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동안 이어진 애플의 폐쇄적인 개발 정책이 바뀔지 모르겠다. 애플 공동창업자인 워즈니악이 시드니에서 진행된 애플 행사에 참석해 애플의 개발 환경도 개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소재 IT 소식지인 'IT뉴스'는 "워즈니악이 더 나은 애플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플랫폼을 개방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의사를 보였다"라고 전했다.
그동안 애플은 폐쇄적인 개발 생태계를 구사해왔다. 개발자가 함부로 iOS를 살펴볼 수 없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앱스토어에 앱을 등록하려면 애플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애플이 허락하지 않은 애플리케이션은 설치할 수 없다. 심지어 제품을 만들 때도 이용자가 꼭 필요로 할 거라고 생각되는 기능만 엄격히 제한해 넣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완벽하게 제어해 완벽한 제품을 고객에게 선보이겠다는 생각에서다.
"애플의 제한적인 프로그래밍 소스코드 공개는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경쟁업체의 개방적인 플랫폼 정책이 서드파티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들의 생태계를 만든다는 점에서 분명 애플은 개방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애플의 경쟁 개발 플랫폼으로 손꼽히는 건 구글과 페이스북이다. 이들은 애플과 달리 자신들의 핵심 아키텍처를 개발자들과 공유하면서 생태계를 구축해 나간다. 서드파티들은 개발 도구를 활용해 이들 플랫폼과 연계해서 쓸 수 있는 앱을 개발한다.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공유하는 과정이 애플처럼 내부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외부와 상호작용을 통해 발생한다.
애플에게 구글과 페이스북처럼 플랫폼을 모두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건 아니다. 워즈니악은 아이패드에 쓰인 프로그래밍 언어가 공개될 경우의 부작용도 지적했다. 소스코드를 공개하면 애플의 의도와 다른 제품이 나오고, 이로 인해 이익을 보는 회사도 등장할 지 모른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즈니악이 '애플 개방'을 외치는 이유는 모바일, 태블릿, TV 등 다양한 기기로 플랫폼이 확대되는만큼 애플도 이에 맞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애플의 폐쇄적인 정책이 애플 기기간 공유 기능을 높였을지는 모르지만, 애플 외 서비스엔 벽이 높은 만큼 경계를 허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워즈니악은 애플 제품의 일부 사용자들은 '탈옥'이라는 과정을 거쳐 iOS와 맥 운영체제에서 벗어나고 있는 만큼, 이 탈옥 과정이 필요없을 정도로 플랫폼을 개방하면 괜찮을 것 같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고 스티브 잡스는 굉장히 훌륭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애플2를 선보이면서 오로지 2개의 슬롯만을 원했지요. 8개의 확장 슬롯과 외장형 스토리지를 추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타협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이런 정책에서 벗어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잡스는 한 번도 엔지니어링을 한 적이 없습니다. 프로그램밍을 짠 적도 없지요. 더 나은 생태계를 위해서 애플이 무엇을 더 고려하면 좋을 지 생각해 볼 때입니다. 개방하면 품질 저하가 일어날 것 같다는 생각은 이제 옛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