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협력, 내일을 위한 솔루션' 이란 주제로 지난 5월에 열린 서울디지털포럼2013(SDF 2013)에서는 양보와 참여를 토대로 공유 가치를 발굴하고, 이러한 공유 가치를 긍정적 생태계로 만들어 가기 위한 '협력'과 '협업'을 강조했다. 이 행사에서는 나만 알고 살아가는 세상보다는 지식을 공유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방법 등을 고민했다.

자연히 지식을 개방하고 공유하는 '오픈소스'가 한 축을 차지했다. 마친 자쿠보우스키 오픈소스 에콜로지 창립자, 카타리나 모타 오픈 머티리얼&에프리웨어테크 공동 창립자, 강윤성 오픈테크포에버 창립자 등 오픈소스 하드웨어 운동가들이 SDF에 참석해 오픈소스 정신의 중요성을 알렸다.

이날 강연자들이 다룬 주제는 그동안 많이 들어왔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오픈소스 하드웨어'였다. 마친 창립자는 빵 굽는 기계와 트랙터를 만드는 법을 인터넷 웹사이트에 공개해 누구나 만들 수 있게 했다는 사례를 소개했고, 카타리나 공동 창립자와 강윤성 창립자의 "제품 발전을 가로막는 특허보다는 제품 설계도를 공개하는 오픈소스 하드웨어의 정신이 제품 발전에 혁신을 가져다준다"라는 주장도 눈길을 끌었다.

오픈소스 하드웨어도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소프트웨어를 구성하는 소스코드를 공개하듯, 오픈소스 하드웨어는 하드웨어를 구성하는 회로도, 자재 명세서, 인쇄 회로 기판 도면 등을 대중에게 공개한 전자제품을 말한다.

국내에도 해외와 마찬가지로 오픈소스 하드웨어 운동을 진행하고 있는 창작자들이 꽤 있다. 그 중 서울과 대전의 창작 공간인 해커스페이스서울과 무규칙이종결합공작터 용도변경을 운영중인 김성수 왓투메이크 대표와 오픈소스 하드웨어의 대표로 꼽히는 아두이노의 이더넷 확장보드(쉴드) 제작업체가 된 위즈네트의 김진범 상무를 만나 오픈소스 하드웨어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해커스페이스와 용도변경은 회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임대료를 내고 사용하는 공동 작업공간이다. 이 곳에서는 전자회로 기계, 봉제,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창작활동이 이뤄진다. 위즈네트는 15년된 반도체 회사로, 반도체를 설계하고 생산한다. 2007년 생산한 w5100 칩이 2008년 아두이도 이너뎃 쉴드에 쓰이면서 오픈소스 하드웨어에 관심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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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시 : 2013년 6월13일 목요일 오후 4시30분~

  • 장소 : 블로터닷넷 사무실

  • 참석자 : 김성수 해커스페이스 운영자 겸 왓투메이크 대표, 김진범 위즈네트 상무, 이지영 블로터닷넷 기자



이지영 : 지난 서울 디지털포럼 2013(SDF 2013)에서 오픈소스 하드웨어 운동을 펼치고 있는 마친 자쿠보우스키 오픈소스 에콜로지 창립자를 초청한 적 있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많이 들어보았지만, 오픈소스 하드웨어는 그 때 처음 들었다. 이 날 트랙터, 빵굽는 기계 등을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게 지식을 공유한다는 강연 내용을 듣다보니 오픈소스 하드웨어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정말 자신이 만드는 걸 공개하는 게 맞는가.

김성수 해커스페이스 운영자 겸 왓투메이크 대표 : 맞다. 자신이 만든 창작물을 공개하고 어떻게 만드는지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게 곧 오픈소스 하드웨어 활동이다. 해외와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해커스페이스나 메이크 스페이스 같은 공방에서 오픈소스 하드웨어를 만들고 이를 사람들과 공유한다. 꼭 전자기기 하드웨어 제품만 오픈소스 하드웨어 프로젝트라고 부르는 건 아니다. 만들어진 제품에 대해 지식을 공유하고 배울 수 있으면, 그게 바로 오픈소스 하드웨어 프로젝트다.

김진범 위즈네트 상무 :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해외에서는 매년 자신이 만든 제품을 제작 방법을 공유하고 공개하는 오픈소스 하드웨어 서밋이 열리는데, 이 곳에 참석해 살펴보면 자신이 어떻게 하드웨어를 만들었는지 소개하는 게 대부분이다. 움직이는 기기는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하고, 그 방식을 모두가 다 알 수 있게 설명하는 게 오픈소스 하드웨어다

김성수 : 해외에는 오픈소스 하드웨어 협회도 설립돼 있는 등 오픈소스 하드웨어 움직임이 활발하다. 동네마다 공작소가 있어서 오픈소스 하드웨어 제작을 지원하는 곳도 많다. 같이 만들면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식이다. 국내에서는 해커스페이스와 메이크 스페이스에서 주로 자신들이 만든 작품을 올리고 공유한다. 공작소가 없더라도 '슬렁슬렁, 놀멘놀멘, 노닥노닥', '어쩌면 사무소' 등 뭔가 만들고 이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활동하는 곳도 국내에 많다.

이지영 : 두 분은 어떻게 오픈소스 하드웨어에 몸담게 되셨나. 계기가 된 사건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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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범 : 우리 회사는 15년된 반도체 회사다. 반도체를 설계하고 생산해 이를 전세계적으로 유통한다. 위즈네트의 반도체는 칩은 기존 소프트웨어 TCP/IP를 하드웨어에 직접 구현해 판매하는 게 특징인데, 그 덕에 2008년 아두이도 이더넷 쉴드에 쓰이게 됐다. 2007년 w5100을 출시했는데, 이 칩이 2008년 아두이노에 쓰이면서 오픈소스 하드웨어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김성수 : 아마 국내에선 최초로 아두이노에 들어간 회사가 아니었나 싶다. 유일하게 들어감과 동시에.

