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삼성과 애플이 서로 원고와 피고 역할로 자리에 앉아 판결을 받았다. 두 개의 사건 판결이 각각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나누어 어떤 결론이 내려졌는지 따져본다.

애플이 삼성에 건 소송은 디자인에 무게가 실려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이 기술 특허로 애플을 먼저 고소했지만, 애초 이 소송의 시작은 갤럭시S가 아이폰3GS와 유사하다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내부 UI나 인터페이스 등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긴 했지만 핵심은 ‘디자인을 베낀 것인가’였다. 8월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삼성이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하나도 침해하지 않았다고 인정받은 것이다. 판결의 요지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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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_galaxys_iphone3g_500_20120116

▲아이폰과 갤럭시. 법원은 두 제품의 디자인이 닮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터치폰 디자인 차이에 한계일 뿐, 닮지 않았다”

애플은 삼성에 ①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 형상, ②직사각형 형상을 둘러싼 베젤, ③정면에 큰 직사각형 모양 화면, ④화면 상단에 가로로 긴 스피커 구멍 등을 문제로 삼았다.

법원은 유사성이 있기는 하나 이런 이동통신 기기의 형상 관련 디자인에서 이미 이런 디자인이 나와 있었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두 제품이 외형상 유사한 점은 많지만 이미 소니의 디자인과 LG 프라다폰 등을 통해 선행됐던 것이라는 얘기다. 사실상 터치스크린폰의 경우 디자인을 다르게 할 수 있는 폭이 적기 때문에 작은 디자인 변경에도 다른 제품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법원은 애플이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이 너무나 모호하기 때문에 이를 보호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갤럭시S 측면에 비녀 모양을 심은 것은 독창적인 부분이고 전체적인 분위기도 애플의 심플함과 미니멀리즘이 강조된 제품과는 근본적인 부분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디자인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판결했다.

“아이콘 따져보면 달라, 창의성 인정”

두 제품의 아이콘 배열과 개별 아이콘의 모양에 대한 판결도 나왔다. 아이콘의 배열 형태는 두 디자인이 유사하다고 볼 수 있지만 개별 아이콘 디자인에는 차이가 있다고 판단했다. 쟁점 요인인 메모 아이콘은 애플의 것은 리걸 패드 메모장과 비슷하고 삼성은 이를 갈색 보드에 메모지를 붙인 이미지라고 설명했다. 전화 아이콘은 삼성이 이미 쓰고 있던 전화 아이콘을 기반으로 쉽게 변경할 수 있는 디자인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주변부를 둥글게 만든 부분이 창의성을 인정받았다.

“헷갈려서 구입할 일 없다”

상품이 헷갈릴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두 제품이 디자인적으로 비슷하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지만 그 자체가 제품을 구분하는 주요 요소라고 볼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홈 버튼 모양이 다르고 제품과 포장에 담긴 애플과 삼성의 로고가 명확하기 때문에 구입시에 혼동해서 살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을 구입할 때 단순히 외관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운영체제나 애플리케이션, 성능, 서비스 등을 두루 보고 판단하기 때문에 제품의 식별에 대해 시장에 혼란을 일으킬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바운스백 기술 특허 인정, 밀어서 잠금해제는 애플 것 아냐”

화면을 끝까지 스크롤했을 때 가장자리가 밀려 올라가다가 손을 떼면 튕기듯 원래 자리를 찾아주면서 문서의 마지막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바운스백' 기능은 특허를 인정받았다.

그 대신 밀어서 잠금해제의 경우 네오노드에서 만든 휴대폰에 이미 이 기술이 적용된 바 있기 때문에 신규성과 진보성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고 법원은 판결했다. 아이콘을 길게 눌러 배열을 바꿀 수 있게 한 기술은 기본적으로 유사성이 있기는 하지만 애플은 아이콘을 한 번 길게 누른 뒤에 여러 개의 아이콘을 움직일 수있고 삼성은 한 번에 한 개의 아이콘만 움직일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서로 다른 기술이라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소송의 주요 요소인 디자인 특허에 대해서 우리나라 법원은 삼성이 애플의 디자인을 베끼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외관 디자인, 아이콘 디자인, UI기능, 제품을 구분하기 어려운 점 등 애플의 소송에 대해 법원은 바운스백 한 가지 특허에 대해서만 침해를 인정해 2500만원을 손해배상하라고 명령했지만, 실질적으로 디자인 침해에 대해 인정받지 못한 것은 애플에 치명적이다.

법원은 애플 바운스백 특허를 인정해 갤럭시S, S2, 호핀, 에이스, 네오 등 휴대폰과 갤럭시탭, 갤럭시탭 10.1, 넥서스S 등의 제품을 판매금지하고 폐기처분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제품들은 대체로 시장에서 단종됐고 일부가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고 있지만 삼성이 주력으로 삼는 제품은 아니라는 점에서 판매금지 처분의 후폭풍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판결은 즉시 효력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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