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통신사를 통하지 않고 아이폰5와 4S, 그리고 아이폰4를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언락폰’ 얘기다. 언락폰은 별도의 약정이나 통신사 제약, 국가 제한 등이 모두 풀려 있는 단말기다.

이 폰은 통신사를 통해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애플이 직접 유통한다. 온라인 애플스토어에서 구입할 수 있다. 공기계를 사는 것이기 때문에 초기 부담은 큰 편이지만 약정이나 통신 방식 등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그간 홍콩, 호주 등에서 구매대행을 통해 구입해 온 단말기들도 언락폰이다.


▲국내에서도 아이폰5를 비롯해 아이폰4S, 4의 언락폰 판매가 시작됐다.


총 비용은 비슷, 초기 가격은 부담

가격은 16GB가 89만원, 32GB는 103만원, 64GB는 117만원이다. 통신사 가격은 각각 81만4천원, 94만6천원, 107만8천원으로 약간의 차이가 있다. 이는 통신사들의 보조금이 더해졌기 때문인데, 통신사 할부에 24개월 기준 0.59%의 이자가 붙는 걸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

언락폰을 2년간 쓴다고 했을 때 총 비용은 싸지 않다. 약정 요금제를 쓰면 통신사를 통해 구입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단말기 값이 8~11만원 가량 비싸고, 약정 요금제를 이용하면 그 의미도 퇴색된다. 최소 2년은 쓸 계획이라면 통신사를 통해 가입하는 편이 낫다.

특히 '위약금3'이라고 불리는 새 약정 제도가 적용되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아직까지 KT에서는 새로운 위약금 제도를 시행하지 않고 있지만 언제 시작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위약금3이 본격 시행된 뒤에는 1년 단위로 단말기를 바꿀 계획이라면 언락폰이 나을 수도 있다. 새 위약금은 12개월부터 18개월 사이에 가장 많은 위약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SK텔레콤 올인원64 요금제를 1년 이용한 뒤 해지하면 18만7천원을 돌려주어야 한다. 매년 새 아이폰을 바꿔가면서 쓸 계획이라면 차라리 언락폰이 편할 수 있다.


▲애플도 장기 가입해서 쓸 계획이라면 통신사의 약정을 이용하는 편이 낫다고 설명한다.


단말기 판매와 서비스 요금 분리 교두보

언락폰은 그야말로 모든 것이 자유롭다. 단적인 예가 아이폰5를 3G 무제한 요금제로 개통하는 일이다. 현재 아이폰5는 각 통신사 정책에 따라 LTE 요금제로만 가입할 수 있다. LTE가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확실한 강점이지만 한편으로 조금 느려도 인터넷 요금 걱정 없이 쓸 수 있는 3G 무제한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이때 언락폰을 이용하면 기존에 쓰던 3G 요금 그대로 아이폰5를 쓸 수 있다. 통신사들의 LTE 개통 정책은 단말기 구입시에만 적용되고 USIM 요금 가입시에는 3G와 LTE를 고를 수 있다. KT는 심플이라는 이름의 자급제 전용 요금제를 갖고 있고 SK텔레콤은 기본 요금제에서도 자급폰 할인을 해준다.

요금 혜택은 오히려 기존 통신사보다 알뜰폰이라고 부르는 MVNO에서 기대할 수 있다. MVNO들은 기본 요금 자체가 낮고 통화나 인터넷 이용량이 적은 경우에 유리한 요금제들을 많이 갖추고 있다. 최근 KT망을 이용하는 CJ헬로비전은 SK텔레콤과 KT의 3만4천원 요금제와 똑같은 서비스를 약정 없이 2만원에 제공하고 있다. MVNO 업체들은 아이폰5를 위해 더 저렴한 요금제를 곧 발표할 계획이다.

MVNO 업체들은 아이폰5를 매우 반기고 있다. 자급제용 프리미엄폰이 도입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간은 중고폰이나 보급형 제품으로만 가입할 수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단말기 싸움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이폰5로 MVNO들도 본격적으로 경쟁해볼 만 하다고 자신한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단번에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리라고 기대하고 있지는 않지만 단말기 구입과 서비스가 분리되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밝혔다. 남은 것은 소비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냐다.

반면 기존 통신사들은 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어느 정도 가입하려는 이들은 있겠지만 어차피 언락폰 구매자들은 통신사에 가입할 수밖에 없다. 통신사의 수익 구조 자체가 단말기 판매에 있는 것이 아니라 통신요금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크게 신경쓸 일은 아니라는 반응이다.

USIM은 새로 사야 하나

아이폰5는 기존 마이크로USIM보다 더 작은 나노USIM 카드에 가입자 정보를 담는다. 새로 아이폰5를 구매하면 당연히 이 USIM을 받게 되는데 기존에 이미 3G 요금제를 쓰고 있다가 별도로 언락폰을 구입한다면 나노USIM을 따로 구입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새 USIM을 구입해야 한다면 기존에 쓰던 USIM을 잘라서 쓰는 것도 괜찮다. 되면 그대로 쓰고 혹시라도 실패하면 그때 새로 구입해도 늦지 않는다.


▲기존에 쓰던 USIM을 나노USIM으로 잘라서 쓸 수 있다. ☞프린트할 수 있는 도면과 자르는 방법 보러 가기


나노 USIM은 일반USIM이나 마이크로USIM과 크기만 다를 뿐이다. 정보는 칩 안에 담기는데 나노 USIM은 극단적으로 칩 부분만 남긴 것이어서 필요없는 주변부를 잘라내면 문제없이 쓸 수 있다. 단번에 자를 수 있는 커터도 판매하고 있지만 인터넷에는 USIM을 정확한 크기로 자를 수 있는 도면이 공개돼 있어서 이대로 자르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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