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DB를 사와서 무료로 검색 결과를 제공했는데요. 돈을 내고 살 수 있는 콘텐츠도 검색에서 보여주는 식으로 바꿔보려고 합니다."

NHN은 모바일 응용프로그램(앱) 오픈마켓 '네이버 앱스토어'와 전자책 서비스 '네이버 북스', 음악 서비스 '네이버 뮤직', VOD 서비스 '네이버TV' 등으로 이루어진 디지털 콘텐츠 통합 장터 'N스토어'를 상반기에 출시한다고 5월23일 출사표를 던졌다.

뜬금없이 앱스토어는 왜 만들고, 디지털 콘텐츠는 왜 한데 모으는 걸까. 원만호 NHN 모바일플랫폼서비스 실장은 "줄곧 생각했던 모습"이라며 입을 뗐다. N스토어는 디지털 콘텐츠와 모바일, 플랫폼, 외부 개발사와의 관계 등 NHN의 최근 고민이 뒤섞인 서비스인 눈치였다.

NHN 원만호 모바일플랫폼서비스 실장
▲ NHN 원만호 모바일플랫폼서비스 실장

▲원만호 NHN 모바일플랫폼서비스 실장


'N스토어', 왜 만들었나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를 NHN이 처음 하는 것도 아닌데 '왜이리 호들갑이야'라고 N스토어를 바라보는 독자도 있을 게다. NHN은 '네이버 뮤직', '네이버 북스', '만화', '영화' 등을 통해 음악과 전자책, VOD 등을 유료로 판매하고 있다. 독자적으로 운영하던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를 N스토어로 모으는 이유부터 궁금하다.

원만호 실장의 대답은 간단했다. "디지털 콘텐츠는 모아서 팔아야 서로 시너지가 난다"라는 거다. 주제별로 나누지 않고, 플랫폼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필연적으로 스토어가 가는 방향"이라는 게 원만호 실장의 설명이다. 그의 말마따나 애플, 아마존, 구글, T스토어가 디지털 콘텐츠를 모아서 팔고 있다. 그런데 이 가운데 네이버와 서비스 영역이 겹치는 곳은 없다.

질문을 바꿔야겠다. 네이버는 왜 디지털 콘텐츠 판매에 눈을 돌릴까. 원만호 실장은 "콘텐츠 제공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으로 답을 대신했다. 매출을 올리는 게 목표이겠지만, 한편으로 이용자에게 잘 노출되는 공간도 필요하다고 원만호 실장은 설명을 덧붙였다. 그걸 잘 하는 게 네이버라는 뜻이 숨어있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인 것일까. 원만호 실장은 "시장이 작은데 들어갔다가는 어려움을 겪는 게 디지털 콘텐츠 유통 서비스"라며 "네이버의 정보 유통력을 통해서 지금의 유통시장보다 더욱 큰 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있고, 이것이 유료 콘텐츠를 찾는 이용자와 콘텐츠 제공자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이 적기라는 말이다.

"지속가능한 서비스라면 언제든지 시장이 형성되면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모바일은 어느 정도 그게 증명됐기 때문에 늦었지만, 가려고 합니다."

모두가 바라는 시기가 지금이라지만, 그렇다고 NHN이 N스토어로 당장 수익을 기대하진 않는 모양이다. "N스토어에서 판매될 제품은 싸면 1천원, 비싸면 3천원에서 1만원 정도일 텐데요. 이용자가 검색해 디지털 콘텐츠를 사서 보거나 N스토어에서 순위를 보고 유료 콘텐츠를 사고, 이 과정에서 네이버 마일리지가 쌓여 그걸로 디지털 콘텐츠를 다시 사는 경험을 천천히 주려고 합니다."


▲네이버 N스토어의 내서재


'N스토어'의 바탕엔 '네이버 미'가 있다

N스토어는 네이버 미를 이용자 개인의 콘텐츠 허브로 만들 생각인 모양이다. 네이버 미는 2010년 12월 공개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의 개인화 서비스로 e메일, 블로그, 카페, 캐스트, 가계부 등 네이버의 각종 서비스를 이곳에서 이용하게 만들어졌다. N스토어에서 구매한 콘텐츠는 네이버 미의 내서재에서 모아보게 한다는 게 지금 계획인데, 원만호 실장에게 N스토어를 네이버 미와 결합한 까닭을 들어보자.

"네이버 미가 나오기 전 디지털 콘텐츠가가 나의 공간에 들어오는 모습을 그렸는데요. 이용자의 사진과 파일, 문서를 보관하고 디지털 콘텐츠를 언제든지 꺼내서 보는 곳으로 구상했습니다." 이용자가 네이버가 제공하는 콘텐츠를 한데 모아서 이용하기 좋게 만들어진 게 네이버 미라는 건데, PCC 'N드라이브'는 네이버 미에 이용자 개인 파일을 넣을 방법을 떠올려 시작됐다는 게 원만호 실장의 설명이다.

