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1일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방송사들의 출구 조사는 보기좋게 빗나갔다. 70억원이나 들였다는데 매번 헛발질이다. 많은 미디어들이 진행하는 사전 선거 여론 조사도 그리 신빙성이 높지 못했다. 정치 분야와 관련된 여론 조사의 위기다. 민심을 정확히 읽어내지 못하면 못할수록 정당은 불안감에 빠진다.

정치권이 민심을 읽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유사하게 많은 기업들도 자사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고객들의 마음을 알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방식은 다르다. 어떤 제품을 고객들이 선호하고 어떤 서비스를 원하는지, 현재 제품과 서비스가 어떤 형태로 개선되길 원하는 지 등등 기업들은 다양한 설문을 통해 시장을 읽어내길 원한다. 그런데 문제는 시간과 돈이다. 방문 방식의 경우 그 결과가 나오기까지 3주 이상 걸린다. 또 비용도 1천 만원이 기본이다. 항목이 늘어나면 그 액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자신들이 기획한 안에 대해 사전에 시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실시간 모바일 설문조사 서비스인 오픈서베이를 제공하는 아이디인큐는 바로 이런 기업 실무자들의 고민을 파고 들었다. 아이디인큐는 오픈서베이스를 통해 설문 조사를 하고 싶어하는 고객들이 자신들이 설문을 만들 수 있도록 했고,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앱인 오베이를 다운받은 이들은 패널로 참여, 참여한 설문 조사에 따른 적립금들을 기프트권으로 교체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모바일 앱을 이용한 설문 조사로, 속도는 100배 빠르고 가격은 기존 대비 10분의 1이라는걸 강조했고, 패널들은 참여한 만큼의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걸 강조했다.

김동호 아이디인큐 대표는 "저희는 상당히 고비용 구조의 설문 조사 시장을 IT 인프라와 모바일 앱을 통해서 매우 저렴하면서도 빠른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시장으로 바꾸고 싶습니다. 설문 조사 시장도 롱테일 이론이 잘 통할 것 같습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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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elvin-20120411-Bloter


그들이 만한대로 가격과 설문 조사 결과를 받아볼 수 있는 시간은 정말 짧았다. 김동호 대표는 인터뷰 도중 직접 자신의 서비스를 통해 블로터닷넷 관련한 설문을 진행했다. 설문은 총 3가지로 "다음 IT 미디어들 중 인지하고 계신 곳을 모두 선택해주세요. 다음 IT 미디어들 중 컨텐츠 면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곳을 선택해주세요. 블로터닷넷에게 건의하고 싶은게 있다면 편히 말씀해주세요."였다.  인터뷰 중간 중간 김동호 대표는 얼마나 많은 이들이 참여하는 지 알려줬다. 정말 말 그대로 실시간으로 설문 조사 결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패널 500명에게 묻는 것이었는데 가격은 25만원 밖에 안들었다. 물론 비용은 한번 해보라고 부추긴 아이디인큐가 지불했지만.

그 결과가 재밌다. 블로터닷넷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은 대부분 남성들이었다. 여성들은 블로터닷넷에 대한 인지도가 낮았다. 이 결과를 회사에 알려줬더니 이희욱 편집장이 "블로터닷넷은 IT 미디어 업계의 구글 플러스인가"라면서 웃었다. 구글이 야심차게 밀고 있는 구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구글 플러스의 사용자들 대부분이 남성으로 알려져 있다. 꽃들은 없고 벌떼만 떼거지로 윙윙거리고 있으니 대중화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설문 조사 결과 이런 고객 성향을 알게 된 것이 상당히 유익했다.

이런 것이 바로 자사의 경쟁력이라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한번 만들어 놓으면 아이디인큐 내부적으로 인건비가 별도로 들어가지 않는다. 대신 수요는 많다. 한 중견 기업의 경우 초기 설문 서비스를 한번 사용해보고 2주간 4번을 더 사용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0.1%의 기업이 활용하던 설문 조사 시장을 99.9%의 고객들에게 개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는 이유다.

