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미니' 써보니 "휴대용 아이패드2"

발행일 2012-10-31 10:30:01
'아이패드 미니'를 숫자로 설명하자면 7.9인치로 화면을 줄인 아이패드2다. 사실 말로 설명하기는 이게 가장 쉽다. 그러고 보니 맨 처음 아이패드가 나왔을 때가 생각난다. 시장의 반응은 ‘놀랍다’와 ‘큰 아이팟’으로 갈렸다.



하드웨어 면에서 보면 큰 아이팟이라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애플은 내부적으로 아이폰과 아이패드용 운영체제를 뚜렷이 구분했고, 같은 응용프로그램(앱)이라도 화면 크기를 이용하는 방법을 전혀 다르게 제시했다. 2년 반만에 아이패드는 아이팟과 분명히 다른 영역으로 자리잡았고, 27만개의 태블릿용 애플리케이션이 등록됐다. 아이팟과 화면 크기에 명확한 차이를 둔 결과는 해상도 차이와는 또 다른 태블릿이라는 뚜렷한 시장으로 나타났다. 지금 모든 컴퓨터·모바일 제조업체들이 다양한 운영체제로 만들고 있는 태블릿들이 아이패드를 공공의 적으로 두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다시 숫자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아이패드 미니를 글과 사진, 동영상으로만 본다면 이제는 애플을 상징한다기보다 공격하는 데 더 많이 쓰이는 ‘혁신’이란 단어도 찾아보기 어렵다. 제원표만로만 따지면 영락없이 어디 하나 새로울 것 없는 크기만 줄인 아이패드2다. 하지만 그 숫자가 우리를 얼마나 혼동하게 하는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것이 아이패드 미니다.


▲7.9인치 화면은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아니지만 픽셀이 도드라지지 않고 색이 또렷한 편이다.


세로 베젤 줄여 디자인 차별

디자인부터 살펴보자. 아이패드 미니는 기존 아이패드를 그대로 줄여놓지 않았다. 가장 큰 차이는 세로 기준으로 양 옆 테두리를 없앤 데 있다. 이것이 주는 차이는 꽤 크다. 아마도 베젤을 그대로 두고 9.7인치와 똑같은 디자인으로 줄였다면 끔찍한 디자인이 태어났을 것이다. 테두리를 없애는 것으로 아이패드 미니는 한 손으로 쥘 수 있게 됐고 디자인적인 요소도 함께 거머쥐었다. 이는 애플이 수차례 한 손으로 쥘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에서도 드러난다.

하지만 테두리를 줄이는 일이 단순히 잘라낸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두 손으로 쥘 수밖에 없는 것이 태블릿인데, 테두리를 없애면 손으로 쥘 자리가 사라진다. 모든 태블릿이 디자인과 휴대성을 희생하면서도 테두리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다.


▲엄지손가락과 손바닥이 함께 닿아도 손가락 끝만 입력으로 인지한다.


애플은 바깥쪽에 닿는 손의 모양을 읽어 입력을 위한 손가락인지, 아이패드를 쥐면서 닿은 손바닥인지를 판단해 손가락만 입력을 받는다. 이는 하드웨어적으로 특별한 장치를 넣은 것이 아니라 iOS6에서 판단하는 것이다. 그 덕분에 양손으로 쥐고 엄지손가락을 길게 뻗어도 바깥쪽 손이 닿으면서 생기는 오작동이 없다. 이 부분은 베젤이 있는 일부 태블릿들에서도 발생하는 문제였는데, 신경 쓸 일이 하나 줄어든 셈이다. 당연히 가로로 들 때는 양 옆을 쥐어야 하니 위 아래 베젤은 아직까지 포기하기 어렵다.

손에 쥐는 느낌도 괜찮다. 두께는 7.2mm로, 7.6mm의 아이폰5보다 얇다. 얇지만 한 손으로 쥐었을 때 미끄러지지 않는다. 전화 기능을 넣지 않았냐고 우스갯소리를 하는 이들도 있는데 전화처럼 양 손가락으로 쥐고 수직으로 세워 써야 했다면 이 크기가 상당히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패드 미니를 쥐면 엄지와 나머지 손가락으로 감싸고 손바닥이 받치는 자세가 된다. 서양에 비해 손이 작은 우리나라 사람들 손에도 받쳐들기에 불편하지 않다.



