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나 SSD 같은 용어들이 나오면서 내가 말하는 SSD와 상대방이 말하는 SSD가 다른 경우가 있고, 완전히 다른 플래시 기술을 때로는 적당히 버무려서 사용하기도 하고, 때로는 애써 구분해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분류를 꼭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회의가 들기도 하지만, 분류를 해 봄으로써 산업 전반을 보는 프레임이 생기기도 하고 그런 면에서 한 번쯤 짚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 시중에는 상당히 다양한 낸드플래시 기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산업이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는데요. 또 다른 이면으로는 그만큼 스토리지 미래가 이 낸드플래시에 의해 상당히 좌우될 만큼 중요한 것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른바 낸드플래시를 이용하는 제품들로는 현재 몇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서버의 PCI 익스프레스(이하 PCIe) 슬롯에 탑재해 쓰도록 하는 제품이 있는가 하면, 2.5인치 또는 3.5인치 크기의 드라이브 타입 제품도 있고, 디스크 어레이에 HDD와 SSD가 혼용돼 설치되는 제품도 있습니다. 그밖에 플래시로만 구성된 외장형 스토리지 시스템도 있습니다. 간단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PCIe 플래시 카드: 서버의 PCIe에 탑재되는 형태로 퓨전IO, 버리덴트, 바이올린 메모리, OCZ, LSI 등이 대표적.
- SSD(Solid State Drive): 2.5인치 또는 3.5인치 크기의 드라이브 타입 제품으로 SAS, SATA 등의 인터페이스를 통해 서버와 직접 접속(DAS: Direct Attached Storage) 형태 또는 디스크 어레이 내에 SSD를 장착하여 사용. 대표적인 기업들로는 STEC, 샌디스크, 히타치GST, 아노비트, OCZ, 도시바, 삼성, 인텔 등
- HDD와 혼용하는 디스크 어레이: 전통적인 디스크 어레이에 SSD를 장착하는 형태로 대개가 ‘자동화된 티어링’이나 ‘캐싱’ 등의 목적으로 구성. EMC, 넷앱, HDS, HP, IBM, 델 등의 외장형 디스크 어레이가 여기에 해당.
- 네트워크 중심의 플래시 가속화 기술: 비교적 새롭게 등장한 영역으로 RDMA(Remote Direct Memory Access) 기술이 근간이 되며 인피니밴드나 40GbE 등과 같은 고속 네트워크 환경 하에서 동작. 바이올린 메모리, 데이터램, EMC 등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
- 플래시 어레이: 플래시로만 구성된 어레이로서 전통적인 디스크 어레이에서의 기술을 그대로 구현하면서 중복제거 기술이 탑재되면서 소프트웨어 차원에서 보다 강력해지고 있는 형태. 텍사스 메모리, 바이올린 메모리, EMC 등이 이 분야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카미나리오나 퓨어스토리지, 솔리드파이어 등이 기술을 개발, 발전시키고 있음.
사실 이 밖에도 많이 있을 겁니다. 의도적으로 빠뜨린 것은 아니니 오해를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낸드플래시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하이닉스, 인텔, 도시바 등이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양산하고 있으며 이것을 바탕으로 많은 업체들이 어떻게 하면 잘 사용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과 많은 아이디어들을 녹여내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스토리지 기업들은 새롭게 부상하는 플래시 관련 소프트웨어 기업을 사들이면서 기술을 확보해 나가면서 이 분야가 많이 뜨고 있는 것은 사실인데요. 여전히 돈을 벌기보다는 아직 돈을 쓰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플래시 관련 스토리지 산업을 보면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플래시 자체의 어떤 제조 기술이나 하드웨어 차원에서의 능력보다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참고로 플래시 제조가 쉽고 수준이 낮다는 의미가 아님을 주지합니다. 일례로 샌디스크의 경우 올해(2012년) 2월에 플래시소프트라는 기업을 인수했습니다. 2009년에도 설립된 플래시소프트는 플래시를 이용해 캐싱 기술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인데요. SSD나 PCIe 플래시 카드를 꽂으면 그것을 캐싱 장치로 인지해 애플리케이션의 응답속도를 빠르게 하고 성능을 높이고 있습니다.
