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애플은 서로의 법적 전략을 잘 알고 있습니다. 모든 대화의 일부가 법적 전략에 관한 내용이죠. 하지만 애플이 왜 소송 상대를 구글 자체가 아니라 구글 파트너로 선택했는지 무척 궁금합니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애플을 둘러싼 법정 공방에 관해 입을 열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미국 현지시각으로 11월4일, 에릭 슈미트 회장과 일문일답한 내용을 전했다. 에릭 슈미트 회장은 구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만드는 업체가 애플과 다양한 각도에서 소송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과 관련해 짐짓 이해할 수 없다는 식으로 얘기했지만, 애플과 구글의 관계에 다소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 기자와 에릭 슈미트 회장의 문답은 애플이 벌이고 있는 소송 전략을 염두에 둔 말이다. 실제로 애플은 구글을 직접 법정으로 끌어들이지 않는다. 모토로라나 HTC, 삼성전자 등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만드는 업체를 대상으로 특허권을 주장하고 있다.

모토로라는 가장 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애플 제품에 관한 미국 내 수입 금지조치 신청을 했고, HTC는 지난 11월, 애플과의 다툼을 협상으로 마무리지었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2011년부터 시작한 지루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에릭 슈미트 회장의 발언은 애플과 법정에서 다툼을 시작한 업체가 모두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스마트폰을 주력으로 팔고 있는 업체라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에릭 슈미트 회장의 궁금증에 어떤 해답을 줄 수 있을까. 애플의 목적은 안드로이드 OS를 직접 공격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애플은 안드로이드 OS 시장의 불안감을 조성하기 위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업체를 소송 다툼에 끌어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정우성 최정국제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블로터닷넷이 마련한 좌담회에 참석해 "애플의 소송 내용은 제조업체별로 조금씩 다르다"라며 "주요 제조업체들이 안드로이드 시장에 관해 불안감을 갖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안드로이드 OS는 전세계 스마트폰 사용자가 가장 많이 쓰이는 OS다. 애플 모바일 기기 시장 점유율이 20%를 밑도는 동안 안드로이드는 70%를 웃돈다. 애플이 안드로이드를 모바일기기 시장에서 완전히 밀어내는 것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안드로이드를 직접 공격해서 얻을 수 있는 소득이 많지 않다. 안드로이드는 겉으로 보기에는 무료인 것처럼 보이지만, 안드로이드를 이용해 모바일 기기를 만들었을 때 잠재적 소송 가능성을 포함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인식을 주려는 것 같다는 풀이다.

또,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모바일기기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제조업체다.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하드웨어 판매로 직접적인 수익을 올리는 주체가 누구인지도 구분해야 한다는 뜻이다.

에릭 슈미트 회장이 애플에 갖고 있는 감정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애플이 가장 최근 출시한 iOS6과 관련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에릭 슈미트 회장은 애플이 구글의 대표 서비스 '유튜브'와 '구글 지도'를 iOS6에 포함하지 않았다는 점도 이해할 수 없다는 투로 얘기했다.

에릭 슈미트 회장은 "명백히 구글 서비스를 이용하는 편이 더 좋은데, 왜 애플이 유튜브를 (아이폰)홈 화면에서 내던져 버렸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12월 들어 iOS6용 유튜브 앱이 출시되긴 했지만, 애플은 iOS6부터 구글지도와 유튜브 앱을 사전 탑재 앱 목록에서 뺐다. 그 대신 애플이 만든 지도를 넣었다. 애플 지도 서비스는 구글 지도와 비교해 품질이 떨어진다는 혹평을 받았다. 팀 쿡 애플 CEO가 애플 지도 서비스 품질과 관련해 직접 사과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에릭 슈미트 회장은 "애플의 압박은 마치 두 명 모두 총을 갖고 누가 먼저 쏘느냐를 다투는 아이들 싸움 같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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