아이디인큐의 아이디어와 사업성이 주목을 받은 것일까? 지난 3월 20일 경 벤처캐피탈인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스톤브릿지는 공동으로 15억원을 아이디인큐에 투자했다. 지난해에는 신현성 권기현 티켓몬스터 창업자들로부터 5000만원의 투자도 받았다.

투자를 담당한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위현종 책임 심사역은 “투자에 앞서 대기업, 학계, 언론계 등 다양한 계층의 소비자들을 인터뷰한 결과 저렴하고 빠르면서 신뢰성 있는 서베이에 대한 요구가 매우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오픈서베이는 중장기적으로 다양한 의사 결정 방식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혁신적인 서비스라고 생각한다”고 투자의 배경을 설명했었다.

아이디인큐는 오픈서베이라는 설문 조사 서비스에 관심을 갖기 전, 대학생 대상의 중고책 매매 서비스를 만들었다. 원서는 비싸고 지갑은 얇은 자신들이 처지랑 비슷한 전국의 대학생들의 고민을 좀 해결해보자는 취지였다. 그러고 보니 IT를 통해 일상 생활이나 혹은 기존 사업을 좀더 개선시켜 나갈 수 있는 분야에 이들은 관심이 많은 것 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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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DINCU-20120411-Bloter


사진 왼쪽부터 조영수 (디자이너), 정선영 (SW 엔지니어), 김도진 (프로덕트 매니저), 정다미 (리서처), 최어빈 (SW 엔지니어)


그렇지만 이 시장엔 누구나 쉽게 진입할 수 있지 않을까. 많은 설문 조사 업체들이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적극적으로 이를 활용한 것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이에 대해 김동호 대표는 "저희 서비스의 경쟁력은 고도의 대용량 처리 시스템입니다. 1천개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기존에는 2~3주가 걸렸다면 저희는 1분에 여러개의 설문을 등록하고 자동 결제하고 나면 바로 응답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푸시 메시지도 막무가내로 보내는 게 아닙니다. 15가지의 변수들을 고려해서 보냅니다. 최근에 가입한 이들과 오랫동안 저희 서비스 패널로 참여한 이들에게 모두 동일하게 다가가지도 않습니다. 웹사이트도 세달 동안 70번이 업데이트되었습니다. 그만큼 시스템을 빠르게 개선해 나가고 있습니다. 온라인 설문보다 10배 정도 빠를 것이라고 내부에서 예측해 봤는데 그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100배는 빨랐습니다. 그리고 설문 조사의 방법론 등은 대형 업계에 몸을 담았던 산업계 전문가분을 영입해서 작업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아이폰 앱도 3달간 12번 업데이트 했다고 덧붙였다.

패널들의 경우 참여한 만큼 마일리지 같은 것이 쌓이고 이를 기프트권으로 바꿀 수 있어 좋지만 시도 때도 없이 날라오는 푸시 문자는 짜증스러울 수 있다. 아이디인큐는 이 대목도 고객들에게 선택하도록 했다. 모든 설문에 참여할 수 도 있고, 일주일에 원하는 횟수의 설문에 참여토록 했다.

이들은 국내 시장 뿐아니라 미국 시장 진출도 이미 진행하고 있다. 너무 빠른 게 아닐까. 아이디인큐는 벤처가 모험을 선택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듯이 자신들도 이런 위험을 무릎쓰고 미국 시장에 도전한다고 전했다. 원래 올 여름 정도에 진출하려고 했는데 1월 말 채용 공고를 보고 한국계 미국인이 연락이 왔고 일하고 싶다고 해서 면접을 보고 결정했다. 아는 지인 한명도 미국 지사에서 파트 타임으로 일하겠다고 힘을 보탰다. 미국 시장은 현재의 모습대로 진출하는 건 아니란다.

설문조사의 대중화를 표방하고 나선 아이디인큐. 과연 어떤 차별화된 서비스로 미국 시장에 진출할 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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