일부 플래시를 이용하는 캐싱 장치들이 읽기 중심(Read-only)으로 적용되는 경우가 있는데, 플래시소프트 기술이 남다른 이유는 읽기 뿐만 아니라 쓰기의 경우에도 캐싱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SSD나 PCIe 플래시 카드를 읽기 전용 캐싱 디바이스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쓰기 기술에서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활용성이 상당히 높다고 여겨집니다. 이 기술은 플래시소프트 뿐만 아니라 EMC의 기술에서도 동일한 것이 확인됩니다. EMC가 샌디스크의 플래시소프트와 다른 점은 대형 디스크 어레이가 있어서 전체적으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토털 솔루션이라는 점이고 플래시소프트는 포인트 솔루션으로서의 의의가 있을 것입니다.
(출처: 플래시소프트 테크니컬 개요 중에서, 2011년 12월)
위 그림에서 좌측에 있는 읽기-쓰기 캐싱의 그림은 기록 캐싱 옵션이 패스-쓰루 모드이며 이 모드를 통해 플래시의 성능을 최대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플래시소프트의 주장입니다. 플래시소프트의 매력은 샌디스크의 제품만 지원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SSD와 PCIe 플래시 카드를 지원한다는 것이고 이런 기술을 적절히 잘 활용할 수 있다면 그럴듯한 솔루션이 나올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샌디스크는 플라이언트라는 SSD 업체를 이미 그 전에 인수를 함으로써 컨트롤러에 관한 기술을 확보하였고 장기적으로 기존 자사의 플래시 역량에 플라이언트 인수를 통한 컨트롤러 기술과 엔터프라이즈 경험, 플래시 소프트를 이용한 캐싱 기술 등 플래시에 관한 기술을 수직화하려 하고 있습니다. (아래 그림 중 중앙에 있는 Computing 부문 참조)
(출처: 샌디스크 홈페이지, Oppenheimer 15th Annual Technology,
Internet & Communications Conference Presentation, 8월 15일, 2012년)
특히 컨트롤러 기술 확보의 경우 2011년을 정점으로 사실상 큰틀에서 마무리 될 정도로 재편이 되었습니다. 작년에 LSI가 샌드포스를 인수하고 OCZ는 인디링스를 인수하더니 올해 역시 하이닉스와 씨게이트가 해당 기술을 확보하는데 많은 공을 들인 바 있습니다. 컨트롤러는 결국 펌웨어에 관한 기술인데요.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 단편적인 사례만 놓고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솔리드 파이어의 기술은 플래시 자체를 최적 활용하기 위한 기술적인 노력보다는 효율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제작사에 따르면 이른바 ‘실시간 중복 제거’를 통해 스토리지의 이용 효율을 높이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위의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는데요. 2.5인치 폼팩터에 SSD를 탑재하는 것으로 최근의 기술 경향이라고 할 수 있는 PCIe 플래시 카드를 탑재한 스토리지 어플라이언스 형태와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기왕에 플래시 기술과 관련해서 신생기업들을 살펴보면, 퓨어스토리지, 님버스 데이터 시스템즈, 휩테일 등이 있고 얼마 전 EMC가 인수한 익스트림IO와 같은 기업들도 있습니다. 이들 기업들의 특징은 앞서서 언급한 바와 같이 100% 플래시로 만들어진 ‘프라이머리 어레이’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기업이나 기관의 스토리지 플랫폼으로서 가장 선두에 선다는 것이고 주 저장장치로서 이들 스토리지 시스템을 배치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솔리드 파이어 역시 이러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GB당 단가가 현재의 플래시로서는 타산이 맞지 않으니 중복제거 기술을 내세우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확장성을 위해 스케일 아웃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는 것 역시 성능을 유지하면서 용량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적절한 선택입니다. SLC 타입의 플래시를 사용하지 않고 eMLC나 MLC 타입의 플래시를 사용하면서도 높은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입니다.
해가 지날수록 플래시 기술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고속 네트워크의 등장은 새로운 차원의 스토리지 환경을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다음에 기회를 봐서 네트워크 상에서의 플래시와 스토리지 기술을 이야기 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만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