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정에서 지난 1년4개월여간 난항을 거듭해온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침해 소송이 결론을 맺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 법정에서 삼성전자는 '카피캣' 꼴을 면하지 못했다. 미국 산호세 지방법원 9명의 배심원단은 삼성전자 제품이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평결했다. 반대로 애플은 삼성전자의 어떤 특허도 침해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이 장군멍군을 주고받은 지 하루 만에 미국에서는 애플에 완벽한 승리가 주어진 셈이다.

미국 현지시각으로 8월25일 오후 3시부터 시작된 이번 재판에서 법원은 삼성전자 제품이 애플의 사용자조작환경(UI) 특허와 디자인을 침해했다고 평결했다. 삼성전자는 애플에 최소한 10억5천만달러 수준의 피해보상금을 지불해야 한다. 우리돈으로 1조1천900억원 규모다. 애플은 삼성전자에 피해보상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삼성전자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와 맞닥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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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원은 삼성전자가 총 6가지 측면에서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원래 애플의 주장은 UI와 디자인 부문을 합쳐 총 7가지였다. 삼성전자가 침해한 애플의 특허는 손가락으로 화면을 두 번 터치해 확대하는 기능과 '바운스백' 기능, 두 손가락으로 화면을 확대하는 '핀트 줌' 기능 등이다. 삼성전자가 애플의 제품 디자인을 베꼈다는 애플의 주장도 받아들여졌다. 삼성전자의 태블릿 PC '갤럭시탭10.1' 디자인이 애플 제품을 베꼈다는 주장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반면, 애플의 제품이 삼성전자의 통신 특허를 침해했다는 삼성전자의 주장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애플의 완승이다.

캐티 코튼 애플 대변인은 "이번 재판 과정에서 공개된 증거를 보면 삼성전자가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측면에서 애플의 제품을 모방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라며 "애플 제품은 사용자를 기쁘게 하기 위해 만든 것이지, 경쟁업체가 눈꼴사나운 모방을 하도록 만든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에서 중요한 부분은 삼성전자가 애플 제품을 고의로 베꼈다는 판단이 나왔다는 점이다. 미국 법원은 삼성전자가 위험을 감수하지 않기 위해 애플 제품을 모방해 불과 3개월여 만에 제품을 만들었다는 애플의 주장을 인정했다.

이번 산호세 지방법원의 평결에 따라 애플은 삼성전자에 일부 제품에 대한 판매금지 신청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항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처지가 난처해졌다. 국내에선 양쪽 업체에 비슷한 판결이 나왔지만, 정작 중요한 미국 법원에서 완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앞으로 있을 미국의 다른 소송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의 판결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통신 표준특허는 무용지물인 반면, 애플의 디자인특허는 삼성전자에 효과적인 펀치를 날렸다는 것을 전세계에 알린 결과이기 때문이다. 아래는 이번 산호세 지방법원 평결에 대한 삼성전자의 공식 입장이다.

이번 평결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업계 혁신을 가로막게 될 것이다. 또, 제품 가격 상승을 유발하는 등 소비자와 시장에 불이익을 끼쳐 글로벌 IT 업계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둥근 모서리를 가진 사각형 형태와 같은 디자인 특성은 애플이 최초로 디자인한 것이 아니며, 한 기업이 독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애플이 주장하는 상용특허 다수도 애플 제품이 출시되기 전 이미 선행기술들이 존재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무선통신 분야 리더로서 당사의 혁신적인 제품을 미국 소비자들에게 차질없이 공급할 수 있도록 모든 법적 조치를 다할 것이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삼성전자의 주장은 타당할까. 이번 평결로 삼성전자가 디자인을 바꾸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업계가 애플과 다른 노선을 걷게 되면, 오히려 사용자의 선택권은 다양한 제품을 통해 넓어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삼성전자의 공식 입장에 선뜻 고개를 끄덕이지 못하는 이유다.

정우성 최정국제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애플의 특허는 삼성전자가 얼마든지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을 바꿔 다시 출시할 수 있는 사항이지만, 삼성전자의 통신 특허는 대체 가능한 기술이 아니다"라며 "미국 법원이 삼성전자의 통신 표준특허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대체 불가능한 기술이라는 점에서 사용자 선택권이 침해받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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