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도 스마트폰을 내놓을 것이라는 소문이 또다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1월2일(현지시간) 마이크로소프트가 스마트폰 자체 개발에 대한 테스트를 끝내고 부품을 갖고 있는 아시아 지역의 업체들과 논의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사실이라면 이미 윈도우8에 쓸 수 있는 프로세서, 메모리, 디스플레이 등 부품들은 다 나와 있는 상황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부품 업체들과 할 이야기는 공급과 가격 뿐이다.

더레지스터 이야기처럼 ‘어쩌면’이 아니라 ‘언제’가 문제일 수 있다. 아직은 소문 수준이지만 단순히 마이크로소프트가 구글이나 애플과 비슷한 노선을 걷는 것이라고 보기에는 따져봐야 할 부분이 많다.

이 이야기가 나온 배경에는 ‘서피스’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8과 함께 직접 만든 태블릿 서피스를 내놓았다. 기존 파트너사들을 배려해 아직은 ARM 프로세서를 쓴 것만 내놓긴 했지만 윈도우 운영체제를 돌릴 하드웨어를 스스로 만들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은 분명히 내비친 셈이다. 그렇게 나온 하드웨어는 디자인이나 콘셉트, 완성도 면에서 기존 윈도우PC 제조사들의 주력 제품들과 견줄만하다. 인텔 코어 프로세서를 쓴 ‘서피스 프로’가 나온다면 PC 제조사들은 마이크로소프트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이다. 에이서처럼 서피스에 직접적으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도 지나친 일은 아니다.

태블릿을 만들었는데 스마트폰을 만들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시장 참여는 윈도우 PC 진영에서나 예민한 일이다. 고전중인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오히려 자연스럽다. 지난 3분기 2% 남짓한 점유율을 보였던 윈도우폰 시장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직접 뛰어들어 소비자들의 반응을 불러일으킨다면 파트너로서도 당장은 좋은 일이다. 삼성이 지난9월 독일에서 아티브 윈도우 스마트폰을 꺼내 놓았을 때 그 누구보다도 반겼던 것이 노키아였다는 것을 떠올려보자. 길게 보면 위험 요소지만, 현재 윈도우폰 개발 업체 중 삼성을 제외한 노키아와 HTC로서는 눈 앞의 불을 끄는 게 우선이다.

윈도우모바일6.5 이후 3~4년을 손가락만 빨고 있던 마이크로소프트로서는 윈도우폰8을 꼭 띄워야 한다는 부담도 매우 크다. 여기에서 밀리면 회복이 쉽지 않다. 다행히 윈도우폰8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은 좋다. 뿌리는 조금 다르지만 윈도우폰7.5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 높다. 2~3년 뒤면 시장 점유율로도 아이폰, 안드로이드폰과 경쟁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제품 자체로는 가능성이 있지만 제조사들이 소비자를 유혹하지 못하고 시장이 이를 받아들이는데 낯설어한다면, 마이크로소프트의 브랜드로 직접 접근하는 것만한 즉효약도 없다. 구글의 넥서스처럼 성공의 축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름부터 심상치 않았던 KIN으로 쓰디쓴 실패를 맛본 마이크로소프트로서는 시장 접근이 조심스러울수밖에 없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스티브 발머와 인터뷰에서 직접 스마트폰을 만들어낼 계획에 대해 물었더니 대답을 거절했다고 전했다. 이 반응도 약간 의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서피스를 출시할 때만 해도 비슷한 질문들에 스스로를 ‘소프트웨어 기업이고 파트너사들이 더 좋은 하드웨어를 만들 수 있는 운영체제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또 그래야 했던 것이 이전까지의 마이크로소프트이기도 했다. 기업을 이끄는 근본 정책에 답을 피했다는 것은 ‘노 코멘트’ 그대로 받아들이엔 여운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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