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런던올림픽 웹페이지는 신기하다. "우리가 만들었어요"라고 홍보하는 것도 벅찰 텐데 최대한 '네이버 색깔'을 뺐다. 네이버가 만들었는데 초록색 'NAVER' 로고도 안 보인다. 웹페이지 맨 밑에 있는 'NHN' 저작권 표시와 화면 왼쪽에 있는 '네이버는 대한체육회 공식후원사로 런던올림픽을 응원합니다'란 문구만이 네이버가 만들었다는 걸 짐작케한다.

게다가 런던올림픽은 7월27일에 시작하는데 네이버는 일찌감치 올림픽 웹페이지를 열었다. NHN이 런던 올림픽 페이지를 마련했다고 알린 때가 5월31일이니 서둘러도 너무 서둘렀다. 방문자를 최대한 끌어오려면 개막 직전에 여는 게 낫지 않았을까. 그래야 경기 생중계나, 현지 소식, 기사 등 풍성한 볼거리로 가득 채울 수 있으니 말이다.

금현창 NHN 스포츠서비스실 실장은 "런던 올림픽을 빨리 알려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을 시작했다. 지금 네이버에서 '뉴스→스포츠→런던올림픽'으로 방문하면 런던올림픽 페이지가 나온다.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읽을거리를 미리 마련한 일종의 소개 페이지다.

네이버 런던올림픽 준비팀
▲ 네이버 런던올림픽 준비팀

▲성하경 스포츠서비스개발팀 차장과 변성일 포털UX1팀 팀장, 금현창 스포츠서비스실 실장, 이면주 스포츠서비스관리팀 팀장.


"국내 미디어가 런던올림픽에 관한 기사를 쓰기 시작하는 건 개막 직전이지요. 저희는 기존 미디어보다 빠르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곤, 어떤 형식으로 전달할지 고민했습니다. 지금 네이버 뉴스나 스포츠에서 보이는 식으로 제작할지, 아니면 다른 모습으로 보여줄지를 고민한 거죠."

네이버 스포츠팀은 대한체육회를 후원하고 있어, 런던올림픽 소개 페이지를 미리 열기로 했는데 '어떻게'라는 고민에 빠졌던 모양이다. 올림픽 26개 종목 중에는 비인기 종목도 있고, 관심을 못 받는 선수들도 있다.

이면주 스포츠서비스관리팀 팀장은 "수영이나 유도 등 유명 선수가 있는 종목은 기사가 많이 나오지만, 대표선수가 출전하는지도 모르는 종목도 있다"라며 "개막 전에는 올림픽에 관한 관심이 없는 편인데, 우리는 선수들이 지금 훈련을 열심히 하는 상황을 알려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종목과 선수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춘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게 고민 끝에 나온 게 지금 모습이다. 네이버 런던올림픽 페이지는 콘텐츠가 쌓이는 게시판 대신 경기 종목을 좌우로 찾아서 보는 식으로 만들어졌다. 인기 종목을 가리지 않고, 모든 종목에 같은 비중을 두고 보여주려는 생각에서다.

"'근대5종'이라는 경기에 관한 기사가 오후 4시에 올라왔다고 가정해볼까요? 기존 방식대로면 10분 뒤 박태환 선수에 관한 기사가 나오면 이 기사는 묻힐 겁니다. 이번 런던올림픽 페이지는 몇몇 인기 종목에 비인기 종목은 관심을 덜 받는 패턴을 깨는 설계 방식으로 제작했어요. 종목마다 같은 가치를 주려고 한 거죠."

금현창 실장은 네이버스럽지 않은 디자인이라는 평가에 '그렇다면 성공했다'라고 대꾸했는데 기존 네이버 스포츠 서비스와도 차별을 두고 싶었단 뜻으로 풀이된다. 잡지의 특집 기사처럼 보이는 런던올림픽 페이지도 사진, 글, 동영상만 따로 떼어내 기존 네이버 스포츠 서비스에 넣으면 특별하게 보이지 않을 거란 설명도 덧붙였다.

