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들을 위한 행사가 부쩍 많아진 기분입니다. 한국 자바 개발자 컨퍼런스를 시작으로 넥슨 'NDC', NHN '데뷰', 다음커뮤니케이션 '디브온', KHT 'H3' 등 올 한해 정말 다양한 개발자 행사가 열렸습니다. 클라우드웨어는 클라우드 관련 개발자 행사인 '플랫폼데이'를 앞두고 있습니다. 풍성한 행사 소식에 국내 개발자들은 행복하셨으려나요?
여기 개발자 행사를 준비하는 또 다른 업체가 있습니다. 올해 처음 '테크 플래닛'이라는 개발자 행사를 준비한 SK플래닛이 그 주인공 입니다. SK플래닛은 SK텔레콤으로부터 플랫폼 서비스를 위해 따로 분리된 회사입니다. SK플래닛이 SK텔레콤 그늘을 벗어난 지 1년이 넘었습니다. T맵, 멜론, 네이트온, 싸이월드, 스마트월렛, T클라우드 등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분사 당시 서진우 SK플래닛 대표는 "SK텔레콤에 기댄 1등이 아니라 발로 뛰는 1등이 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지요. 단순한 서비스 출시로는 만족하지 않겠단 얘기였습니다. 그래서일까요. SK플래닛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진정한 플랫폼 회사로의 변신을 꿈꾸며 이번 개발자 행사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SK플래닛 직원들은 올해 초부터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합니다. 3개월전부턴 본격적인 행사 준비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고 하네요.
이번 개발자 행사를 위해 SK플래닛은 페이스북, 트위터 등 다양한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활용했습니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존 라거링 구글 글로벌 파트너십 디렉터와 서칸 피안티노 페이스북 뉴욕 엔지니어 책임자를 초빙하는 데 SNS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SK플래닛 직원 중 이들과 연이 닿은 사람을 찾아 그 사람의 SNS 인맥을 빌리는 식으로 말이지요.
서칸 엔지니어 책임자는 "개발자 행사에서 만난 SK플래닛 직원과의 인연으로 테크 플래닛에 오게 됐다"라며 "이 행사에 와서 다양한 한국 개발자들을 만나게 돼 기쁘다"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처음 열린 개발자 행사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테크 플래닛을 찾았습니다. SK플래닛은 사전등록 인원으로 600명을 받았는데요. 24시간 만에 매진됐다고 합니다. 사전등록에서 고비를 마신 200여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추가로 현장등록을 했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지요. 다른 개발자 행사보다 다소 이른 행사 진행에 서둘러 집을 나선터라 아침식사를 하지 못한 이들이 많았나봅니다. 현장등록 장소에 마련된 다과를 즐기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자사 제품에 대해서 활발하게 의견을 나누는 이들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8시30분부터 시작된 현장등록은 오전 9시30분이 다 되어도 줄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좀 있으면 첫 번째 기조연설이 시작되는데 말이지요. 행사 진행을 맡은 직원들의 손놀림이 분주해집니다.
행사장에 들어섰습니다. 바로 기조연설이 시작될 줄 알았는데, 웬 미모의 여성 두 분이 먼저 참가자들을 맞이합니다. 전자현악팀 '아임(I'm)'의 연주로 테크 플래닛 막이 올랐습니다. 전윤호 SK플래닛 플랫폼 기술원장이 사회를 보았습니다.
테크 플래닛은 소셜, 사용자 경험(UX), 빅데이터 3가지 열쇳말을 중심으로 강연을 준비했습니다. 서진우 SK플래닛 최고경영자는 "통신사 시절 부가서비스를 할 때와 달리 개방된 관점에서 플랫폼 사업을 하겠다"라며 "한국시장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기술 경쟁력을 가지고 사업을 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SNS가 등장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활용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개발자들도 소셜과 빅데이터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용자들에게 적절한 형태로 가치를 제공하려면 앞선 화제에 대한 이해가 필수가 됐지요.
