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놀랐다. 삼성의 모바일 언팩 행사는 갤럭시노트2와 갤럭시카메라가 장식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뒤에 2부 행사가 숨어있었다.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였다.

삼성은 모두 5가지의 윈도우8 기기를 꺼내 들었다. 새 브랜드도 나왔다. 삼성의 윈도우8 기반 플랫폼은 ‘아티브(ATIV)’라는 브랜드를 갖게 된다. 먼저 윈도우8 태블릿이다. 1.5GHz 스냅드래곤 S4 프로세서를 심은 아티브RT에는 2GB 메모리와 윈도우8 RT 버전이 들어간다. 터치펜은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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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amsung_ativ_smartpc

x86 프로세서가 들어간 제품들은 ‘아티브 스마트PC’다. 이 제품은 인텔 코어 i5 프로세서가 들어간 ‘아티브 스마트PC 프로’와 코드명 클로버트레일의 아톰 프로세서를 쓴 ‘아티브 스마트PC’의 두 가지로 나뉜다. 미국에서는 각각 ‘시리즈7 슬레이트’와 ‘시리즈5 슬레이트’로 불릴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아티브 브랜드를 쓸지, 시리즈 브랜드에 녹일지는 알 수 없다.

11.6인치 디스플레이를 쓰는데 코어 i5를 쓴 프로 버전은 1920×1080 해상도를 내고 아톰을 쓴 제품에는 1366×768 해상도를 내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 역시 상세한 성능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노트북처럼 쓸 수 있도록 키보드 독을 품고 있다. 윈도우8용 태블릿들이 여럿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삼성으로서는 지난해부터 마이크로소프트와 윈도우용 태블릿인 슬레이트PC를 만든 경험이 있기 때문에 여러 모로 유리할 수 있다. 삼성이 바짝 밀고 있는 S펜도 들어간다. 이 제품과 함께 멀티터치 디스플레이를 지닌 시리즈9 노트북도 함께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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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tiv_phone

하이라이트는 윈도우폰8을 얹은 스마트폰이다. ‘아티브S’로 이름 지었다. 옴니아 브랜드를 버리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정책을 따라 윈도우8 PC와 윈도우폰8 모바일을 브랜드를 통합했다. 자세한 스펙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윈도우8 운영체제에 듀얼코어 프로세서, 4.8인치 HD 수퍼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달았다. 800만화소 카메라와 2300mAh 배터리, NFC가 기본으로 들어간다.

삼성이 발표한 5가지 기기는 꽤 큰 의미가 있다. 일단 이렇게 큰 공식석상에서 윈도우8의 실제 제품 라인업이 정식으로 발표된 것은 처음이다. 윈도우8 태블릿들은 그간 일부 중국, 대만 제조사들을 통해 선보인 적은 있었지만 아직 마이크로소프트에서도 정식 버전의 운영체제들을 발표하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완성 단계의 제품을 꺼내놓은 것이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 전략에 어떤 변화가 생긴 게 아닌가 따져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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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삼성전자와 마이크로소프트의 관계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스마트폰 아티브S다. 이 제품은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첫 번째 윈도우폰8 기기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스마트폰 사업을 위해 노키아와 전략적인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윈도우폰8 스마트폰 1호가 노키아 아닌 삼성이라는 것은 가벼이 넘길 문제는 아닌 듯하다. 삼성으로서도 안드로이드 진영의 플래그십 제품을 내놓는 자리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첫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는 것은 두 회사가 그 어느 때보다 전략적인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으로 짚어볼 수 있다.

이전까지 마이크로소프트와 긴밀하게 손잡아 온 HP, 델, 노키아로서는 서운할 수 있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금 이런 상황 자체가 모바일 시장에서 삼성의 역할을 반영하는 셈이다. 지난 5월 말 열린 서울디지털포럼에서 삼성의 제품들을 들고 나와 자랑하던 스티브 발머의 모습이 그냥 스쳐지나갈 광경은 아니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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