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사업정리와 구조조정으로 우울한 2011년을 보냈던 네트워크 거인 시스코가 재기에 나섰다. 우선 50억달러라는 거금을 들여 비디오 소프트웨어 업체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3월15일(현지기준) 시스코는 비디오 플랫폼 업체 NDS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NDS는 영국 소재 기업으로 TV 셋톱박스, 디지털 비디오 녹화기(DVR), PC, 휴대폰 같은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기에서 안전하게 디지털 콘텐츠를 전송할 수 있는 기술과 애플리케이션을 보유한 업체다. 이스라엘, 프랑스, 인도, 중국을 비롯한 전세계 각지에 지사를 두고 있으며 CJ헬로비전, 현대HCN을 포함한 전세계 90개 이상의 주요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NDX의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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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수는 시스코가 2009년 30억달러를 들여 비디오 솔루션 업체인 텐드버그를 인수한 이후 진행한 거래 중 최대 규모다. 지난해 실적 개선을 위해 시스코가 6500명에 이르는 대규모 직원 해고에 나선 것에 비춰보면, 사활을 걸고 진행하는 인수합병이다. 존 챔버스 시스코 최고경영자는 “NDS 인수를 통해 한 발 더 앞서나간 콘텐츠 서비스를 클라우드 기반에서 제공하겠다”라며 “새로운 비디오 솔루션 사업 기회가 열렸다”라고 말했다. 단순한 네트워크 장비 판매로 수익을 얻는데서 그치지 않고 비디오 플랫폼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이번 발표에서 시스코는 자사 ‘비디오스케이프 스트리밍’ 포트폴리오에 NDS 기술을 포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디오스케이프 스트리밍은 지난해 소비자가전쇼(CES)에서 시스코가 발표한 핵심 사업으로 다양한 비디오 콘텐츠, 소셜미디어, 커뮤니케이션과 모빌리티 기능을 한 번에 즐기는 오픈형 TV 플랫폼이다. 클라우드, 네트워크, 클라이언트 기기를 통합된 환경에서 제공한다.

이러한 장점을 앞세워 지난해부터 시스코는 별도의 인프라 투자 없이 자사 솔루션으로 콘텐츠를 서비스할 수 있다고 통신사업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번  NDS 인수로 시스코는 한 발 더 나아가 통신사업자들이 셋톱박스 소프트웨어 부문도 신경 쓰지 않고 순수하게 콘텐츠에만 전념할 수 있게 돕겠다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케이블 관련한 장비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셋톱박스 제품인 ‘사이언틱스 애틀란타’를 갖고 있는 시스코로서는 손해 볼 것이 없는 전략이다. 굳이 자사 셋톱박스를 고집할 필요도 없다. NDS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휴맥스 같은 다른 셋톱박스 업체와의 협력도 더욱 강화할 수도 있다.

시스코코리아 관계자는 “애플TV처럼 시스코가 직접 셋톱박스를 들어서 최종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게 아니다”라며 “이미 시스코 네트워크 인프라를 바탕으로 IPTV 서비스에 나서고 있는 통신사업자들이 시스코 인프라와 최적화 된 셋톱박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게 도와줌으로써 원활한 콘텐츠 서비스를 도우려는데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인수를 통해 시스코가 얻고자 하는 것은 분명하다. 통신사업자들이 IPTV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인프라 개발에 시간 보내지 말고 단순하게 자사 솔루션을 도입해 사용하라는 것이다.

에이브 펠레드 NDS 그룹 회장 역시 “최근 통신사업자들이 부쩍 자신의 콘텐츠를 서로 다른 기기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방안 마련과 이를 위한 인프라 마련에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시스코와 NDS의 결합으로 통신사업자들은 더 이상 인프라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게 될 것”이라고 시스코와 의견을 같이 했다.

한편 이번 인수를 놓고 시스코의 선택이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더레지스터는 “비디오 플랫폼 매출이 시스코 전체 매출 구조에서 차지하는 부문이 다른 사업 부문에 비해 미비하는 점에 미뤄봤을 때, 과연 시스코가 거금을 들여 NDS를 인수한 효과가 나타날 지 걱정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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