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IT 업계에서도 굵직한 이야기가 많았다. 쿼드코어 모바일 프로세서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출시됐고, 4세대 이동통신 기술 LTE가 국내외에서 빠르게 퍼졌다. LTE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는 새 제품도 쏟아져 나왔다. 그뿐인가. 마이크로소프트(MS)는 새 운영체제(OS)를 내놨고, 인텔은 아이비 브릿지 프로세서를 통해 데스크톱과 노트북의 심장을 꿰찼다.

2013년엔 어떤 놀라움이 사용자를 기다리고 있을까. IT 변화는 사용자들의 지갑을 노리는 기업이 주도한다. 하지만 사람은 꿈꾸고, 기술은 이룬다고 했다. 좋은 기술이 나오고 널리 보급되면, 사용자는 편리하게 쓰면 그만이다. 2013년, IT 업계와 사용자들은 어떤 새 기술을 기대하고 있을까. 6가지 분야에서 2013년을 주도할 기술을 꼽아봤다. 첫 번째 흐름은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다.


3D·스마트 넘어 UHDTV 시대 시작

2011년 TV 시장 얘깃거리는 3DTV였다. 2012년을 관통한 TV 시장 이슈는 단연 스마트TV였다. 2013에도 3DTV 기술과 스마트TV 얘기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3D 기술과 스마트TV 얘기는 이제 지루해질 때도 됐다. 2013년 TV 시장 핫이슈는 뭘까. 올해부터는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TV가 거실에 들어올 것으로 기대된다.

4096×2160 혹은 3840×2160 해상도를 가진 TV, 그야말로 초고해상도 TV(Ultra High Definition Television, UHDTV)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현재 쓰이는 풀HD 해상도는 1920×1080 수준이다. UHDTV는 풀HD 규격과 비교해 화소수만 최대 4배에 이르는 차세대 해상도 규격이다. UHDTV 기술은 이미 꾸준히 준비 중이었지만, 2013년부터 차차 가정에 보급될 것으로 보인다.

LG 디스플레이가 UHDTV에 쓰일 초고해상도 패널을 양산하고 있다. 오는 1월8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3'에서 UHDTV 제품군을 선보일 예정이다. LG 디스플레이가 준비 중인 UHDTV 규격 TV는 55인치와 65인치, 84인치다. 해상도는 모두 3840×2160이다. 지난 8월, LG전자는 국내에 84인치 제품을 먼저 출시한 바 있다. 올해에는 이보다 작은 55인치와 65인치 제품이 안방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도 UHDTV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CES 2013을 통해 85인치 크기 UHDTV를 공개할 예정이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크기를 더 키운 제품을 들고 나올 예정이다. 110인치에 이르는 UHDTV가 삼성전자 이름을 달고 나온다. 지금까지 공개된 UHDTV 가운데 가장 큰 크기다. 55인치 TV 4개를 붙인 크기라고 하니, 가늠조차 쉽지 않을 정도다.

일본 가전업체도 UHDTV 시장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국내외 업체 모두 UHDTV 흐름 쫓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이다. 소니는 4K 해상도의 84인치 LED TV를 출시했고, 샤프도 60인치 UHDTV를 CES 2013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도시바도 55인치급 UHDTV를 2013년부터 판매할 예정이다. 일본 대표 가전업체 모두 UHDTV 시장에 발을 담근 셈이다.


CJ헬로비전과 ETRI의 UHD 시험 방송


TV만 나오면 안 된다. UHDTV가 보급되는 만큼 방송 규격도 UHD를 따라야 한다. 2013년은 방송 규격도 UHDTV 시대를 준비하는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케이블TV 업체 CJ헬로비전이 2013년 벽두부터 시험방송을 시작했다. CJ헬로비전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손잡고, 케이블 방송망을 통해 4K급 UHD 방송을 1월2일부터 내보내기 시작했다. CJ헬로비전의 UHD 방송 기술은 체널본딩 기술을 통해 이뤄졌다.

채널본딩 기술은 여러 개의 케이블 채널을 하나로 묶어 신호를 보내는 기술이다. UHD 콘텐츠는 80Mbps 이상 빠른 속도로 전송해야 하는데, 여러 케이블을 하나로 묶는 것으로 대역폭을 확보하는 기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무엇보다 기존 설비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UHD 방송 기술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에서도 UHDTV 서비스 시험이 한창이다. 특히, 일본 국영방송 NHK의 시도가 눈에 띈다. NHK는 이미 1995년부터 UHDTV 기술과 콘텐츠, 방송기술을 연구해왔다. 지난 2012년 열린 런던올림픽을 4K 해상도로 시범 중계하기도 했으니 콘텐츠를 공급하는 것과 기술 측면에서는 국내 시장을 앞선다고 풀이할 수 있다.

풀HD 스마트폰에 한 발짝 더

TV가 UHD로 발전한다면, 2013년 스마트폰은 풀HD 기술로 한 단계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폰에 쓰일 풀HD 디스플레이 기술은 국내 업체보다 일본 샤프가 몇 발자국 앞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샤프는 지난 10월 일본에서 개최된 'CEATEC 재팬' 전시회에서 5인치 크기 화면에 1080p 해상도를 담을 수 있는 새 디스플레이 기술을 발표했다.

샤프의 새 디스플레이는 1인치 공간에 443개의 픽셀을 담을 수 있다. 애플 '아이폰' 시리즈의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326ppi, 삼성전자 '갤럭시S3'가 306ppi 사양을 가졌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샤프의 새 디스플레이 규격이 얼마나 많은 픽셀로 이뤄졌는지 가늠할 수 있다. 레티나 디스플레이와 갤럭시S3 화면을 보는 데 아직 불편함이 없다. 더 선명한 디스플레이 기술을 올해 볼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샤프가 디스플레이 기술을 선보인 직후 실제 제품이 시장에 출시됐다. 지난 2012년 11월에는 러시아와 홍콩에서 처음으로 풀HD 해상도를 가진 스마트폰이 출시됐다. HTC도 최근 풀HD 화면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내놨다. 미국 이동통신업체 버라이즌을 통해 판매하고 있는 '드로이드 DNA'가 주인공이다.


HTC의 풀HD 스마트폰 '드로이드 DNA'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이끌고 있는 국내 업체도 2013년부터 풀HD 스마트폰 경쟁에 뛰어든다. '세계 최초' 타이틀은 거머쥐지 못했지만, 좋은 제품만 만들어 준다면 타이틀 쯤은 아무래도 좋다.

삼성전자는 5인치급 화면에 풀HD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이용해 '갤럭시S4'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도 LG 디스플레이 기술을 이용해 5인치급 풀HD 스마트폰을 개발 중이고, 팬택은 6인치급 풀HD 스마트폰을 국내 업체 중에서 가장 먼저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저가형 스마트폰을 주로 팔아온 중국 스마트폰업체도 풀HD 스마트폰 시장에서 한 자리 차지하겠다고 나섰다. 스마트폰에 등급을 매기는 요소는 디스플레이 사양뿐만이 아니다. 하지만 높은 디스플레이 사양은 스마트폰을 고급 제품으로 비추게 하는 가장 좋은 요소다.

중국 업체 처지에서는 스마트폰 시장의 풀HD 디스플레이 흐름이 좋은 기회다. 그동안 값싼 제품을 주로 만들어온 업체라는 인식을 풀HD 스마트폰을 통해 바꿀 수 있다. 중국 화웨이는 풀HD 디스플레이 기술을 녹인 6인치급 제품을 CES 2013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ZTE도 화웨이와 똑같은 전략을 구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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