그러고 보니 아이폰5와 상당히 닮아 있다. 뒷판은 알루미늄 유니바디로 감쌌고 화면과 경계선은 다이아몬드 커팅을 넣었다. 아이패드 시리즈 중에 가격은 가장 낮지만 디자인과 만듦새는 가장 좋다. 무게는 아이패드 미니가 308g, 아이패드2가 601g이다. 가장 많이 비교되는 넥서스7은 340g이다.

7인치와 7.9인치의 차이

4대3 비율의 7.9인치 화면은 애플 뿐 아니라 주요 태블릿으로는 처음 선보이는 것인데 좋은 선택이었다. 기존 제품은 한 손으로 쥘 때 받칠 수 있도록 모든 테두리에 두터운 베젤이 들어갈 수밖에 없기에 실제 크기는 12인치에 가깝다. 이 화면 크기를 가늠하는 데 쓰는 ‘인치’ 혹은 ‘센티미터’ 단위는 대각선의 길이를 말한다. 아이패드 미니는 일반 아이패드에 비해 딱 1.8인치 작은 화면을 지녔다. 1.8인치면 손가락 두 개 정도 두께로, 3cm가 채 안되는 길이다. 하지만 그 차이는 상당하다. 아이패드 미니는 자그마한 책 한 권 크기다.


▲9.7인치 아이패드와 크기 차이는 상당하다. 화면도 작아졌지만 베젤을 줄인 영향이 크다.


더 놀란 것은 기존 7인치 태블릿과 비교했을 때다. 애플은 아이패드를 발표하면서 7.9인치 디스플레이는 7인치와 큰 차이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구글의 넥서스7과 직접적인 비교를 늘어놓았다. 필립 실러는 넥서스7에 비해 화면 면적 자체는 35% 더 넓고 웹페이지를 볼 때는 49% 더 많은 콘텐츠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너무 많이 차이나는 것 아닌가 싶지만 0.9인치 차이는 생각보다 많이 크다. 4~5인치 스마트폰이나 13~15인치 노트북 사이에서 보이는 차이와 좀 다르다. 두 제품을 함께 놓고 보니 그 답은 4대3 화면 비율에 있었다. 같은 대각선 길이라도 정사각형에 가까울수록 화면 자체의 면적은 넓어지기 때문이다. 4인치에서 5인치로 가는 1인치보다 7인치에서 8인치로 가는 1인치가 면적 차이는 훨씬 큰 것도 있다.

모바일 웹페이지를 볼 때는 16대10이나 16대9처럼 긴 화면이 좋지만, 데스크톱용 웹페이지를 보기에는 아직까지 4대3이 더 편하다. 해상도는 넥서스7이 높지만 글씨나 웹페이지를 뿌려주는 것은 아이패드 미니 쪽이 낫다. 채도가 높은 디스플레이도 한몫한다. 4대3의 화면 비율 때문에 16대9 동영상을 볼 때 위 아래 검은 띠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고 해도 콘텐츠 화면은 7.9인치쪽이 더 크다. 하지만 LCD와 유리 표면 사이의 간격은 아이폰에 비해 넓다.


▲웹페이지는 물론 앱들이 보여주는 정보량은 똑같다. 작지만 온전한 또 하나의 아이패드다.


아이패드2와 성능 같아

아이패드 미니의 성능은 아이패드2와 완전히 같다. 듀얼코어 A5 프로세서와 같은 성능의 플래시 메모리를 넣은 것 때문이다. 앱 실행 속도나 게임을 돌리는 능력도 똑같고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도 같다. 아이패드2나 미니에 들어간 A5 프로세서는 레티나 디스플레이에 눈을 버리지 않았다면 성능은 지금 쓰기에도 별 무리가 없다. 안 돌아가는 앱도 찾아보기 어렵다. 'A5X를 넣지 그랬냐'라고 할 수 있지만, A5X 프로세서는 A5와 CPU 성능은 같고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위해 GPU 성능만 개선된 것이다. 지금 미니의 위치에서는 차라리 A5를 넣고 가격을 낮추는 편이 현실적이다. 가격을 아이패드2 아래에 둔 것도 작용했을 것이다.


▲Geekbench2의 결과다. 아이패드2의 점수와 같은 결과를 내놓는다.


