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가전기기나 장치를 연결하려는 시도는 모든 분야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 자동차가 가장 많이 언급되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는 이미 가전과 연결되어 왔다. '홈오토메이션'이라고 부르는 기술이다. 광고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비가 오면 창문을 닫고, 가스불을 잠그고, 보일러를 조절하는 기술이 이미 우리에게 구체화되고 있다.

지난해 에어컨 시장의 이슈는 '김연아 에어컨'이었다. 압축기를 제어하는 스마트인버터 때문에 스마트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한편으로는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보내 에어컨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 주목을 받았다


▲오비고 게이트웨이 개발팀, 왼쪽부터 장명리, 김성환, 한진석 연구원, 그리고 박동호 PM


리모컨으로 명령을 내리는 것처럼 ‘켜’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이지만 그 뒤에는 꽤나 복잡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 ‘어떻게 연결하고 명령을 내릴 건가’라는 이슈다. 오비고라는 회사가 이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고 해서 관련 팀을 찾았다.

오비고는 웹브라우저와 HTML5 기술을 다루는 업체다. 가전기기와 무슨 관계일까. 가전기기를 서로 묶고 통신하는 데에 들어가는 기술 중 하나로 HTTP, 그러니까 인터넷 프로토콜이 쓰인다. 이 팀이 하는 일은 각 가전기기들이 통신하는 내용을 묶는 서버 관련 기술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표준화하고 더 많은 기술을 넣어 이용자가 원활하게 쓸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한다.

굳이 서버까지 필요할까. 박동호 팀장은 "단순히 에어컨을 켜고 TV를 끄는 등 제품 하나를 제어하려는 것이 아니라 집안 모든 기기의 정보를 모아 한 눈에 통제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냉장고에 넣어둔 물이 떨어졌고 집안의 기온이 몇도인지 알려주고 거실에 불을 켜거나 전기밥솥을 돌릴 수 있다. 이런 것은 이미 김연아 에어컨 같은 사례로 이어져 왔고 통신사들도 고려하고 있는 기술이다.

오비고의 게이트웨이 기술은 집안 가전기기 전체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서로의 전력 소비량을 제어하거나 로봇청소기가 청소를 끝낸 뒤에 에어컨을 켠다던가 하는 방식으로도 응용할 수 있다. 기기의 데이터가 가전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오비고가 직접 제품이 연결되는 시나리오를 개발하는 것은 아니고 현재는 각 장치를 연결하고 통제하는 시스템에 더 집중하고 있다. 이렇게 기술적 토대를 만든 뒤에  시나리오는 가전기기를 만드는 기업들이 할 일이다.

그럼 제품들끼리는 어떤 방식으로 통신을 할까? 일단 네트워크는 '직비(ZIGBEE)'가 표준 규격으로 꼽힌다. IEEE802.15.4 표준으로 10~20m 사이 근거리 통신을 위한 기술이다. 가정에서 쓸 기술이면 무선랜이나 블루투스를 쓸수도 있지 않을까. 일단 다른 통신 규격에 비해 환경을 갖추는 가격이 저렴하고 전력 소비도 매우 낮다. 250kbps로 속도는 낮지만 스마트폰 수준의 데이터 통신을 하려는 목적은 아니고 센서 데이터와 명령어 처리 정도가 주 역할이기 때문에 충분하다. 이 시스템 성능도 약 400MHz 수준의 ARM 프로세서면 충분하다.

오비고의 1차 목표는 이렇게 가전기기가 외부와 연결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을 갖추게 되면 각 기기를 묶을 게이트웨이와 이를 제어하는 서버를 만드는 것이다. 쉽게 생각하면 인터넷 공유기처럼 기기를 연결하고 그 안에 제어판도 심는 것이다. 문제는 통신하는 프로토콜인데 오비고는 이를 인터넷 프로토콜로 처리한다.


▲오비고의 게이트웨이 서버는 스마트폰으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호환성, 범용성이 좋다.


웹 기술을 이용하면 기본적으로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장비와 소프트웨어가 더해져 비용 상승 요인이 되지만 표준 HTML을 쓸 수 있는 단말기는 어떤 것이든 가리지 않고 통신할 수 있게 된다. 호환성이라는 면에서 편리하다. 물론 가전 업체들은 폐쇄성을 원하기 때문에 각자의 프로토콜을 쓰고 싶어하고 또 개발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A사의 냉장고와 B사의 TV, C사의 에어컨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이는 것이 소비자들의 요구지만 당장은 이를 보장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들도 기반은 XML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오비고는 이들을 HTML로 묶어 표준화하는 방향으로 검토중이다. 통신 프로토콜인 직비도 현재 인증받은 1.6버전 이후 2.0부터 HTML를 규격화했고 현재 드래프트 상태로 올라와 있기 때문에 오비고는 그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따지고 보면 오비고가 주력으로 하고 있는 차량 시스템과도 관련이 있다. 차 안에 있는 헤드유닛과 계기판, 스티어링, 후방 디스플레이 등이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고 스마트폰과 연결해 차량을 관리하는 시스템, 그 자체와 크게 다르지 않다. M2M(machine to machine)은 벌써 이만큼 가까이 올 채비를 하고 있다.

이후 이 정보들을 HTML5로 구성해 화려한 홈 오토메이션 솔루션으로 키울 계획이다. 더 나아가 아파트에 붙박이로 들어가는 가능성까지 내다보고 개발 중이다. 첫 개발을 시작한지 1년만이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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