SK플래닛은 '지능형 개인화'와 '소셜 개인화' 두 가지 요소에 초점을 맞춰 빅데이터와 소셜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패턴분석, 자연어처리, 추론기술 같은 과거 전통적인 통계 방법에 기인한게 아니라 소셜을 활용해 사용자 맞춤형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개발자들에게 제공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수집합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에게 더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빅데이터 못지 않게 UX도 중요합니다. 서진우 최고경영자는 "애플이 촉발해, 최근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분야로 최적화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려면, 이에 맞는 UX도 함께 제공할 줄 알아야 한다"라며 "모든 사용자, 각 개인에게 맞춰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로UX'를 선보이겠다"라고 말했습니다.
▲행사 시작 30분 전, 사진서 보이는 첫 두줄은 강연자를 위해 준비된 자리로 그 뒤를 사람들이 뺴곡히 채운 것을 알 수 있다.
▲ 테크 플래닛 행사를 연 아임의 공연.
▲서진우 SK플래닛 최고경영자.
이어 라거링 디렉터와 피안티노 리드 엔지니어의 기조연설 발표가 있었습니다. 라거링 디렉터는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대해, 피안티노 리드 엔지니어는 페이스북이 어떻게 뉴스 피드를 장애 없이 처리하고 있는지 노하우를 공개했습니다.
라거링 디렉터 설명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가 지난해 전체 스마트폰 사용자의 30%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60%가 됐다면서요. 어디서 수치를 구했는지 궁금해지는군요.
게다가 한국이 구글플레이에서 2번째로 가장 많이 앱을 내려받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 일본보다 인구 수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높은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한 데 대해 라거링 디렉터는 놀라움을 표시했습니다. 그는 "한국에서 성공하면 전세계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와 같다"라며 "한국 개발자들이 부럽다"라고 말했습니다.
라거링 디렉터가 전반적인 동향에 대해서 얘기했다면, 피안티노 리드 엔지니어는 기술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페이스북이 하루에 100억 건이 넘게 올라오는 뉴스피드를 초당 처리하기 위해 어떤 기술을 도입했고, 어떤 장애를 겪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아키텍처를 썼는지를 설명했습니다.
"5년전 제가 페이스북에 입사했을 땐, 개발자가 80여명이었습니다. 지금은 1100여명이 넘는 개발자들이 활약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 사용자당 개발자 비율을 높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장애 없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그 노하우를 공개할까 합니다."
페이스북은 멀티피드와 타우렌 스토리지를 통해 지금의 페이스북 뉴스피드 처리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멀티피드는 사용자가 작성한 글을 다 모아 처리하는 방식으로 작성한 글을 친구관계인 모든 사람에게 데이터를 전송하는 메가피드 방식보다는 상대적으로 장애가 덜 일어난다고 합니다. 300쪽에 이르는 문서를 200명에가 나눠준다고 할 때, 한 페이지를 200번 인쇄하는 것보다 1부 인쇄하는 게 더 편한 것처럼 말이지요. 멀티피드 방식에서 매초 일어나는 수많은 트랜잭션을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다고 합니다. 타우렌 스토리지는 굉장히 큰 용량의 로그파일도 수월하게 담을 수 있는 저장소 입니다. 메모리 디스크를 사용하기 때문에 저장된 자료를 불러오는 속도도 빠르다고 합니다.
▲ 존 라거링 구글 글로벌 파트너십 디렉터.
▲서칸 피안티노 페이스북 뉴욕 리드 엔지니어.
▲ 페이스북 뉴스 피드 시스템 규모.
SK플래닛이 강연만 준비한 건 아닙니다. 강연장 밖엔 시리처럼 인간의 음성을 이해하는 소프트웨어 업체인 '말루바', 야머처럼 휴대폰 주소록에 기반한 인스턴트 메시지 '에피소드'를 만든 써니로프트, 마리아DB라는 MySQL업체인 SkySQL의 부스가 있었습니다. 강연 사이사이 이들 부스를 찾아 서비스 설명을 듣는 참가자들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테크 플래닛은 이제 시작입니다. SK플래닛은 국내 개발자들이 굳이 해외 컨퍼런스에 참석하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강연을 많이 준비할 계획이라고 하니, 기대가 되는군요.
▲써니로프트 부스.
▲사진 왼쪽부터 SkySQL, 말루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