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나 사진, 음악 등을 가져다 쓸 때 저작권자를 찾거나 이용 가능한 범위를 확인하기 좋은 웹사이트가 있다. 공유저작물 포털 '퍼브'(가칭)이야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는 기존 '자유이용사이트'(http://freeuse.copyright.or.kr)를 개편해 '퍼브'를 7월31일부터 시범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자유이용사이트'는 옛 문화관광부와 옛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가 2007년 3월에 내놓은 웹사이트로, 저작권 보호기간이 지난 글, 음악, 미술저작물에 대한 정보와 해당 파일, 관련 웹사이트 링크를 제공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저작물 포털 퍼브
▲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저작물 포털 퍼브

▲공유저작물 포털 '퍼브'(가칭)


블로그에 사진 한 장 넣을 때도 저작권자에게 허락을 구해야 하는데 '퍼브'에서는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이용할 수 있는 저작물을 찾을 수 있다. '퍼브'가 저작권 보호 기간이 지난 저작물이나, 자유이용라이선스(CCL)공공저작물 자유이용 허락 표시(KOGL) 등을 적용한 저작물을 모은 웹사이트이기 때문이다.

이용할 때 따라야 하는 규칙이나 조건은 저작물마다 다르다. 저작권자를 표시하고, 비영리 목적으로 쓰거나 저작물을 변경하지 말아야 한다는 식이다. 회원가입하지 않고도 글과 이미지, 음원, 악보 파일 등을 가져다 쓸 수 있다니 반가운 웹사이트다. 그리고 누군가의 저작권을 해치지 않으면서 이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만들거나 해당 콘텐츠를 활용하기가 조금 더 수월해지는 점도 좋다.

한국미술협회 관계자도 "저작권자를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양질의 미술 작품 사진을 자유롭고 안정적으로 쓸 수 있다"라며 '퍼브'의 등장을 반겼다. 이 관계자는 현대 미술 작가가 자기 작품을 '퍼브' 이용자가 쓸 수 있게 공개하며, 홍보 효과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작가들이 자기 작품을 스캔하거나 사진으로 찍어 디지털 파일로 보관하지만, 쌓아만 두어 작가와 작품이 잘 알려지지 않는 편이었다고 한다.

한국미술협회는 미술작품을 디지털화하기로 한국저작권위원회와 2012년 6월 협약했다. 이렇게 디지털화한 파일은 한국미술협회 웹사이트뿐 아니라 '퍼브'에 공개될 예정이다. 지금은 파일 일부만 올려 서비스를 시험하는 단계이고, 조만간 '퍼브'에 올린 작품을 섭외해 디지털 작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자유이용사이트
▲ 자유이용사이트

▲자유이용사이트


하지만 '퍼브'는 보기만 할 뿐 쓸 수 없는 유물을 모은 박물관 같다 데서 아쉬움이 있다. 특히, 저작권 보호기간이 지난 오래된 저작물이 많아 이 웹사이트가 널리 쓰일지는 의문이다. 저작권이 살아있는 CCL이나 KOGL을 적용한 저작물도 올라올 예정이지만,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올해 최대 7만여건으로 늘릴 뿐이다. 이 정도면 상당한 분량으로 보이지만, 이미지를 모은 웹사이트 '플리커'는 CCL 적용한 이미지를 퍼브보다 7배 더 많이 보유했다.

강현숙 크리에이티브커먼즈코리아 실장은 "'퍼브'는 특정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자를 분명하게 알려주고, 이용가능한 범위를 확실하게 알려주는 웹사이트라는 데 의미가 있다"라면서 "사진 공유 웹사이트 '플리커'에 있는 이미지가 5백만건 정도인데도 이용자들은 이곳에서 적합한 이미지를 찾는 걸 어려워한다는 점에서 '퍼브'는 절대적으로 콘텐츠 양이 적고 옛 자료 위주로 구성돼 디지털 아카이브에 그쳤다"라고 꼬집었다.

지금 '퍼브'에 가면 '오빠는 풍각쟁이야'와 같이 주로 저작권 보호기간이 지난 옛 저작물이 있다. 우리가 박물관에 가면 전시품을 보고선 역사적 가치를 느끼지만, 실제 그 전시품을 생활에서 쓰지 못한다. 이처럼 한국저작권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만든 '퍼브'는 박제된 저작물을 보여줄 뿐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 유통진흥팀 관계자는 오픈API를 올 11월 제공할 예정이며 다국어를 지원하고, 다양한 스마트 기기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퍼브' 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민간분야에도 지원해 CCL을 활성화하고 '퍼브'에 올릴 공유저작물을 확대하겠단 설명도 보탰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전자책 서비스도 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가 직접 자기 콘텐츠를 올리며, 이용 조건만 지키면 허락 없이도 쓰게하는 웹사이트를 소개하거나 오픈API만 잘 다듬어도 될텐데 모든 걸 보듬으려는 모습이 엿보인다.

이용자가 자유롭게 쓸 저작물을 찾고 이용하게 하는 웹사이트는 '퍼브' 외에도 다양하다. CCL이 적용된 콘텐츠를 검색할 수 있는 웹사이트는 '플리커' 외에도 '렛츠CC',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서치 페이지', '디스커버ED', 'OER커먼즈', 'CC믹스터' 등이 있다. 저작권 보호기간이 지난 책 4만여권을 모은 '구텐베르그 프로젝트'란 웹사이트도 있다. 2008년 유럽의 박물관과 도서관, 기록관에 있는 각종 소장자료를 디지털화한 '유로피아나'도 찾아보자.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