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웹사이트에 1년에 서너 번 찾아도 그때마다 새롭게 검색을 해야 합니다. 사람마다 취향과 성격이 다른데 왜 웹사이트는 내 성격을 배우지 않는 걸까요?"

주말, 연휴, 휴가 때 여행할 때, '어디로 가나'란 관문을 먼저 마주한다. 이걸 해결하고 나면 이제 '어디에서 잘까'와 '가서 뭘 할까'가 남는다. 여행마다 이 정보를 찾기 위해 숙박업소 예약 웹사이트와 여행 웹사이트, 각종 블로그와 웹페이지를 검색하기 일쑤다. 전문 웹사이트를 찾더라도 이 과정은 항상 거친다. 내가 선호하는 분위기와 가격대에 맞춰 여행할 때마다 비슷한 방식으로 검색을 반복해야 한다.

아주 많이 불편하고 번거로워도 이 과정은 당연한 줄 알았다. 그런데 '심플허니'는 '왜?'라는 의문에서 출발했다. 미국 맞춤 여행 정보 사이트 심플허니는 조이스 킴(33)이 운영을 맡고 있다. 한국 이름은 '김주란'으로, 미국 내 한류 웹사이트 '숨피'의 전 CEO다. 그는 KT에 인수된 엔써즈에 2011년 2월 '숨피'를 매각했다. 심플허니는 그가 6개월 만에 새롭게 내놓은 서비스다.

"호텔과 손님, 서로 불만이었잖아요"

조이스 킴은 숨피가 엔써즈에 인수된 뒤 여행을 다니다 심플허니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3~4개월 서핑 여행을 했어요. 멕시코, 타히티, 발리, 하와이 등 바닷가를 홀로 다녔지요. 묵은 호텔만도 다수지요. 호텔 주인들과 얘기를 나누다 '인터넷 서비스한다'라고 말했더니 호텔 주인들이 '도와달라'라며 '손님을 만날 수 없다'라고 했어요. 미국으로 돌아왔을 땐 '무언가 큰 문제가 있다'라고 생각했지요."

심플허니 직원, simplehoney team
▲ 심플허니 직원, simplehoney team

▲심플허니 팀은 서비스 개발을 위해 하와이에 2개월간 머무르며 여행 산업을 배웠다. 사진은 그때 모습.


헌데 이 이야기는 낯설지 않다. 우리도 여행할 때마다 겪는 문제 아니던가. 숙박업자는 손님을 찾고 싶고, 소비자는 마음에 드는 숙박업소를 찾는다. 양쪽이 서로 연결되지 않았을 뿐, 서로 헤맬 뿐이다. 종종 숙박업자가 먼저 손을 내밀 때도 있긴 하다. 바로 광고를 통해서다. 조이스 킴은 이 과정이 호텔과 여행자에게 만족을 주지 못한다고 파악했다.

"미국에서 온라인 광고하는 호텔을 보면, 호텔비의 30%가 손님을 끌어오기 위한 비용이에요. 여행 단어마다 온라인 광고에서 키워드 경쟁이 심해, '하와이'와 같은 단어는 클릭마다 10~15달러씩 내요. 덕분에 호텔 요금은 비싸지죠. 그런데 호텔은 이렇게 비용을 내도 누가 광고를 볼진 몰라요. '익스피디아'라는 여행 웹사이트에서도 손님을 끌기 위해 할인 혜택을 제공해요. 어느 한 곳이 하면 다 같이 하죠."

온라인 광고와 할인으로 모객을 하니 부작용이 생겼다. 호텔과 손님 궁합이 맞지 않는 현상 말이다. 손님은 자기와 맞지 않은 호텔에 와 불편하고, 호텔은 매사에 불평하는 손님을 맞이하는 식이다. 조이스 킴은 이런 상황이 부정적인 후기를 만든다고 말했다.

온라인 데이팅처럼 호텔과 손님도 짝지어보자

심플허니는 바로 호텔과 손님 궁합을 파악하는 웹사이트다. 방법은 미리 마련해둔 질문에 손님들이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있다. 개인의 취향을 파악하는 질문은 조이스 킴이 맡았다. 대학원에서 역사와 사회학을 전공하며 배운 방법론과 통계 지식을 활용했다. 사실 질문 내용은 간단하다. 로맨틱·모던·부띠끄·시골풍 등 호텔 취향을 고르고, 여행 가서 하고 싶은 활동과 여행 기간, 평소 여행 습관, 동행 여부 등을 고르는 식이다.

