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캠핑 전문가는 아닙니다. 장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있는거도 아니지요. 캠핑도 와인과 음악처럼 취향에 맞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성인이 돼 장비를 갖추며 캠핑을 시작한 지는 10년,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들과 동네 근처를 나가 야영한 경험까지 포함하면 20년 넘게 캠핑한 경험이 있는 김영호 코난테크놀로지 차장을 만났다. 자신은 전문가가 아니라고 소개했지만, 캠핑 문외한이 보았음에도 적잖은 내공이 느껴졌다.

"어렸을 때, 집이 가난했지만 아버지가 캠핑 장비는 갖추고 계셨거든요. 친구들과 계곡으로 삼겹살 구우러 떠나는 등 야영을 시작한 게 어느새 캠핑으로 번졌습니다."

김영호 차장은 지난 현충일 주말에도 캠핑을 떠났다. 6월15일에도 어김없이 짐을 꾸렸다.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기 직전, 화창한 날씨 덕에 그의 자동차 트렁크는 각종 캠핑 도구로 늘 가득하다.

"부인이랑 둘만 가면 간편하게 가면 되는데, 애들이 같이 가니 여러가지를 고려해 짐을 잔뜩 싣게 되더라구요. 여름에도 추울까봐 전기장판과 이불을 챙기지요. 바닷가와 계곡에 가면 혹시 몰라도 나무에 매어 쉬라고 해먹도 챙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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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차장은 캠핑 전날 대부분의 짐을 차에 싣는다. 당일 아침에는 장보고 온 먹을거리만 챙길 뿐이다. 돗자리, 트윈버너, 화로대 테이블, 아이스박스, 아이들 옷가방, 텐트, 침낭 등 침구, 차콜, 토치, 설거지통과 수세미, 아이스백 등을 챙기고 나면 순식간에 자동차 트렁크는 물론 뒷자리까지 빼곡하게 짐으로 찬다. 여기에 초등학교 2학년 아들과 유치원생 딸, 아내가 차에 타면 캠핑 떠날 준비 완료다.

"사실 캠핑 떠나기 전서부터 짐을 차로 옮기느라고 체력 방전입니다. 조립하기 싫어 반터치 텐트를 샀는데 좀 많이 무겁거든요. 밤에 혼자 낑낑거리면서 차로 옮기는 모습이 어떨 때는 시체 옮기는 것처럼 보여 섬뜩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캠핑지에서 가족이 웃고 떠드는 모습을 생각하면서 즐겁게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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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지는 집 근교 1~2시간 이내 거리로 잡는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이야 많지만, 캠핑장으로 이동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할 순 없다. 캠핑지에 도착해서 짐을 정리하고 준비하다보면 3시간이 후딱 흐르기 때문이다. 김영호 차장은 적어도 아침을 먹고 10시 전에 출발해 점심 무렵 도착해 라면 한끼 끓일 수 있는 곳으로 캠핑지를 예약한다. 지난번엔 청포해수욕장을 회사 동료와 함께 찾았다.

"아파트에 살면서 윗집 아랫집 층간소음, 학원, 과외, 아스팔트 이런 것에서 아이들을 해방시켜 주고 싶었어요. 아니나 다를까. 캠핑장에 도착하면 아이들은 가장 먼저 빠르게 적응해 자기들끼리 정신없이 놀더군요. 그 모습을 보니까 '아, 이래서 계속 캠핑을 와야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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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차장은 캠핑장에서 왕으로 통한다. 말로만 지휘하는 왕이 아니라 몸소 직접 실천하는 왕이다. 아이 돌보는 걸 아내에게 부탁할 뿐 캠핑 준비부터 정리까지 혼자 도맡아 진행한다. "그거 냅둬, 내가 할게"라는 말이 입에 붙었다고 할까. 내심 김영호 차장의 부인은 복 받았다는 생각이 스쳤다.

"제가 집은 대전이고 회사는 서울입니다. 대전에 프로젝트가 많아서 거의 집 주변에서 일을 한다고 하지만, 일주일에 서너번 서울에 올라와서 일을 해야 하거든요. 그 외에도 야근과 출장 등으로 주중에는 아이들이나 아내에게 소홀하지요. 캠핑장에서 이를 만회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평일에도 일하고 주말에는 캠핑 하느라 몸이 피곤할 때도 있다. 최근에는 목 디스크로 수술까지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영호 차장은 날이 좋으면 한 달에 한두번씩은 꼭 캠핑을 떠난다. 수술 뒤에도 2주일만 쉬고 다시 캠핑을 떠나기 위해 자동차 운전대를 잡았을 정도다.

