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님 문턱은 항상 높기만 하다. 온라인 신문고에 홈페이지, 블로그,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등 온라인 공간이 마련돼도 내 얘기를 듣고는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홈페이지 게시판엔 이름과 주민번호를 입력하고야 글을 쓸 수 있었고,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는 부처, 부서마다 경쟁하듯 계정을 만들어 누구에게 말을 건네야 하는지 감도 안 온다. 말 한마디라도 붙이려면 조직도부터 공부해야 할 판이다.

서울특별시는 흩어진 SNS 계정을 모아 한데 보여주고, 계정마다 받는 문의와 각 계정 이름으로 내보낸 답변을 한눈에 보여주는 '소셜미디어센터'를 11월1일 시범적으로 열었다. 이곳엔 서울시와 각 부처가 운영하는 80여개 SNS 계정 중 44개 계정이 모였다.

서울시 소셜미디어센터
▲ 서울시 소셜미디어센터

홈페이지도 있고 블로그와 SNS도 있지만, 굳이 이렇게 모아서 보여주는 터를 마련한 까닭은 무엇일까. 서울시 시민소통기획관 뉴미디어담당관 SNS소통팀 관계자는 "시민이 트위터로 문의하면 해당 계정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안내했는데, 이 내용을 문의한 시민과 트위터 담당자만 확인할 뿐, 다른 사람들은 확인하기 어려웠다"라며 "검색이 가능하다고 해도, 일부러 찾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라고 소셜미디어센터를 연 배경을 설명했다.

사실 이런 불편함은 각종 정부 홈페이지에서도 흔히 겪는다. 일단 문의 게시판을 찾아야 하고, 내가 묻고자 하는 질문이 이 게시판에 적합한지도 확인해야 했다. 주인과 손님이 뒤바뀐 듯한 방식이다. 이 때문에 SNS 소통이 주목을 받았으나 그것도 반짝이었다. 내용이 차곡차곡 쌓이지 않고 실시간으로 정보가 오가다 보니 한두 달만 지나도 SNS 문의사항은 찾기 어려운 탓이다. 정부가 열심히 답변해도, 시민이 집요하게 문의해도 그 내용은 두 사람만 아는 얘기가 됐다. 서울시 관계자의 설명도 바로 이런 상황을 바탕으로 했으리라.

현재 서울시 소셜미디어센터에는 트위터 30개, 페이스북 5개, 미투데이 4개, 블로그 3개 계정이 모였다. 왼편에는 시민이 44개 계정에 보내오는 각종 의견을, 오른편에는 이 44개 계정이 안내한 내용을 최신순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맨 아래에는 채널별로 서울시가 문의사항에 얼마나 대답했는지가 그래프와 비율로 나타난다.

시민이 올린 문의 사항을 클릭하면, 팝업으로 해당 내용과 문의한 시민의 SNS계정, 서울시 답변 내용이 보인다. 바둑에도 훈수 두는 사람이 판을 더 크게 보듯, 시민의 던진 질문에 지나가던 이용자가 소셜댓글 라이브리를 이용해 대신 답변을 남길 수도 있다. 반대로 오른편에 보이는 서울시 답변을 클릭하면, 답변이 먼저 보인다. 그 밑에는 서울시가 어떤 질문에 답변했는지가 보인다.

정말 궁금한 정보는 이렇게 훑어서 찾긴 어렵다. 이때는 홈페이지 위에 있는 검색창을 활용하면 된다. '횡단보도'나 '교통', '전용차선', '도서관' 등 궁금한 사항을 검색하면 관련 답변과 문의사항이 뜬다.

내 질문을 서울시 이름으로 개설된 여러 SNS 중 어디에 보내야 할 지 모를 때는 'SNS 지도'를 이용하자. 업무에 따라 해당 부서나 사업의 SNS 계정을 찾을 수 있다.

서울시 소셜미디어센터 SNS지도
▲ 서울시 소셜미디어센터 SNS지도

▲서울시 소셜미디어센터 'SNS지도'


소셜미디어센터는 문 연지 이제 하루가 됐다. 볼 수 있는 정보도 아직 많지는 않다. 검색해도 문 열기 2·3일 전 글만 보이고, 훑어볼 수 있는 글도 마찬가지다. 시범서비스 중이지만, 오는 겨울에는 특정 부서에서 긴급하다 싶은 메시지를 서울시의 여러 SNS 계정을 받아보는 인터넷 이용자에게 전할 방법을 고민중이다. 예컨대 전날 밤 내린 눈으로 버스나 지하철 운행에 차질이 있다면, 이 소식을 서울시의 44개 계정과 친구 또는 팔로워인 80여만명 이용자에게 보낼 수 있겠다. 소셜미디어센터가 서울시가 시민에게 보내는 비상연락망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되겠다.

참, 소셜미디어센터에 트위터 메시지만 보인다고 오해는 하지 말자. 서울시민이 SNS 중 트위터로 문의하는 비율이 90% 이상이란다. 나머지 채널은 상대적으로 이용률이 낮다. 소셜미디어센터가 서울시 계정이 받은 모든 글을 보이는 건 아니다. 스팸 계정이나 광고, 정치적인 글은 걸러서 보여주고 있다.

서울시 홈페이지에서 소셜미디어센터 찾는 방법
▲ 서울시 홈페이지에서 소셜미디어센터 찾는 방법

▲서울시 홈페이지에서도 소셜미디어센터를 바로 찾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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