"지금은 서비스 초기라 이용자 성격을 파악하는 간단한 퀴즈로 구성했습니다. 점차 개발이 완료되면 이용자가 어떤 성격인지, 동행은 누구인지 기억해둬 이용자가 도시를 고를 때마다 맞는 호텔을 추천할 겁니다. 마치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가 서로 얼마나 맞는 사이인지 퍼센트로 나오는 것과 비슷하죠."

요즘 대세인 '소셜 추천' 방식은 아니다. 내 친구가 추천하는 것이라면 신뢰할 만한 정보가 아니던가. 조이스 킴은 여행에서 소셜은 맞지 않다고 고개를 저었다. 누구나 한번은 겪는다는, 여행 가서 친구나 배우자와 싸운 기억을 떠올려보라고 말했다.

"저는 친구처럼 여행하진 않아요. 제 친구를 사랑하지만, 여행 스타일은 다르기 때문이죠. 친구가 추천하는 대로 여행했을 때 제가 좋아할 건지 잘 모르겠어요. 제일 친한 친구 커플을 보면 여행할 때마다 싸워요. 제 친구는 활동적이고 친구 남편은 정반대에요. 이렇게 사람마다 스타일이 달라요. 여행은 소셜하지 않고 개인적인 활동입니다."

친구가 추천하는 개념인 '소셜'이 맞는 곳과 맞지 않는 영역이 있단 얘기다. 여행은 친구가 아니라 '나'에게 맞는 선택이 우선이어야 하는 분야다. 조이스 킴이 들려준 사례는 우리 주위에서도 흔히 들리는 얘기 아니던가. '절친'과 여행 갔다가 서로 마음 상해 돌아온 얘기는 낯설지 않다.

심플허니, simplehoney
▲ 심플허니, simplehoney

▲내 여행 취향을 묻는 질문에 대답하면, 내게 맞는 호텔을 추천해준다. 도시를 바꾸면 미리 작성한 답변 내용에 따라 호텔을 추천한다.


심플허니에서 찾을 수 있는 곳은 하와이, 샌프란시스코, 샌프란시스코 북부, 나파, 로스앤젤레스, 뉴욕, 보스턴, 시애틀, 마이애미 등 미국 지역이다. 서비스 지역을 확장하는 기준은 조이스 킴과 심플허니 직원들이 잘 아는 곳인지에 달렸다. 하와이 서비스를 위해 심플허니 전직원 5명은 2달간 하와이에 머물렀다. 마침 공동창업자인 에릭 나카가와의 고향이 하와이 호노룰루였다.

통상 미국에서 IT 서비스면 미국 실리콘밸리나 최근 뜨는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에서 시작하는 모습과 대비된다. "하와이에서 머문 건, 이곳 주요 산업이 여행과 관광이라 종사자를 많이 만날 수 있어서였죠."

조이스 킴은 심플허니를 한국 사람들이 십분 활용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하와이에서 마주한 한국 여행자는 모두 같은 호텔에 묵고 비슷한 곳을 둘러보는 게 안타까웠던 눈치다.

"하와에 머무는 동안 한국 관광객을 많이 만났는데 다들 같은 곳에 묵더군요. 이유를 물어보니 여행사가 추천했다고 했어요. 여행사는 항상 같은 곳을 추천하고, 한국 관광객은 그 호텔을 가는 거죠. 재미있고 신기하고 독특한 호텔이라서 가는 게 아니라, 여행사와 해당 호텔이 맺은 관계 때문에 그런 거죠."

심플허니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한 달에 두 번은 서비스 지역과 기능이 추가될 예정이다. 이용자 취향을 알기 위해 묻는 질문도 지금보다 더 정교해져야 한다. 막 씨앗에서 싹이 튼 단계라고나 할까.

조이스 킴은 실리콘밸리에 성공한 한국 회사가 등장하길 기대한다며 두 곳의 차이점을 팁으로 알려줬다. "한국과 미국의 문화 차이죠. 한국은 완벽하게 만들어 출시하고, 실리콘밸리는 먼저 출시하고 조금씩 바꿔가죠. 아주 단순해 보여도, 큰 차이입니다."

올 겨울 하와이 여행을 계획한 이용자는 이참에 내게 맞는 하와이 여행지와 호텔을 찾아보자. 하와이 여행자를 위해 취향을 묻는 질문지가 한국어로 마련돼 있다.


심플허니, simplehoney
▲ 심플허니, simplehoney

 

▲심플허니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페이스북 계정을 연동하고 여행 취향에 묻는 질문에 답을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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