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케냐, 대통령 선거 이후 풍경. 현 대통령의 당선이 부정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야당이 문제를 제기했고, 이는 곧 유혈사태로 이어졌다. 여당과 야당 지지자 사이에 무력충돌이 빚어지며 사회적으로 큰 혼란이 찾아왔다. 이 혼란을 주류 언론이 감당하지 못할 때 케냐의 저널리스트 오리 오콜로(Ory Okolloh)는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사건을 시시각각 제보받기 시작했다. 제보 건수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아지자 이 정보들을 처리하기 위해 전세계의 IT 전문가들이 모였고, 결국 며칠 동안 개발 끝에 여러 사람의 제보를 실시간으로 모아 지도에 뿌려 보여주는 ‘우샤히디’가 탄생했다.

나중에 오픈소스로 공개된 우샤히디는 다양한 곳에서 활용돼 그 위력을 발휘했다. 2008년에는 캐나다에서 투표 독려 사이트 제작에, 2010년에는 런던 지하철 파업 정보, 케냐 국민 투표 모니터링, 워싱턴 대폭설 도로 제설작업 등에 사용됐다. 특히 우샤히디는 2010년 아이티 재해 당시 응급 지도로 유명세를 탔다. 인명 피해, 건물 파손, 범죄 등 각 지역의 실시간 정보를 제보 받아 꾸린 지도가 적절한 구호활동과 계획을 세우는데 큰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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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CC코리아, CC BY.


지난 7월 20일 코드나무 주최로 열린 ‘공공데이터 캠프’에서는 우샤히디의 프로젝트 매니저인 브라이언 허버트가 참석했다. 캠프 참여자에게 커뮤니티 매핑 사례와 활용법을 소개하고 캠프 중 공공 정보를 우샤히디에 접목해 앱을 만든 팀의 개발을 돕기도 했다. ‘공공데이터 캠프’의 짧은 만남 이후, 우샤히디와 브라이언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인터뷰를 청했다. 지난 금요일, 홍익대학교 앞 조용한 카페에서 한창 노트북을 들여다보며 일을 하고 있는 브라이언을 만났다. 먼저 브라이언이 어떻게 우샤히디에서 일하게 되었는지 물었다.

“케냐에 있는 미국 평화 봉사단(US Peace Corps)에서 일했어요. 2007년 부정선거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그곳을 떠났어요. 여전히 케냐에 여러 친구들과 동료들이 있었고, 미디어에서는 소식을 얻기 힘든 그들의 소식을 알기 위해 우샤히디를 사용했어요. 놀랍고 가치 있는 정보를 얻는 유일한 창구였어요. 오픈소스화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즉시 공동 설립자 중 한 명인 데이비드 코비아에게 메일을 보냈어요. '어떻게 제가 참여할 수 있을까요? 제가 도울 일은 없나요? 제가 제발 돕게 해주세요.' 그렇게 1년 동안 자원활동을 했고 이후에 정규직으로 채용됐죠.”

우샤히디가 처음부터 오픈소스로 기획됐을까. 케냐의 부정선거 사태 때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많은 매체에서 보도됐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통해서 우샤히디가 비영리조직으로 탈바꿈하고 오픈소스로 공개됐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케냐 사태만을 위해서 만들어졌어요. 공동 설립자들은 모두 블로거들이었고,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공통적인 문제점을 공유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들은 웹사이트를 만들고 우샤히디라고 이름 붙였어요. 맵 하나만 있던 우샤히디를 규칙화하고 싶어서 나이트파운데이션에 접촉했고, 지원을 받게 됐어요. 정확한 이름은 기억나질 않는데, 넷뉴스챌린지(Net News Challenge)라는 공모전이었던 것 같아요. 거기에서 선정돼 7만달러의 지원을 받게 됐지요. 4명이 조직을 출범하고 그곳에서 임금을 받으면서 정규직으로 일하기에는 충분한 금액이었어요. 그래서 다들 그간 하던 일을 그만두고 우샤히디에 뛰어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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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현재, 우샤히디는 17명의 직원이 일하는 비영리단체로 성장했다. 우샤히디의 직원들은 케냐, 가나, 뉴질랜드, 미국 전역 등 세계 각지에서 일을 하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일을 하면서 어떻게 협업을 할까.

