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는 초음파로 이야기를 나누어 수천 km를 무리지어 이동한다. 돌고래가 자기들만의 신호로 정보를 주고받듯이 스마트폰 이용자는 바로 모바일 응용프로그램(앱)으로 정보를 주고받는다. '나 여기 왔다 감'이라고 발도장을 찍을 때도 모바일 앱을 이용한다. 위치정보 서비스 '씨온'은 스마트폰족에게 돌고래의 초음파와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고 한다.

안병익 씨온 대표는 위치정보를 나누는 서비스의 장래가 밝다고 말한다. 꼭 씨온이 아니라도 말이다. 씨온은 이용자가 특정 장소에 왔다고 사진을 찍어 메모를 남긴 정보를 공유하는 서비스다. 이렇게 메시지를 올리는 과정이 체크인('씨온하기')이다.

씨온 CEO 안병익
▲ 씨온 CEO 안병익

▲안병익 씨온 대표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에 설치한 씨온 모바일 응용프로그램(앱)을 실행하면 이용자가 접속한 위치 근처에 있는 장소를 보여준다. 이 가운데 지금 있는 위치를 찾아 체크인하거나 해당 장소에 대한 평을 덧붙인다. '○ ○ 가게는 이 시간엔 붐비네요', '맛집이라고 해서 왔는데 별로예요'와 같은 정보를 공유하는 게 씨온의 특징이다.

이렇게 이용자가 '나 여기 왔어요'라고 외치는 '체크인' 서비스는 2010년부터 하나둘 눈에 띄더니 국내 포털도 뛰어드는 시장이 됐다. KTH '아임IN', 다음커뮤니케이션 '다음플레이스', SK커뮤니케이션즈 '싸이플래그'에 벤처회사가 내놓은 '런파이프', '씨온', '플레이스탭', '스캔서치' 등도 가세했다. 트위터페이스북, 미투데이는 이용자가 글을 남길 때 장소 정보도 바로 전송하는 기능을 넣었다. 이용자가 지도에 남긴 발자취를 분석하면 사람들이 몰리는 지역, 상점, 해당 상점을 찾는 사람들의 성향을 파악하는 가치 있는 데이터의 보고가 될 듯했다.

미국의 '포스퀘어'는 이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서비스다. 하지만 포스퀘어조차 이용자 수로 따지면 '카카오톡'의 2100만명(4월 첫주 기준)에 못 미친다. 포스퀘어는 전세계적으로 이용자가 1500만명이라고 밝히고 있다. 물론 각자 실제 이용자를 파악하는 방법에 차이는 있을 것이다.

기대보다 체크인 서비스 성과가 시원찮다는 의문이 드는 가운데 씨온은 2011년 12월 유료 서비스를 들고 나왔다. 그리고 이용자가 체크인을 열심히 하면 포인트를 주고 나중에 현금으로 돌려주는 서비스를 3월15일부터 시작했다. 상점에는 돈을 받고, 이용자에게는 혜택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싸이월드와 미국 페이스북이 상점쪽에 돈을 요구하지 않는 전략과는 대조적이다.

씨온샵
▲ 씨온샵

▲아이폰에서 씨온을 실행해 씨온샵을 이용할 때 모습


"유료화에 대한 고민은 정말 많이 했다"라고 안병익 대표는 씨온샵과 포인트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무료로 서비스를 운영해 많은 가맹점에 혜택을 주면 서비스가 활성화한다는 이야기가 일반적이지요. 그런데 저는 관점이 다릅니다. 상점들이 비용을 들여 투자하지 않으면 해당 서비스를 활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상점이 서비스에 돈을 냈다면,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 아닐까요. 저는 그런 분들 덕분에 씨온이 활성화할 것으로 봅니다."

안병익 대표의 말 대로라면 씨온은 상점에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보다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지금 상점이 씨온에 입점해 할인쿠폰을 발행하거나 이용자에게 별도 혜택을 지급하려면 3개월 20만원, 6개월 30만원, 1년 50만원을 내야 한다. 가게 이름으로 단골이나 예비 고객을 만나는 데 드는 비용이다.

