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응용프로그램(앱)과 REST API로만 참가 신청을 받았을 때 눈치챘어야 했다. 이 행사가 오로지 개발자의, 개발자에, 개발자를 위한 행사라는 걸. 개발자 행사에 부지런히 참석하면 나도 '그들'처럼 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비개발자에게 개발자 행사는 여전히 하늘의 별처럼 멀게만 느껴진다.

그렇다고 마냥 피할 순 없는 노릇. 지하철과 버스로 총 3번이나 환승해 KTH 개발자 행사인 'H3'가 열리는 전문건설회관에 도착했다. 모바일 사전 등록 서비스 개시 7분 만에 신청이 마감됐다는 행사 담당자의 얘기는 빈말이 아니었다. 당초 예상치인 700여명을 넘어 1천여명에 가까운 개발자들이 행사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어떤 참석자는 8시부터 행사장에 도착해 강연장에 입장했다고도 한다. KTH 직원은 그 덕에 미리 발표를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을 빼았겼다고 하소연을 했다. 헌데 왠지 '우리 인기 있는 개발자 행사예요~'라고 자랑하는 말로 들린다.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이 조금씩 자리를 채워나갔다. 기조연설 시작 시간인  10시, 강연장 밖은 등록하기 위해 줄을 선 사람으로 가득했다. KTH 직원들이 시간 내 이들을 안내하기 위해 총출동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KTH는 당초 예정보다 10분 늦게 기조연설을 시작했다.

이날 기조연설을 박태웅 KTH 부사장이 맡았다. 'Backend Platform의 미래. BaaS.io'라는 다소 생소한 단어로, 박태웅 부사장은 KTH의 모바일 전략을 풀어나갔다. 인프라 서비스(IaaS),플랫폼 서비스(PaaS),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비슷한 이름의 새로운 서비스가 또 등장한 것일까. BaaS.Io(Backend as a Service. 바스아이오)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바스아이오는 KTH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자들을 위해 출시한 모바일 백엔드 서비스다. 모바일 앱 개발 과정에서 필요한 서버 자원을 정형화해 API 형태의 서비스로 제공한다. 보통 앱을 개발하기 위해선 소비자에게 직접 서비스하는 프론트엔드가 아닌 서버, 백엔드를 세팅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아파치, 데이터베이스(DB), 톰캣 등을 설치하거나 튜닝하려면 서버 개발자가 필요하단 얘기다. 문제는 많은 앱 개발자들이 서비스가 아닌 서버 부분에서 시간은 허송세월하고 있다는 데 있다.

예를들어 내 주변 맛집을 찾아주는 모바일 앱을 개발한다고 가정해보자. 서비스 단에서는 단말기의 현 위치를 기준으로 주변에 어떤 음식점이 있는지 찾아 달라고 서버에 요청한다. 그러면 서버는 맛집 정보를 찾아 사용자에게 보여준다. 이 단순한 과정이 서버 속으로 들어가 보면 복잡해진다. 우선 서버는 사용자 인증을 통해 사용자를 식별하고, 단말기에서 인식한 위치 정보를 바탕으로 DB를 검색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검색된 DB 내용을 다시 사용자에게 보내주기 위한 작업이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서버단을 다룰 수 있는 엔지니어는 필수다.

KTH는  바스아이오를 도입하면 프론트엔드 개발자만으로도 서버가 있는 앱을 개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스아이오가 앱 개발을 위한 서비스 기능을 API로 제공하다 보니 바스아이오 플랫폼 하나로 앱 개발에 필요한 인프라, 플랫폼, 소프트웨어 서비스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면서 말이다. API를 로직에 맞게 잘 조립만 해도 기본적인 앱 하나가 뚝딱 나올 수 있다 보니, 앱을 개발하면서 아파치, 톰캣 서버를 구축하는데 잡다한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앱 개발에 걸리는 시간도 단축하는 효과가 있다. KTH는 최소한 기존 전통적인 앱 개발환경 대비 최대 50%까지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겉보기엔 세일즈포스닷컴의 '파스닷컴',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 같은 PaaS와 비슷한 서비스로도 볼 수 있다. 이들 PaaS는 아파치, MySQL DB 등을 기본으로 제공해주는 대신, 여전히 서버 개발자가 컴포넌트와 모듈을 설치하고 로직을 개발해야 한다. 아예 컴퓨팅 인프라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바스아이오와는 차이가 크다.


