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모뎀 통합 프로세서인 테그라4i로 LTE-A 통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무려 150Mbps로 통신할 수 있는 규격인데 해외 반응은 아직은 심드렁한 편으로 보인다. 아직 적잖은 국가들이 3G, WCDMA도 끊어지지 않는 전국망을 설비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은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LTE를 넘어 올 9월 정도면 LTE-A를 볼 수 있다. LTE-A의 핵심 기술인 캐리어 어그리게이션에 대한 기술적 테스트가 끝나면서 통신사들은 사실상 망에 대한 준비를 거의 마친 단계다. 하지만 아직까지 LTE-A를 쓸 수 있는 스마트폰에 대한 소식은 별로 없다. 아직 모뎀이 준비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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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gra4i_die

▲테그라4i에는 i500모뎀이 들어가 있다. 빨간색으로 그려져 있는 부분이 모뎀이다.


LTE-A용 모뎀은 퀄컴 제품이 가장 주목받고 있다. 퀄컴은 제조사, 통신사들과 오랫동안 밀접한 관계를 가져온 덕분에 LTE-A에 대한 준비도 긴밀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퀄컴이 LTE-A 모뎀칩을 개발했다고 해서 놀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통신 모뎀 시장 진출을 발표한 브로드컴도 얼마전 LTE-A 모뎀을 공개했다.

그런데 오히려 재미있는 것은 엔비디아다. 엔비디아는 정식 출시도 안 된 테그라4i를 소프트웨어 펌웨어만으로 LTE에서 LTE-A로 업그레이드해 준다고 말한다.

지난 2월 애초 테그라4i가 발표되고 단말기 제조사들에 테스트용 시제품이 공급되는 현재까지 테그라4i는 모바일 프로세서와 LTE 모뎀을 하나로 통합했다는 점 정도가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LTE-A를 앞두고 갑자기 통신 스펙을 올린 것이다. 다시 제품을 소개하는 백서를 읽어보니 소프트웨어로 모뎀 속도를 개선할 수 있다는 문구가 있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LTE에서 LTE-A로 업그레이드할 때 기지국 설계를 새로 하는 수준이 아니라 몇몇 신호 처리를 더하는 장비를 더하는 정도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단말기처럼 통째로 새로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니다. 모뎀과 단말기 입장에서는 기존에 하나의 주파수 신호만을 처리하던 것에서 상시 2개의 주파수를 잡고 양쪽에서 각각 받아들이는 신호를 합쳐서 쓰는 등 모뎀이 하는 일 자체가 다르다. 흔히 모뎀 규격으로 LTE를 카테고리3라고 부르고 LTE-A를 카테고리4로 부르는 정도로 세대가 바뀌는 일이다.

그럼 개발 중간에 칩 스펙을 바꾸는 게 가능할까? 대부분의 경우라면 아무리 새 기술을 넣는다고 해도 칩을 바꾸는 것은 어렵다. 엔비디아코리아의 이선욱 부장은 “테그라4i는 칩의 설계가 아니라 펌웨어로 성능을 조정할 수 있는 소프트모뎀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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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gra4i_modem_i500

▲테그라4i(오른쪽)는 개별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8개의 코어로 구성되어 있다. 다이 안에 각 구성품들이 개별 부품으로 구성된 하드웨어 모뎀(왼쪽)과 달리 각 코어에 역할을 나누어주는 방식이다. 칩 크기는 더 작아지고 기능 업그레이드도 쉽다.


테그라4i에는 i500이라는 이름의 모뎀이 들어간다. 이 모뎀을 뜯어보면 작은 컴포넌트 대신 설계 자체가 똑같은 패턴으로 이뤄져 있다. 8개 코어가 1.3GHz로 작동하는 구조로, GPU의 스트림프로세서와 비슷한 모양이다. 이 패턴들은 각각 프로그램된대로 작동하면서 모뎀 안에 들어가는 자그마한 ARM 프로세서를 비롯해 DSP, 통신 등 각 부품들의 역할을 흉내낸다. 소프트모뎀은 펌웨어로 이 칩들의 역할을 바꿀 수 있는 것이 핵심이다. 새로 바뀐 카테고리4 LTE-A 모뎀에 필요한 역할들을 처리하도록 재배치하는 것이다. 반면 다른 모뎀 칩들은 각 부분들이 모두 하드웨어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세대를 바꾸는 수준의 펌웨어 업그레이드는 미리 집어넣어두지 않는 한 어렵다. 테그라4i는 업그레이드로 LTE-A 뿐 아니라 WCDMA의 다음 단계인 HSPA+ 84Mbps 통신도 할 수 있게 된다. 현재 HDPA+는 42Mbps가 쓰이고 있다.

아무리 소프트모뎀이라고 해도 성능을 끝도 없이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선욱 부장은 “모뎀을 구성하는 프로세서의 성능에 따라 LTE-A 이후의 통신망에 적용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LTE-A 수준에서는 세세한 규격 변화에 곧바로 대응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후 LTE-A 이후 5세대 통신망의 경우 2020년께 상용화를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문제 없다.

소프트모뎀이라는 개념을 선보인 것은 테그라4i가 처음은 아니다. 오래전 일이지만 PC통신 시절 전화선에 연결해 쓰던 모뎀에서도 쓰였던 방식이다. 모뎀 속도가 19200bps를 넘어가면서 28800bps 속도의 모뎀부터 소프트모뎀이 슬슬 보급되기 시작했다. 테그라4i처럼 기능 많은 모뎀은 아니었고 연산 처리는 CPU의 힘을 빌리는 방식이었다. 모뎀은 더 작아지고, 가격도 싸졌다. 이후 일부 제품들은 펌웨어 업데이트로 통신 규격 속도를 조금씩 끌어올리기도 했다.

테그라4i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실제 스마트폰에 적용돼 선보일 예정이다. 엔비디아는 퀄컴과 삼성, 그리고 저가 시장에서는 미디어텍 같은 업체에 밀리는 상황인데 LTE-A가 엔비디아에게 역전의 무기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특히 LTE-A 상용화가 코앞에 와 있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엔비디아가 스냅드래곤과 엑시노스를 대신해 스마트폰에 적용된 제품을 내놓고 성공시키는 것은 향후 글로벌 LTE-A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입지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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