2010년 8월, 출시 이후로 씨온은 200만회 내려받기를 기록했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씨온에 접속하는 이용자는 40만명이다. 이 정도 수치이면 상점들이 20~50만원 들여 이용할 가치가 있는 것인지 여전히 의문은 든다. 안병익 대표는 "포스퀘어도 그렇고 씨온에서도 이용자 글이 올라오는 게 전부가 아니다"라며 "사용자 대부분은 이곳에서 캡틴(해당 장소에 체크인을 많이 하면 얻는 직책)이 되기 위해 또는 등급을 올리기 위해 게임을 하고 있다"라고 대답을 대신했다. 포스퀘어 이용자 절반이 체크인을 생활화하는 것처럼 씨온 이용자도 자기 발자취를 남기는 데 적극적이라는 이야기다.

현재 씨온에 이용자가 쌓은 데이터는 30만 건이다. 여기에는 체크인과 체크인하며 남긴 사진이나 글도 포함된다. 특히, 지역을 바탕으로 한 상거래 플랫폼으로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지역적 특색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외국의 서비스보다 그 나라에서 나온 서비스가 더 강점을 지닐 수 밖에 없다는 게 안병익 대표의 생각이다.

안병익 대표 말은 이용자 수가 다른 서비스에 많지 않더라도 서비스를 열심히 쓰는 이용자를 봐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적극적인 이용자가 쌓아둔 정보 덕분에 체크인하지 않는 이용자에게도 씨온이 유용한 서비스가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안병익 대표는 이용자가 "상점이나 식당에 가기 전에 씨온에서 글을 확인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렇게 되면 씨온도 1천만 이용자를 모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부푼 꿈도 꾼다.

안병익 대표는 씨온에 쌓이는 데이터를 이용자뿐 아니라 마케터에게도 제공할 그림을 그리고 있다. 씨온을 2010년 5월 설립하면 만든 소셜컴퓨팅 연구소를 이제는 가동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장소와 체크인 데이터를 남기는 이용자의 성별이나 글 속에 담긴 의미를 분석하는 식이다.

"이용자의 패턴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겁니다. 지금의 소셜분석은 긍정과 부정, 마케팅했을 때의 효과 정도를 나타내는데 체크인 서비스에서는 조금 더 고도화가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당 장소에 이용자가 체크인하게 해야 합니다. 땅따먹기 놀이를 통해서라도 체크인해야지요. 그게 이용자 수보다 더 중요한 데이터입니다. 스타벅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자주 가는 영화관처럼 다른 업종 간 이용 패턴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용자가 데이터를 쌓게 하려면 혜택을 제공할 상점이 많아야 하는데 씨온은 갈 길이 너무 먼 게 아닐까. 돈을 내고 씨온샵을 등록한 상점은 3개월여간 200곳이 모였다.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할 곳에 상점들이 더 몰리면 안병익 대표가 구상한 그림은 모래 위에 지은 성이 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의혹에도 안병익 대표의 의지는 굳건하다.

"후발 주자가 상점을 위해 가격을 낮추거나 무료로 내놔도 시장은 변하지 않을 거예요. 현재 네이버가 지역 광고를 하는데 후발 업체들이 해당 서비스를 무료로 내놓는다고 해서 사람들이 쓸까요? 가격에 관한 부담보다는 가치 형성이 먼저 돼야 합니다. 10만원이냐 공짜이냐가 아니라, 실제 이용했을 때 얻을 가치가 무엇인지가 중요합니다."

안병익 대표는 KT연구개발원에서 지리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사내벤처로 한국통신정보기술을 만들어 2000년 '포인트아이'로 독립 설립했다. 2006년 포인트아이를 상장한 뒤 2009년 매각했고, 2010년 5월 씨온을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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