 KTH는 바스아이오를 통해 총 6가지 기능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서비스 이용자들은 로그인 기반의 앱에서 사용자를 관리해주는 '사용자 정보관리', 고객의 요청을 관리하는 '고객센터', 공유하고자 하는 정보를 키값 형태로 데이터베이스화한 '데이터 관리', 파일을 저장하고 공유하는 '파일 관리', 특정 기기에 알림 메시지를 전송하는 'PUSH', 데이터에 저장된 정보 중 특정 위치에서 특정 반경 내 들어가는 목록만 검색해주는 'POI' 등 앱 개발자가 서버에 개발했던 기능을 쉽고 편리한 API 형태의 서비스로 누릴 수 있다.

게다가 바스아이오는 REST와 Oauth2.0 표준에 기반을 둔 iOS, 안드로이드, 자바 스크립트 환경을 지원한다. 유클라우드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제휴했기 때문에, 해당 클라우드 환경 위에서 앱을 개발한 뒤 서비스로 출시할 수도 있다. 바스아이오는 오는 11월1일 비공개 시범서비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KTH는 유클라우드에 26대의 가상머신을 준비했다. 바스아이오는 파트너 프로그램을 통해 베타 테스터에 한해 이용할 수 있으며, 올해 말까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이번 H3 개발자 행사에서는 바스아이오 외에도 Node.JS, 훌라후프(Hulahoop), 데이지(DAISY) 등 오픈소스를 활용한 KTH 내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도 함께 들을 수 있었다. 그 중 훌라후프에 대해 설명한 황지수 KTH 분산기술랩 개발자와 김남미 KTH 데이터지능팀 기획자 발표를 들어봤다. 슬라이드 첫장부터 어지러움이 몰려왔지만, 참았다. 개발자 행사에서 기조연설만 듣고 사라질 순 없지 않은가.

얕은 지식으로 이해한 바에 따르면, 훌라후프는 클라우드 환경에서 서비스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용 가능한 모델은 데이터베이스와 비슷하다고 한다. KTH는 대용량 데이터 분산 처리를 위해 자체적으로 '프리즘 파일시스템'이라는 분산 파일 시스템을 만들었는데, 훌라후프는 이 안에 들어가 있는 기술이다. 오픈소스 카산드라의 단점을 보완해 대용량, 고가용성, 수평적 확장을 자랑한다. 황지수 개발자는 조만간 훌라후프를 활용해 IRIS라는 클라우드 검색엔진 서비스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데이터지능팀에 합류한지 약 5개월 됐다는 김남미 기획자는 수줍어하면서도 차분하게 사용자 로그 분석을 바탕으로 어떤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DASISY(Data Intelligence System)를 이용하면 시스템 로그 못지 않게 사용자 로그 속에도 다양한 정보가 숨어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면서 말이다.

데이지는 하둡 기반의 데이터 저장과 분석을 위한 하이브(Hive), 수집을 위한 카프카(Kafka)로 구성된 플랫폼이다. KTH는 데이지를 이용해 114전화국전화, 아임리얼맛집, 푸딩투, 플레이 서비스에서 사용자 로그 분석을 바탕으로 한 맞춤형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 114 전화국전화 서비스에선 시간 별 사용자들이 자주 찾는 전화번호 서비스를 분석했다. 그 결과 하루를 4개의 영역으로 쪼개 시간별 맞춤형 전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점심엔 맛집이, 저녁엔 야식집이 많이 노출되게 하는 식이다.

 

H3는 이제 막 두 살을 맞이한 개발자 행사다. 첫 회 행사에서 느낀 아쉬운 점이 많았는지, 이번 행사에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기울였다. 우선 눈에 띈 게 '무선인터넷, 와이파이'다. 첫 행사에서는 무선인터넷이 제대로 지원되지 않아 불만이 많았다고 한다. KTH는 이번 행사에 '와이어리스 어레이'를 도입했다. 최대 768명에 이르는 사용자가 원활하게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점심 얘기도 뺴놓을 순 없다.  H3는 무료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점심을 제공했다. 에릭 카이제라는 유명 빵집으로부터 직접 공수해온 샌드위치와 음료수를 마련했다. 혹시나 건장한 청년들을 위해 김밥을 덤으로 준비하는 센스도 발휘했다.  참석자들은 4층에 준비된 연회장이나 가까운 보라매 공원을 찾아 점심을 즐겼다.

 

H3 행사가 진행되기까지 KTH 내 직원들의 공이 가장 컸다. 준비부터 뒷정리까지 모두 직원들이 도맡았다. 이들은 접수부터 시작해 참가자들에게 나눠줄 책, 티셔츠 등 선물 꾸러미를 손수 포장했다. 포장만 했을까. 운반도 도맡았다. 개발자 행사치고는 접근하기 조금 까다로운 전문건설회관에서 행사를 시작한  배경엔 KTH 본사로부터 각종 자재를 옮기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얘기도 있다. 내년 H3도 전문건설회관으로 당첨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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