단행본 중심의 전자책 시장에 뛰어드는 모습은 e-kpc가 회원사를 상대로 전자책 콘텐츠를 추가로 요청하며 구체적으로 알려졌다. 서비스 시작은 네이버북스 안드로이드 응용프로그램(앱)이 판올림하는 시점이 될 것이며, 90억원 상당의 판촉 활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네이버 쪽이 출판계에 알린 것으로 드러났다. 네이버북스는 자체 개발한 EPUB 뷰어를 탑재했으며, 파수닷컴의 DRM을 사용할 계획이다.

네이버북스
▲ 네이버북스

이미지: 네이버북스


이에 대해 NHN은 4월 초 안드로이드 앱을 시작으로 단행본을 전자책으로 서비스할 계획이며, iOS 쪽은 앱 심의 과정 때문에 구체적인 날짜를 확정할 수 없다고 3월14일 밝혔다. 또한 kpc 외에 출판사와 직계약했으며, 5만권을 서비스하겠다고 답변했다.

네이버북스는 NHN이 지난해 5월 안드로이드 앱을 시작으로 내놓은 전자책 서비스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앱으로 이용할 수 있다. 웹페이지는 모바일 버전만 마련했으며, 이 곳에서는 구매만 가능하다.

네이버북스가 단행본을 팔기 시작하면 10년 넘게 요지부동이던 전자책 시장이 활력을 얻을 수 있을까. 일단 국내 최대 포털이 뛰어든다는 점에서 전자책 시장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겠다. 서점 대열에 있는 교보문고와 예스24와 인터파크, 통신사쪽 티스토어, 제조사의 리더스허브와 LG리더스보다 네이버라는 이름이 사람들에게 더 널리 알려져 있다.

장은수 민음사 대표는 "네이버가 포털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서 본격적으로 영업한다면 파급력이 있을 것"이라며 "전자책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전자책에 대한 체험의 기회를 늘려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느 전자책 서점보다 이용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전자책 판매장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네이버는 특정 통신사나 단말기보다 이용자층이 더 넓고 탄탄하다는 점에서 전자책 플랫폼으로서 네이버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정은선 위즈덤하우스 멀티콘텐츠사업분사장은 "네이버라는 플랫폼은 워낙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곳"이라며 "티스토어가 전자책을 팔기 시작했을 때 매출이 상승곡선을 그리는 파문을 네이버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비쳤다.

네이버의 플랫폼 파워에 관한 기대가 있지만, 새로울 게 없는 모습이라는 평도 있다. 네이버북스와 티스토어, U+북마켓, LG리더스, 리더스허브가 다를 게 없다는 이야기다. 이들 전자책 서점은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도서, 북큐브 등 다른 전자책 서점이 판매하는 전자책을 자기 채널에서 중복 판매한다. 예를 들어 티스토어에 가면 교보문고가 파는 '엄마를 부탁해'와 예스24가 파는 '엄마를 부탁해'가 동시에 팔리고 있다.

이중호 북센 미래사업본부장은 "네이버가 방문자 수가 많으니 경쟁력이 있겠지만, 이미 제작된 것을 모아서 판매하는 형태"라며 "(전자책 시장이) 콘텐츠는 같은데 방문자 수가 누가 많은가(로 가는 모습)이다"라고 평가했다. 결국 네이버북스와 같은 모습보다 콘텐츠 생산을 늘리는 모습이 나와야 전자책 시장이 성장한다는 말이다.

또한, 네이버가 전자책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아 크게 기대하기에 이른 감이 있어 보인다. 김호경 웅진씽크빅 팀장은 "티스토어는 회원 보유 역량은 뛰어나지만 홍보와 마케팅, 노출, 소비자 파급력은 네이버가 뛰어나다"라면서도 "NHN 내부에서 네이버북스에 크게 힘을 싣지 않고 서비스 확대를 위해 좋은 콘텐츠를 확보하자는 수준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네이버북스가 전자책 서점이 역할을 할 수 있는가이다. 장은수 대표는 "애플 아이북스가 잘 될 것처럼 보이지만, 아마존과 반스앤노블에 못 미치고 있다"라며 "서점은 독자를 위한 별도의 서비스와 마케팅을 통해서 확장되는데, 현재 네이버북스는 다른 서점과 구분되는 게 보이지 않는다"라고 분석했다.

올 상반기에 문을 열기로 한 전자책 서점이 상당수 있다. 신세계I&C와 인프라웨어, 영풍문고와 YBM이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가장 최근에는 장르소설 전문 피우리가 네모이북을 열었다. 이 외에도 교보문고와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북큐브, 리디북스, 메키아, 올레e북, 텍스토어, 리더스허브, LG리더스, U+북마켓 등이 전자책을 판매하고 있다. 이 가운데서 네이버가 출판사에 안겨줄 수익은 얼마가 될 지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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