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구글의 국내 모바일 앱 장터에 게임 카테고리가 열린 건 지난해 일이다. 애플 앱스토어는 지난 2011년 11월부터 국내 앱스토어에서 게임 카테고리 빗장을 풀었고, 구글 플레이(옛 구글 안드로이드마켓)도 이를 뒤따랐다. 모바일게임에 대해선 업체가 자율적으로 심의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이 바뀐 덕분이다.

문이 열리자 시장의 주인도 정해졌다.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두 앱 장터의 인기 모바일게임 순위를 보면 해외 모바일게임이 유독 강세다. 국내 앱 장터라고 해서 해외 모바일게임 업체의 '웰메이드' 모바일게임이 잘 나가지 말란 법은 없다. 오픈마켓의 묘미다.

헌데 이상한 일이 있다. 인기 게임은 해외 모바일게임이 주인행세를 하는데, 최고매출 앱 순위엔 국산 모바일게임이 안방을 차지하고 앉았다.

그동안 국내외 모바일게임 업체는 국내 앱 장터 게임 카테고리를 어떻게 가꾸어 왔을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가 감추고 있는 게임 카테고리의 두 얼굴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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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게임 카테고리에 해외 게임이 주인 노릇

우선 앱스토어를 살펴보자. 앱스토어 게임 카테고리에서 유료 인기 게임 순위를 살펴보면, 1위엔 핀란드 개발업체 로비오의 '앵그리버드 스페이스'가 올라 있다. 2위는 '오스모스'고, 3위는 '드워프v오크(DvO) HD', 6위엔 레이싱 게임 '아스팔트6' 등이 이름을 올렸다.

1위부터 10위까지 인기 앱 순위에 이름을 올린 국산 모바일게임은 컴투스의 '홈런배틀2' 정도다. 무료 인기 게임 순위도 게임 종류만 다를 뿐 국산 게임은 좀처럼 높은 순위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구글 플레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구글 플레이 유료 인기 모바일 게임 순위 1위는 디즈니가 만든 '스왐피'다. 이만 하면, 국산 게임 카테고리의 주인 자리를 해외 모바일게임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왜 이 같은 일이 벌어졌을까. 우선 해외 모바일게임의 높은 완성도를 꼽을 수 있다. 에픽게임즈가 서비스하고 있는 '인피니티 블레이드'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인피니티 블레이드' 시리즈는 3D 게임 제작에 특화된 '언리얼 엔진3'으로 제작됐다. 피처폰 시절 아기자기한 그래픽에 만족해야 했던 국내 게이머의 눈에 신선하게 비춰졌다.

해외에서 이미 흥행이 검증된 모바일게임이 유입됐다는 점도 해외 게임이 인기를 끄는 비결이다. '앵그리버드' 시리즈는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7억회 이상 내려받기를 기록한 게임이다. 스마트폰의 터치 조작을 적절하게 이용한 게임의 완성도도 인기몰이에 한몫을 했다.

심지어 해외 유명 게임 개발업체 일렉트로닉 아츠(EA)는 '매스 이펙트'나 '데드 스페이스'를 모바일게임으로 제작해 앱스토어에 출시했다. 높은 품질과 검증된 타이틀이라는 두 가지 장점을 모두 담고 있는 모바일게임이다.

박준승 JCE 모바일사업부 국내사업팀 팀장은 "검증된 게임은 어는 나라에서도 통한다고 생각한다"라며 "국내 앱 장터에서 게임 카테고리가 열린 지 얼마 안 된 지금 시점은 해외에서 먼저 검증된 모바일게임이 우선 자리를 잡고 있는 단계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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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스토어 게임 카테고리의 인기 게임순위와 최고 매출 게임 순위


재주는 해외 게임이, 돈은 국내 게임에

인기 게임 순위 가장 높은 자리는 해외 게임이 꿰찼다는 점은 확인했다. 하지만 돈을 잘 버는 게임은 따로 있다.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의 최고 매출 게임 순위는 인기 게임 순위와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

앱스토어에서 최고로 많은 매출을 내는 게임은 '룰더스카이'다. '타이니팜'은 4위를 차지하고 있다. 구글 플레이도 비슷하다. 1위는 '룰더스카이', 2위엔 '타이니팜'이 이름을 올렸다. 두 게임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앱 내부구매(In app purchase) 시스템을 도입한 국내 초기 소셜게임이라는 점이다.

민진홍 컴투스 사업개발실 국내사업팀 팀장은 "'타이니팜'이 나올 때만 해도 국내 모바일게임업체가 만든 소셜게임은 찾아보기 어려웠다"라며 "함께 즐겨야 하는 게임이라는 특성 때문에 국내 업체가 만든 한글 소셜게임이 초기에 시장을 잘 확보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소셜게임은 다른 게이머와 함께 즐기는 게임이다. 소셜게임은 온라인 게임처럼 함께 몬스터를 사냥하고 레벨을 올리는 과정을 거치지는 않지만, 서로의 게임 진행을 돕거나 공유하는 게임을 뜻한다.

JCE의 '룰더스카이'는 앱스토어에서 게임 카테고리가 열리기 전에 이미 엔터테인먼트 카테고리를 통해 서비스되고 있었다. 컴투스의 '타이니팜' 역시 국내 게임 카테고리 오픈 직전에 출시됐다. 발 빠른 대응으로 사용자를 먼저 끌어모을 수 있었다.

그리고 미리 확보한 게이머는 꾸준한 매출로 이어졌다. 바로 앱 내부구매 전략 덕분이다. 앱 내부구매 방식은 앱 속에서 콘텐츠나 기능을 추가할 때 돈을 내는 시스템을 뜻한다. 모바일게임에서 아이템이나 새로운 단계를 구입하도록 하는 식이다. 이 같은 앱 내부구매 시스템은 게임에 지속적인 매출을 가져온다는 효과가 있다.

박준승 JCE 팀장은 "게임이라는 콘텐츠 자체를 판매하는 유료 게임은 사용자가 게임을 구매한 이후 추가적인 매출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앱 내부구매 시스템이 도입된 게임은 매출이 꾸준히 발생한다"라고 설명했다.

앱 내부구매 시스템은 모바일게임의 라이프 사이클을 늘려주는 효과도 가져온다. 예를 들어 '앵그리버드' 시리즈는 게임 속에 이미 디자인된 레벨이 콘텐츠의 전부다. 레벨을 모두 끝낸 게이머는 '앵그리버드'를 다시 즐길 동기를 얻기 어렵다.

하지만 '룰더스카이'나 '타이니팜'은 게임을 지속적으로 즐길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한다. 게임머니로 구매할 수 없는 아이템을 유료화해서 판매하는 식이다. 소셜게임이라는 특징 덕분에 게이머끼리 거래를 하거나 함께 게임을 즐기는 등 자체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게임 속에 일종의 작은 생태계가 갖춰지는 셈이다.

앱 내부구매 시스템은 모바일게임의 라이프 사이클을 늘려주다. 덕분에 게이머는 지속적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고, 이는 다시 앱 내부구매 시스템의 매출로 이어진다. 게임 개발업체 처지에서 보면 선순환이다.

앱 내부구매 시스템을 도입하고, 게이머가 모바일게임을 오래 즐길 수 있도록 했다는 것. 앱 장터 인기 게임 1등 자리를 해외 게임에 내주고도, 국내 게임이 최고 매출 게임으로 기록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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