그렇다고 해도 하드웨어가 온전히 같은 것은 아니다. 카메라는 3세대 아이패드에 들어간 것과 똑같은 500만화소/120만화소를 지녔다. 아이폰과 마찬가지로 5매 렌즈와 f2.4의 조리개도 갖고 있다. 무선랜도 5GHz 신호를 잡을 수 있고 속도도 최대 150Mbps로 개선됐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빠진 것은 아쉽다. 1024×768 해상도라고 해도 화면 크기가 줄어 픽셀 간격은 더 세밀해졌다. 레티나 디스플레이에 익숙해진 눈이라고 해도 아이패드2에 비해서는 확실히 낫다. 인치 당 픽셀 수를 보니 163ppi다. 아이폰3GS와 같고 아이폰4 이후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절반이다. 차후 레티나 디스플레이에 대해 기대하는 것이 썩 어렵지 않다. 또한 아이폰, 아이팟과 똑같은 픽셀 밀도를 둔 것은 두 플랫폼간에 화면 크기를 연결하는 접점으로 볼 수도 있다. 애플이 디스플레이를 7.9인치 디스플레이를 선택한 속내 중 하나로 꼽아본다.

9.7인치 대체품은 아니지만

아이패드 미니를 살까? 아이패드 미니를 어디에 쓸까? 일단은 전자책이 핵심 콘텐츠가 될 것 같다. 책이나 PDF 문서를 많이 읽는다면 아이패드 미니는 9.7인치, 심지어 레티나 디스플레이 아이패드보다 편하다. 이는 아이패드 미니만의 특성이 아니라 넥서스7이나 킨들 파이어HD를 비롯한 7~8인치 태블릿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가벼운 것도 있지만, 크기나 한 페이지에 보이는 내용도 이 정도 크기가 적당하다.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책장이 넘어가는 사이즈다. 아직까지 아이패드는 지배적인 플랫폼이다 보니 애플의 아이북스 외에 구글의 플레이북이나 아마존 킨들의 콘텐츠도 모두 앱으로 제공된다.


▲딱 책 한 권 크기와 같다. 전자책 시장에 끼칠 영향에 기대가 크다.


아이패드 미니가 구글을 비롯해 아마존, 반스앤노블, 삼성 등이 내놓는 7인치대 태블릿 시장을 싹쓸이하리라 생각되진 않는다. 다만 이 제품들과 더불어 전자책 시장을 키울 것이라는 점은 쉽게 내다볼 수 있다. 콘텐츠 판매 수익을 내다보고 마진 구조를 극한까지 가져간 구글과 아마존 입장에서는 아이패드 미니가 성공해 전자책 시장이 확대된다면 킨들과 플레이북 앱을 통한 콘텐츠 판매를 내심 기대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휴대가 더 간편해지다 보니 동영상 콘텐츠를 보기에도 어떤 면에서는 더 편하다. 하지만 아이튠즈 동영상 콘텐츠 구입·대여가 애매한 국내 환경에서는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동영상을 보는 용도가 태블릿의 첫번째 용도라면 7인치 와이드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선택하는 것이 가격이나 인코딩 등 여러 면에서 낫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가 한국에서도 영화 콘텐츠 공급을 시작한 것도 고려해야 한다.



이제 결론을 내보자. 맞다. 뻔한 결론을 내려고 한다. 현재로서 아이패드 미니는 밖에서 아이패드를 쓰는 비중이 높고 가볍게 들고 다니면서 콘텐츠를 즐기길 원하는 이들을 위한 제품이다. 다만 그 안에서 돌아갈 앱들이 개발사가 아무 것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온전한 아이패드 그 자체라는 것은 강점이다.

현재 아이패드는 7.9인치 미니, 9.7인치 아이패드2 그리고 고성능을 내는 4세대 등 3가지 라인업으로 구성된다. 소비자로서는 아이패드를 살 때 화면 크기를 고르거나 해상도와 성능을 고를 수 있게 됐다. 아이패드 미니는 아이패드2나 3세대 아이패드를 대체하는 제품도 아니고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함께 갖추고 싶어하는 욕심 그대로 9.7인치와 7.9인치를 모두 손에 쥘 필요까지는 없다. 다만 새로 아이패드를 사려는 이들에게는 다양한 선택권을 줄 수 있게 됐다.

셋 중 어떤 제품을 구입하는 게 낫겠다고 하나를 찍기도 참 어렵다. 다만 안드로이드나 윈도우8 기기 대신 아이패드를 구입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숫자나 디자인만 보고 온라인에서 바로 주문하기보다는 매장에 반드시 들러 제품을 셋 다 만져본 뒤 선택하는 편이 좋겠다. 한국은 아이패드 미니의 1차 출시국으로, 이번 주 주말부터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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