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은 이미 흔한 물건이 됐다. 태블릿 PC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홈 엔터테인먼트 시스템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사진을 바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올릴 수 있도록 카메라가 네트워크 기능을 품는가 하면, 얼굴에 쓰는 형태의 스마트 안경도 제작 중이다.

IT 기기가 어디까지 진출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다음 목표는 정해진 것 같다. 자동차 산업이다. 기술력과 서비스를 갖춘 IT 업체는 이미 자동차의 대시보드 모양을 바꾸고 있다. 어쩌면 자동차 산업 분야는 IT업계가 손을 뻗칠 수 있는 가장 큰 서비스 플랫폼이 될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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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mart_car_ms_1_500


MS와 포드의 '머스탱' 콘셉트 자동차 (사진: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MS)가 활발하게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MS는 자동차에 MS의 모든 서비스를 내장하겠다는 포부다. '프로젝트 디트로이트'가 대표적이다. 프로젝트 디트로이트는 미국의 자동차 생산기지 디트로이트에서 이름을 따왔다. 디트로이트 자동차 산업의 상징이자, 자동차 공장을 갖고 있는 포드와 함께 콘셉트카를 제작하기도 했다.

MS와 포드가 함께 만든 자동차는 포드의 '머스탱' 모델이다. MS는 머스탱 내부를 화려하게 꾸몄다. 동작인식 센서 '키넥트'와 윈도우, 윈도우폰은 물론 빙 검색엔진과 애저, 윈도우 라이브까지 담았다. 포드 머스탱이 1톤짜리 개인용 IT 기기가 된 셈이다.

각각의 MS 서비스가 머스탱 안에서 어떻게 동작하는지 살펴보자. 콘셉트 자동차이긴 하지만, 당장 포드 매장에 진열돼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현실적인 기능이 눈길을 끈다.

우선 키넥트가 여러모로 쓰인다. 머스탱 앞뒤에 키넥트를 설치해 운전자가 자동차 밖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주시할 수 있도록 했다. 키넥트는 자동차 대시보드에도 설치됐다. 운전자가 손짓으로 자동차의 기능을 조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라디오나 CD플레이어 등 엔터테인먼트 시스템부터 내비게이션에 이르기까지 키넥트가 쓰일 수 있는 분야는 다양하다. 운전자는 운전에 더 집중할 수 있고, 머스탱의 기능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MS 빙맵은 내비게이션으로, 윈도우와 윈도우폰은 머스탱과 사용자를 연동해주는 식으로 쓰인다. 키넥트가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 수도 있으니 손짓이 아닌 음성으로 머스탱을 조작할 수도 있다. 생산은 포드가 맡아 자동차로 만들어졌지만, 흡사 MS 운영체제(OS)가 올라간 제조업체의 PC 산업과 비슷한 모양새가 아닌가. 자동차 산업도 MS의 제조업체 생태계에 포함될 가능성이 적잖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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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mart_car_ms_3_500


포드 '머스탱' 곳곳에 MS의 기술이 녹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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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s_car_8_500


지난 1월 미국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2'에서 소개된 기아자동차의 '유보' 서비스.


국내에서는 현대기아자동차가 MS와 협력관계에 있다. 현대자동차의 신형 '산타페'에 탑재된 '블루링크'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블루링크 서비스는 인터넷을 이용하거나 자동차에 탑재되는 내비게이션과 결합된 자동차 종합 정보 시스템이다. 운전자가 자동차 안팍에서 일어나는 일을 제어할 수 있게 돕는다. 기아자동차에는 MS 시스템에 기반을 둔 '유보(UVO)'라는 서비스가 탑재되기도 했다.

MS만 이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진 않다. 애플도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자동차 산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 애플은 미국 현지시각으로 지난 6월15일 막을 내린 '세계개발자대회(WWDC) 2012'에서 스마트카 전략을 살짝 내비쳤다.

애플은 시리를 자동차 속으로 밀어 넣었다. WWDC 2012 첫날 iOS6 부문 기조연설을 맡은 스콧 포스톨 애플 수석부사장은 시리가 탑재된 자동차를 가리켜 "아이프리 시대를 열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운전대에 시리를 불러낼 수 있는 버튼을 달아 운전 중에도 시야를 옮길 필요 없이 시리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애플은 WWDC 2012에서 앞으로 20여개월 이후면 시리 버튼이 달린 자동차를 볼수 있을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애플과 협력하기로 한 자동차 업체는 독일 BMW와 아우디, 벤츠를 비롯해 미국 포드, GM, 일본 도요타와 혼다 등이다. '핸즈프리' 이후 애플의 아이프리 전략이 자동차 산업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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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WDC_2012_iOS6_car


애플의 '시리' 기능을 탑재할 예정인 자동차 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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