"아이는 뛰어놀고, 아내는 모처럼 여유있는 시간을 즐기고…. 그 모습이 정말 보기 좋더군요. 그래서 더욱 캠핑을 고집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동안 못했던 아빠 노릇을 캠핑 와서 1박2일 완벽하게 1초도 남김없이 하고 싶거든요. 서로 부대끼고 같이 준비하고 먹는 게 얼마나 즐거운지 안 해 본 사람은 모릅니다."

김영호 차장이 캠핑을 열심히 다니게 된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그는 술을 좋아하는 활발한 성격이다. 술을 즐겨 마시기도 하거니와 술을 통해 얘기 나누는 걸 즐긴다. 헌데 어떤 아내가 평일에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남편을 고운 시선으로 바라보랴.

"그런 아내가 유일하게 눈치 주지 않고 술 마시게 허락해 주는 곳이 두군데 있었습니다. 캠핑장과 야구장입니다. 눈치 안보고 술 마시면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으로 캠핑장을 선택했지요."

결혼하고 10년간 비나 눈이 내릴 때를 제외하곤 매달 주말바다 김영호 차장이 캠핑장을 찾은 배경이다. 예전에는 캠핑가서 소주, 맥주, 양주 갖가지 술을 준비해 즐겼지만 최근에는 와인을 챙겨 아내와 오붓하게 음악도 듣고 얘기를 나누며 보내는 편이라고 한다.

"체력 때문이지요. 운전하고, 3시간 걸려 짐 풀고 나면 온몸이 뻐근해지면서 피곤이 밀려옵니다. 쉬러 왔는데 죽자고 술 마실 순 없잖아요. 가볍게 마시고 잠자리에 들고 일어나서 다시 정리해 집으로 돌아온 다음 사우나에 가는 게 일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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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차장은 캠핑 초창기 때 어떻게 하면 좋은 장비를 구입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싼 맛에 사들인 장비는 쉽게 망가져 후회하기 일쑤였다. 장비가 갖춰지자 산 좋고 물 좋은 곳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김영호 차장은 한 번 간 캠핑장은 다시 찾지 않는 편이다. 매번 새로운 장소를 찾아 산으로, 들로, 계곡으로, 바다로 가족을 데리고 다닌다. 어느 정도 장소를 찾는 데 안목이 생기자 김영호 차장이 욕심내기 시작한 건 요리다.

"캠핑장에서 해먹는 요리도 빼먹을 수 없는 캠핑의 재미입니다. 지난주에는 닭을 사가서 치킨비어를 해먹었습니다."

김영호 차장은 캠핑장에서 해먹는 음식 중 최고의 음식으로 바베큐를 꼽았다. 삽겹살, 목살, 오리고기, 소시지를 구워먹으면 그렇게 맛이 좋을 수 없다고 한다. 다가오는 주말 캠핑에서는 립을 해볼 예정이다. 김영호 차장은 각종 식기재료를 캠핑장에서 번거롭게 직접 요리하기보다는 집에서 밑간을 한 음식을 현장에서 구워먹는 편을 선호한다.

캠핑 10년째, 김영호 차장은 최근 들어 캠핑카 구입을 고민하고 있다. 일체형 차량보다는 자동차 뒤에 트레일러로 끌고 다니는 캠핑 트레일러를 고민 중이다.

"좀 편하게 다니고 싶어서요. 캠핑 트레일러를 끌고 다니면 또 모르지요. 정말 요리같은 요리도 캠핑장에서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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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차장은 캠핑을 떠날 때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즐기거나, 술을 새벽까지 마시며 목청껏 이야기 하는 것, 캠프장에서 먼지 일으키며 차로 달리는 일, 정리정돈 안하고 철수하지 말라고 주의했다. 항상 예의를 차리며 캠핑을 해야 자신도 편하게 캠핑을 할 수 있다면서 말이다.

"즐기고 쉬기 위해서 떠나는 캠핑이잖아요. 요즘처럼 캠핑 인구가 많아진 이 때 조금만 주의하면 누구나 편하게 캠핑을 즐길 수 있습니다."

오는 주말 김영호 차장은 친구와 친구의 아는 4가족과 함께 캠핑을 떠날 예정이다. 아이들과 함께 캠핑을 떠나는 것도 한때이고, 캠핑장에서 친구들과의 만남을 가지는 것도 순간이라는 생각에서다.

"아이들은 크면 곧 자기들끼리 밖에 나가 놀겠지요. 그래서 지금 만들어가는 가족간 추억이 전 소중합니다. 캠핑장에서 만나는 친구 또한 새로 만들어 나가는 또 다른 가족 추억이 되겠지요. 이번엔 어떤 추억을 캠핑장에서 만들게 될 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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