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컴퓨터의 새 운영체제(OS) ‘OS X 10.8(마운틴 라이온)’ 정식 버전이 지난 7월25일 공개됐다. '공유와 연동'이라는 큰 콘셉트로 더 긴밀하게 애플의 모바일기기 OS iOS와 엮였다. 사용자가 신경쓰지 않아도 사용자의 정보가 다른 애플 기기와 연동된다. 애플이 어떤 컴퓨팅 환경을 꿈꾸고 있는지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려되는 부분도 적잖다. 마운틴 라이온부터 추가된 보안 기능을 보면, 애플의 계획을 살짝 엿볼 수 있다. 게이트키퍼 기능에 관심을 가져보자. 애플의 승인을 받지 않은 응용프로그램(앱)은 마운틴 라이온이 설치된 맥 컴퓨터에서 이용할 수 없도록 한 기능이다. 맥 컴퓨터를 이용하는 데 헤게모니를 바꿀만한 중요한 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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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WDC_2012_500 095


파일관리 개념, 아이클라우드가 바꾼다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 애플 전 CEO는 지난 1990년대 말, '맥 OS X'을 구상할 때부터 파일을 사용자가 일일이 관리하는 방식을 싫어했다고 전해진다. 사용자는 어떤 파일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도 쉽게 쓸 수 있고, 편집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맞는 말이다. 사용자는 기계 속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몰라도 된다. 사용자의 명령에 충분한 성능으로 보답하는 것이 기계의 덕목이다.

하지만 아직도 사용자는 파일을 스스로 관리한다.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파일이나 작성한 문서를 직접 관리해야 한다. 윈도우 OS라면 '탐색기'가 그 역할을 하고 있고, 맥 OS에서는 '파인더'를 열어 따로 폴더를 만들어 관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이클라우드가 스티브 잡스의 오랜 꿈을 이뤄줄 수 있을까. 마운틴 라이온의 강화된 아이클라우드 기능은 스티브 잡스가 추구한 새로운 파일관리 개념과 한 걸음 가까워졌다.

예를 들어보자. 사용자가 맥 컴퓨터에서 문서작성 응용프로그램(앱) '페이지'를 이용해 기획안을 작성했다. 사용자는 사무실에 있는 맥 컴퓨터와 집에 있는 아이맥에서 동시에 작업하고 싶다. 이땐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까지는 문서를 e메일에 첨부해 보내거나 외장형 메모리에 복사해 옮겨야 했다. '드롭박스'나 'N드라이브' 등 클라우드 저장매체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한 것도 최근 일이다.

아이클라우드는 이 같은 고민을 쉽게 해결해 준다. 사용자의 문서는 모두 아이클라우드에 자동으로 저장된다. 어디에서든 사용자의 아이클라우드 계정을 통해 접속하기만 하면, 문서에 접근할 수 있다. 맥 컴퓨터와 아이패드, 아이폰 등 기기를 가리지도 않는다.

마운틴 라이온의 아이클라우드 동기화 기능도 부드러워졌다. 아이패드에서 문서를 수정하면, 별도의 동기화 버튼을 누를 필요도 없이 자동으로 맥 컴퓨터에 있는 문서도 수정된다. 문서에 수정사항이 발견될 때마다 실시간으로 동기화가 이루어진다. 맥 컴퓨터에서 문서를 만들고 편집해 동기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아이클라우드에 접속해 바로 문서를 편집하는 개념이다. 사용자는 문서 파일이 어디에 있는지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이 같은 아이클라우드 지원은 현재 '페이지'와 '넘버스', '키노트', '아이포토' 등 애플이 만든 앱에 우선 적용됐다. 추가로 애플은 마운틴 라이온부터 아이클라우드 개발 관련 API를 공개했다. 애플이 만든 앱 외에도 서드파티 개발업체에서 만든 앱도 아이클라우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 당장 아이클라우드의 혜택을 볼 수 있는 앱은 많지 않지만, 앞으로는 문서나 사진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파일까지 모두 아이클라우드의 파일관리 개념으로 전환되지 않을까. 그때가 되면 사용자는 귀찮은 파일관리와 파인더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 것을 보인다. 애플의 컴퓨팅 환경에 대한 혁신은 이미 아이클라우드로부터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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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앱을 이용하면 아이클라우드로 모든 문서를 관리할 수 있다


앱스토어의 권력, 더 강화될까

앱 관리 정책도 마운틴 라이온부터 중요한 변화를 맞았다. 마운틴 라이온에 추가된 게이트키퍼 기능이 핵심이다. 게이트키퍼 기능은 사용자의 맥 컴퓨터에 악성코드나 바이러스가 침투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검증되지 않은 앱을 설치하지 못하도록 하는 식이다.

맥 컴퓨터에 앱을 설치하는 과정을 생각해보자. 현재로선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맥 앱스토어에 접속해 필요한 앱을 내려받거나 인터넷에서 확장자 'dmg' 등으로 된 앱 설치파일을 내려받아 이용하면 된다. 예를 들어 맥용 동영상 재생기 '무비스트'는 맥 앱스토어에서 유료로 구매할 수 있고, 구글 웹브라우저 '크롬'은 인터넷에서 내려받아 쓰는 식이다.

게이트키퍼가 악성코드로부터 사용자의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앱 설치파일은 쓸 수 없도록 하면 어떻게 될까. 맥용 앱은 모두 앱스토어에 강제로 입점해야 한다. 구글도 맥 사용자에 크롬을 지원하기 위해 맥 앱스토어에 크롬 앱을 등록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연스럽게 애플의 앱스토어 권력이 강해진다.

앱을 유료로 판매하려는 앱 개발자는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앱스토어의 권력이 강해진다는 것이 언제나 장점으로 작용할지는 의문이다. 여러 개의 앱 장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애플이 만든 앱 장터 단 하나만 있는 형국이다. 애플이 앱스토어 정책을 어떻게 바꾸느냐에 따라 서드파티 앱 개발자는 휘둘릴 수 있다. 절대적인 권력은 언제나 나쁘다는 것은 현실세계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쓸 수 있는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애플은 마운틴 라이온에서 아직 사용자에 결정권을 남겨놨다. '시스템 환경설정'을 실행한 다음 '보안 및 개인정보' 메뉴에서 '일반' 탭을 눌러 '다음에서 다운로드한 응용프로그램 허용' 메뉴를 조작할 수 있다. 기본 설정은 '맥 앱스토어 및 확인된 개발자'다. '맥 앱스토어'를 선택하면, 맥 앱스토어 외에 다른 경로를 통해 얻은 앱은 설치하거나 실행할 수 없다. '모두 허용'을 선택하면 어떤 경로를 통해서 얻은 앱도 모두 쓸 수 있다.

앞으로 애플의 차세대 OS에서는 사용자의 선택지가 줄어드는 시나리오를 상상해 볼 수 있을까. 급진적이지는 않아도 시나브로 선택지 개수를 줄여나갈 수도 있다. 게이트키퍼 기능이 해커와 사용자 사이의 끊임없는 전쟁을 막을 특단의 조치가 될지, 혹은 권력의 지휘봉이 될지는 종이 한 장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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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ple_ML_2_1_500

마운틴 라이온은 아직 사용자에 선택지를 지원한다. 앞으로 이 선택지가 줄어들면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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