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 요금 부담을 줄이겠다고 들고 나온 단말기 자급제, 얼마나 잘 되고 있을까. 일단 아직까지는 그 효과가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갤럭시S3이나 아이폰4S 등 인기 있는 단말기를 고를 수 없고, 살 수 있는 제품도 몇 가지 없다. 단번에 제품 가격을 다 주고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도 크다. 통신사가 유통하는 제품을 할부와 약정 요금제를 통해 구입하는 것이 가장 부담없이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방법이다. 당장으로서는 자급제를 위한 단말기를 구하는 방법으로 중고 시장이 답이다.
그렇다면 중고 제품 얼마나 싸게 살 수 있을까. 각 제조사가 현재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는 갤럭시S3나 아이폰4S 등은 잠시 제쳐두자. 살짝 '신상'을 벗어난 제품들이 중고 장터에서 얼마나 대우를 받고 있나 살펴봤다.
스마트폰 중고 시장 열기에 가격 ‘뚝뚝’
스마트폰 커뮤니티 사이트 세티즌의 장터에서는 현재 아이폰4와 갤럭시S2 HD LTE가 가장 비싸게 거래되는 스마트폰이다. 2010년 출시된 아이폰4는 32GB가 35만원 근처에서 거래된다. 지난해 4월 출시한 갤럭시 S2는 25~30만원 정도로 아이폰보다는 다소 낮은 가격에 팔린다. 특히 CDMA 방식의 LG유플러스용 제품은 절반 수준인 15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USIM을 끼워서 기기변경을 할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 지난해 가을 LTE 발표와 함께 출시된 갤럭시S2 HD나 LTE가 40만원 선에 팔린다.
2010년 출시된 갤럭시S는 10~13만원 정도에서 시세가 형성돼 있다.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아이폰4보다 중고 시장에서 인기는 덜하다. 아이폰3GS는 용량에 따라 10~20만원대에 팔린다. 상대적으로 운영체제 지원이 끝난 갤럭시S에 비해, 다음 버전의 운영체제 지원이 약속된 아이폰3GS 인기가 더 높은 편이다. 이외 브랜드 제품들은 최신 제품이 아니고서는 20만원을 챙겨받기도 어렵다.
대체로 스마트폰의 중고 가격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떨어지는 편이다. 스마트폰 시장이 숨 막힐 정도로 신제품 주기가 빠르고 많은 제조사들이 너무 많은 제품을 쏟아놓아, 중고 시장도 과열돼 있고 가격도 대체로 낮게 책정되고 있다. 출고가가 비싸다고 해도 보조금과 약정 할인을 통해 실제로는 더 낮은 가격에 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유행이 끝난 제품이나 이동통신사가 전략적으로 공짜에 가깝게 판매하는 이른바 ‘버스폰’이 꾸준히 판매되면서 중고 가격 하락은 속도를 더하고 있다. 눈을 조금만 낮추면 20만원 정도에 새제품 같은 스마트폰 구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
태블릿 귀한 몸, 신제품에도 끄떡 없어
헌데 태블릿은 다르다. 중고 제품도 여전히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출시된 지 2년이나 지났고 운영체제에 대한 지원도 끝난 아이패드1의 중고 시세는 어떨까. 네이버 중고나라 카페를 뒤져보니 가장 흔히 만나볼 수 있는 와이파이 32GB 제품이 상태에 따라 30~35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었다. 32GB 신품 가격이 74만8천원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상당한 가격을 지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간혹 20만원대에도 제품이 나오지만, 곧바로 예약을 청하는 댓글이 달린다.
아이패드2는 어떨까. 뜻밖에도 1세대에 비해 가격이 그리 높지 않다. 30만원대에 16GB를 살 수 있고, 32GB도 45만원 안팎이면 보증기간까지 남은 썩 좋은 것을 손에 쥘 수 있다.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3세대 아이패드는 50만원대 중후반이면 깨끗한 중고를 구하는 데 어렵지 않은 수준이다. 아직까지 A4 프로세서가 큰 무리는 없고 iOS5의 기능 대부분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의 가격 하락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달리 2세대는 3세대가 나오면서 애플이 16GB를 50만원에 판매하는 바람에 중고 가격이 밀려 내려가는 효과를 낳았다. 1세대와 2세대 가격 차이는 10만원 남짓밖에 나지 않는다.
갤럭시탭도 인기다. 스마트폰용 운영체제를 깐 1세대 7인치 갤럭시탭이 15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허니콤 운영체제를 얹은 10.1인치는 싸게는 30만원, 비싸게는 40만원이 넘는 가격에 등록되고 있다. 출시가가 89만1천원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1년새 반값 정도로 떨어지긴 했지만, 스마트폰에 비해 가격은 탄탄히 지켜지는 편이다. 태블릿에 대한 관심은 높되 중고 장터로 나오는 물량은 상대적으로 적은 탓에, 당분간 태블릿의 중고 시장 강세는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