“우리들만의 스카이프 채팅방이 있어요. 온라인 사무실 같은 공간이지요. 다른 프로젝트에서는 IRC나 그 비슷한 류의 프로그램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손쉽게 내려받아 쓸 수 있다는 이유로 스카이프를 쓰고 있어요. IRC 같은 프로그램은 배워야하는 전문적인 부분이 필요할 때가 있거든요. 일주일에 단 한 번만, 모두가 모여서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어요. 매주 월요일인데 저 같은 경우 오늘 밤 11시에 접속해야 시간이 맞아요. 개인적으로 밤 11시에 일하는 게 좋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어요. 전원이 참여 가능한 시간은 그때 뿐이라서. 뉴질랜드에 사는 멤버는 그때가 새벽 3시인데, 어차피 최근에 아기가 태어나서 회의가 아니라도 깨어있기 때문에 상관없지요.”

오픈소스 플랫폼은 많은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먹고 자란다. 직원들 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샤히디를 활용하고 기여하고 있을까.

“어떤 오픈소스 프로그램에서도 실질적인 기여자의 수를 추정하는 것은 어려울 겁니다. 누구나 배우고 참여하기 쉽기 때문이지요. 그나마 개발자 채팅창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플랫폼을 위해서 일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인데, 항상 접속하여 긴밀하게 소통하며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핵심 인력은 10명 내외로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버그를 찾아내고 이를 수정하며, 새로운 재미있는 방식으로 기능을 추가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많습니다. 코드를 기트허브에서 내려받아 다뤄보기가 매우 쉽고,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이해하는 PHP와 MySQL 기반으로 되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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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은 자랑스레 우샤히디의 기트허브 페이지를 보여주었다. 43명의 코드 기여자 통계가 보였다. 뉴질랜드의 한 개발자 통계를 가리키며 최근에 특히나 많은 기여를 한 사람이라고 말해주었다. 브라이언에게 한국에서도 우샤히디와 같이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알리고 자생적인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오픈소스 사례가 생길 수 있을지, 케냐에서 시작해 세계로 확대된 우샤히디의 비결은 무엇이냐고 질문을 던졌다.

"우샤히디는 일단 세계 어디에서나 쓸 수 있습니다. 초반에 언어 번역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려고 노력했지요. 그게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습니다. 사실, 운도 좋았습니다. 우샤히디의 공동 설립자 4명 중 3명이 TED 펠로우였기에, 그 네트워크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모든 오픈소스 커뮤니티가 그런 식으로 시작할 필요는 없겠지요. 일단 저는 기본적으로 코드를 설명하는 문서가 영문으로 잘 작성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적인 관심을 끌기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제 경우 문서가 없거나, 잘 못 썼거나, 다른 언어로 쓰여져 있다면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하기 때문에 그 오픈소스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쓰려는 시도조차 해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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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CC코리아, CC BY.


올해 초 브라이언은 우샤히디를 알리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카페를 전전하며 일을 하다 지쳐 코워킹 스페이스를 찾게 되었고, 트위터를 통해 코업을 운영 중인 이장님(@ejang)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이장님을 통해 코드나무를 소개 받고, 지난 7월 공공데이터 캠프에까지 참여하게 됐다.

“공공 데이터 캠프는 굉장히 인상 깊은 행사였습니다. 이전에 다른 해커톤에 참여해본 적은 있었지만 공공데이터를 이용한 해커톤은 처음이었습니다. 특히 앞의 소개가 짧고 바로 작업에 들어갈 수 있었던 행사의 전체적인 포맷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개발자들같은 컴퓨터 괴짜들은 앞에 주석이 많은 걸 별로 안 좋아합니다. ‘닥치고 해보자!’가 바로 오픈소스의 생리라고 생각합니다. 우샤히디도 사실 그런 식으로 운영 됩니다. 상위 레벨의 중요한 기능 같은 건 직원들이 상의해서 조정하지만, 대개 말단 기능들은 개별적인 기여자들이 알아서 해결합니다.”

코워킹 스페이스를 찾는다는 트윗이 이어준 이장님과의 인연은 공공 데이터 캠프를 통해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까지 닿았다. 브라이언은 오는 8월27일 월요일 'Let's Open Source'라는 이름으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혁신 사례와 커뮤니티에 대해 들어보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CC 살롱'에 모질라 커뮤니티의 윤석찬님과 함께 게스트로 참여하게 됐다.

"처음 CC코리아의 섭외를 받았을 때 솔직히 쫄았어요. 한편으로는 격식 없는 행사가 될 거란 소식에 제법 흥이 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 와서 사람들을 만날 일이 드물었는데, 우샤히디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얘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네요."

좀 더 깊이 있는 우샤히디 이야기와 국내 오픈소스 커뮤니티의 현황과 미래에 대해서 고민을 나누고 싶은 사람들은 온오프믹스에서 참여 신청을 할 수 있다. 함께 만드는 혁신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생각들이 더 많은 실천으로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글쓴이 고두현(@godugodu)은 CC코리아 자원활동가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한다. 인터뷰는 CC코리아 자원활동가 정다예(@dayejung)의 통역으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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