로그인해야 쓸 수 있는 네이버 미 이용자가 많을까 싶은데 원만호 실장은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네이버 미에 가면 방금 받은 e메일이 보이고, 조금 전에 쓴 메모장, 오늘 할일이 나타납니다. 이용자가 각 서비스 페이지를 방문하지 않아도 되게 하지요. 만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TV프로그램을 보려고 할 때 서비스가 흩어져 있으면 이용자가 소비하기 어렵습니다. 그 대신 네이버 미의 내서재에 다 모여 있으면 콘텐츠 이동하는 게 쉬워지고, 여러 앱을 띄울 필요 없이 바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이용자가 네이버 미를 방문할 이유가 생깁니다."

이용자는 네이버 미를 통해 모바일에서든 PC에서든 편리하게 콘텐츠를 즐기게 되면 네이버는 이용자가 잘 소비하고 구매하는 영역을 제공한 셈이 된다. 물론 이 시나리오대로 네이버 미와 N스토어가 작동한다고 하여 매출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NHN은 네이버 미에는 광고를 집행할 계획도 없다. 원만호 실장은 "티빙이나 T스토어에서 사는 것보다 '네이버에서 사면 다 모여 있네'라는 가치를 제공하는 게 네이버 미에 기대하는 바"라고 설명했다.

네이버 앱스토어
▲ 네이버 앱스토어


▲네이버 앱스토어 예시화면


N스토어, 디지털 콘텐츠 독점 신호탄 될까

지금 네이버는 모바일에서 카카오에 밀리고 다음커뮤니케이션보다 속도에서 한발짝씩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지만, PC에서는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N스토어는 모바일 앱으로 먼저 출시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PC는 꽉 잡았으니 모바일을 공략하겠다는 심산인 걸까. 이렇게 추측하니 NHN이 모바일에서도 독주를 꿈꾸는 것으로 보인다.

원만호 실장은 "N스토어는 후발 주자"라며 "판매할 콘텐츠는 콘텐츠 제공자에게 받는 것이고, 이들은 대체로 다른 유통사에도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어 N스토어가 독점적 지위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라고 말했다.

N스토어는 기존 통합 스토어인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 T스토어보다 더 열린 장터라고 원만호 실장은 강조했다. 먼저 결제 수단을 강제하지 않는 특징을 꼽았다. N스토어는 네이버 코인네이버 마일리지를 주요 결제 수단으로 둔다. 네이버 앱스토어에서는 이 두 가지 결제 시스템으로 유료 앱을 판매하고 앱내부결제를 도입할 수 있는데 앱 개발사가 다른 결제 모듈을 원하면 얼마든지 쓸 수 있다.

애플은 자사의 결제 모듈로만 유료 앱을 팔고 앱내부결제를 서비스하게 했고, 구글은 아직 강제하지 않지만, 구글 플레이에서 자사의 결제 모듈을 쓰라는 규정을 뒀고, T스토어는 네이버북스와 네이버뮤직이 SK텔레콤쪽의 결제 모듈을 쓰지 않는다고 승인하지 않은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개방적이라는 게 원만호 실장의 설명이다.

원만호 실장은 N스토어의 '네이버 앱스토어'에 등록하지 않은 앱도 이용자에게 추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쟁사의 결제 모듈을 도입한 앱이라고 해서 앱 등록을 거부하지도 않을 생각이다.

문제는 모바일에서 영향력

네이버 앱스토어만 놓고 보면 '네이버는 모바일에서 카카오톡보다 인기가 없는데 과연 N스토어가 앱 개발사를 끌어올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든다. NHN은 지금 제 코가 석자인 상황 아닌가. 웹사이트 첫 화면에 '라인'과 '네이버 카메라', '네이버 북스' 등을 광고하지만, 서비스 3년차 카카오톡을 따라잡지 못했다.

"웹에서 아무리 노출해도 앱으로 도달하지 않는 것은 고민입니다. 그래서 PC에서의 트래픽을 기반으로 웹에서 발견하고 폰으로 내려받는 '웹투폰' 시나리오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것만으로 N스토어로 외부 개발사를 불러올 수 있을까.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할 때마다 '네이버가 따라 내놓으면 어떻게 할래'란 단골 질문이 있을 정도로 바깥에서 네이버를 바라보는 시선은 따갑다.

원만호 실장은 "20개나 되는 앱을 만드는 데 집중해 네이버가 플랫폼 역할을 하며 다른 개발사와 커 가는 모습을 고민하지 못했는데, 네이버 앱스토어를 준비하다 보니 우리 혼자만으로는 생태계를 만들기 어렵고 같이 커야 한다는 걸 알았다"라며 "외부 개발사에 장터를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네이버 앱스토어를 통해 가치를 줘야 이용자도 가치를 얻을 것"이라고 외부 업체와 함께 크겠다는 뜻을 밝혔다.

NHN은 네이버 서비스만 쓰고 있는 네이버 계정을 연동해 회원가입을 대신하는 네이버커넥트(가칭) API를 6~7월께 내놓고, 각종 서비스 API도 추가 공개할 방침이다.

N스토어는 6월 초순께 모바일웹으로 출시돼 하반기에는 PC에서도 서비스될 예정이다. 오픈마켓으로 꾸려지는 네이버 앱스토어는 현재 개발자센터 웹사이트카페를 열었고 앱 등록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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