국가대표 선수 중 가장 인기가 많은 축구나 수영과 같은 종목 대신 근대5종, 복싱, 펜싱 등 비인기 5개 종목으로 런던올림픽 페이지를 마련한 것도 흥미롭다. 태권도, 체조, 하키, 탁구, 유도, 배드민턴 등 9개 종목으로 늘었다. 금현창 실장은 "26개 종목 관련 단체에 연락했을 때 제일 먼저 연락오는 데가 어디겠느냐"라며 비인기 종목부터 공개된 이유를 귀띔했다. 연락은 한꺼번에 돌렸는데 가장 먼저 답이 온 곳이 취재 열기가 조금 덜한 곳이었다. 그 덕분에 런던올림픽 페이지는 이들 종목부터 노출되고 있다.

사실 이런 식으로 웹페이지를 디자인하는 게 색다른 건 아니다. 네이버가 처음으로 고안한 독창적인 방식도 아니다. 네이버가 마련한 웹페이지 중 'N스토어' 소개 페이지도 비슷한 모습으로 제작됐다. 금현창 실장은 네이버 스포츠 콘텐츠 중에서는 이 방식을 사용한 게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개발을 맡은 성하경 스포츠서비스개발팀 차장은 "이벤트 개발시엔 기존 코드를 재활용하곤 하지만 이번 런던올림픽 준비 페이지는 새로 개발했는데, 첨단 기술은 아니고 이미 나온 기술을 가지고 만들었다"라고 런던올림픽 준비 페이지를 만든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동안 네이버 스포츠 서비스는 고화질이 아니면 액티브X가 아니어도 보이게 했는데요. 런던올림픽 준비 페이지는 디자인을 고려해 동영상은 플래시 플레이어로 보여주기로 했어요."

성하경 차장은 무덤덤하게 말했지만, 금현창 실장과 이면주 팀장은 "스포츠 개발팀은 사내에서 가장 우수한 개발팀"이라고 추켜세웠다. 블로그나 카페처럼 공개 시점을 하루 이틀 미뤄도 되는 서비스가 있는가하면 스포츠는 개막일이나 경기 시간에 맞춰서 서비스해야 하기 때문에 개발팀의 수고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두번 호흡을 맞춰본 눈치가 아니었다.

런던올림픽 페이지를 마련하며 네이버 스포츠팀은 이 디자인과 어울리는 광고를 물색했다고 한다. 스포츠쪽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어떤 광고를 실을지부터 고민하는데 이번에는 선수들을 응원하는 콘셉트에 맞고 런던올림픽과 대한체육회를 후원하는 광고를 기준으로 물색했다고 한다. 그리고 광고를 런던올림픽 엠블런과 어우러지게 보이는 데도 신경을 썼다고 하니, 준비 페이지를 두고도 네이버가 런던올림픽에 꽤나 공을 들이는 눈치다.

인기 있는 경기는 새벽에도 트래픽이 몰릴 테니 당연한 것일까. 일부 경기는 새벽에 진행돼도 트래픽이 꽤나 몰릴 것이라고 금현창 실장은 말했다. 금현창 실장은 "중계방송은 협의 중인데 최종 결정되진 않았다"라면서 "중계방송하면 엄청난 트래픽이 발생할 텐데 프로야구보다 더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준비 중"이라고만 귀띔했다. "관건은 박태환, 이용대, 장미란 선수와 국가대표 축구 경기가 어느 시간에 진행되느냐입니다. 일단은 새벽 1시부터 4시 사이 트래픽이 절정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중계권도 PC-스마트폰-태블릿PC 모두 확보하는 걸 목표로 이야기 중이라고 한다.

7월27일 런던올림픽 개막이 다가오면 지금 페이지는 런던올림픽 소식을 전하는 웹페이지와 합쳐질 예정이다.

네이버 런던올림픽 2012 준비 페이지
▲ 네이버 런던올림픽 2012 준비 페이지

▲런던올림픽 2012 준비 페이지


네이버 베이징올림픽 2008
▲ 네이버 베이징올림픽 2008


▲베이징올림픽 2008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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