김진범 : 정확한 과정은 모르겠지만, 추리를 해보자면 아두이노 메인보드에 쓰는 칩이 아트멜이란 회사제품이다. 우리 회사는 2003년에 OEM으로 아트멜에 칩 보드를 공급한 적 있다. 이 때 아트멜에 IP 코어를 라이선싱한 적 있다. 칩 위에서 바로 인터넷 통신이 가능하게 만들었단 얘기다. 이게 아마 연관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사실 아두이노는 저사양 칩이 메인 아닌가. 여기에 인터넷을 구현하려면 저사양에서도 잘 작동하는 우리 칩 밖에 없었다. TCP/IP 소프트웨어를 CPU에서 다 돌릴 순 없으니까.

실제로 2010년에 이탈리아에 가서 아두이노 팀을 만난 적도 있다. 갈 당시에는 몰랐고, 다녀와서야 '아, 아두이노 팀원이구나'라는 걸 알았지만 말이다. 보통 고사양 반도체 칩을 만드는 곳에선 아두이노를 과소평가하는 편이라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나도 다녀오고 나서야 아두이노에 대해 배웠다.

김성수 : 전자업계에서는 아두이노가 만드는 보드가 초보용이라고 생각하 과소평가하는 면이 있다. 애들 가지고 노는 보드라고 보는 식이다. 요즘 컴퓨터가 64비트인데, 8비트 16메가 칩에 눈이 가겠는가.

김진범 : 아두이노를 만난 일을 계기로 아두이노에 대해 조사도 좀 하고 관심도 좀 가지고, 우리 칩으로 다른 이더넷 쉴드, 와이파이 쉴드 등 이것저것 만들고 공개하면서 오픈소스 하드웨어에 관심을 가졌다.

김성수 : 나는 2007년께 기존 사업에 실패하고 인터넷 쿠폰 사업을 하고 있었다. 이마저도 잘 안 돼 친구 집에 잠시 살 때, 우연찮게 친구네 집에 있던 '메이크'지를 보게 됐다. 메이크가 계간지인데, 친구가 2005년에 발행된 메이크 4권을 갖고 있었다. 곰곰히 앉아서 읽고 있는데 거기에 '레이디아다'라는 별명을 쓰는 여자가 전자회로 만드는 법을 올렸다. 근데 그 여자가 글을 쓰면서 자기를 소개하길 '일렉트로닉스 지니어스'라고 썼더라. 그 여자를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나도 만드는 데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기에 좀 자극받았다. 글을 읽다가 그 여자가 아두이노를 쓴다는 걸 알았고, 아두이노에 대해서 알아봤다. 아두이노에 프로그램을 짜서 놓는 프로그램 솔루션도 오픈소스 아두이노로 아두이노가 오픈소스 하드웨어이자 소프트웨어라는 걸 알았다. 바로 시작했다. 아두이노 소프트웨어가 자바 기반이라 쉽게 시작할 수 있었다. 그렇게 '펫토이봇'이라는, 애완동물과 놀아주는 조그마한 로봇을 만들었다.

이지영 : 아두이노를 활용해 제품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오픈소스 하드웨어를 만들어서 수익이 나는가. 오픈소스 하드웨어면 소프트웨어로 따졌을 때 프리웨어라고 생각해도 되는가. 아두이노 같은 칩 가지고 오픈소스 하드웨어 만든다고 하면 무엇이 필요한가.

김성수 : 우선 오픈소스 하드웨어 프로젝트를 했다고 말하려면, 설계도가 공개돼 인터넷에 올라와 있어야 한다. 공개하는 설계도도 단계가 있는데, 아두이노는 칩을 만들 수 있는 원본 설계도가 공개돼 있다. 이렇게 공개된 설계도는 전자회로용 오픈소스 CAD라고 불리는 '이글캐드'를 활용해 제작하면 된다. 이글캐드는 가로·세로 10cm 이하로 칩을 설계할 때 무료로 쓸 수 있다. 컴퓨터용 기판은 아파트와 같아서 겉보기엔 1개의 칩으로 보이지만 그 안에는 무수히 얇은 판들이 차곡차곡 올라가 있는 형태다. 이글케어는 2층까지만 무료로 지원한다. 여러 층을 올려서 복잡하게 칩을 만들려면 돈이 든다.

이글캐드가 있으면 사실상 준비 완료다. 이글캐드 소프트웨어 포캣에 파일을 올리고, 그 파일을 읽어서 회로를 고치고 레이아웃을 고치면 자기가 원하는 기판을 만들 수 있다.

이지영 : 기판은 어떻게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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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en HW2
김성수 : 이글캐드에서 '.SCH(회로도)', '.BRD(보드회로도)' 형태로 파일이 구성돼 있다. 이를 프린티드 서킷 보드(PCB)에 감광 방식으로 인쇄하는 식이다. 글씨도 인쇄하지만 회로도도 사실 인쇄하는 형태다.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모든 회로 기판은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다.

물론 좀 더 잘 만들려면 GERBER(거버) 파일이라고 하는 형식으로 이글캐드에서 파일을 추출해야 한다. 아래아한글과 PDF 관계를 떠올리면 된다. HWP가 원본인데 PDF로 추출할 수 있지 않은가. 대신 PDF는 수정하기 불편하다. 이와 같은 원리다. 거버 파일은 볼 수 있지만 수정하기는 좀 쉽지 않은 형태다. 거버 파일로는 회로도를 바꿀 수 없다. 그래서 오픈소스 하드웨어라고 주장하려면 SCH나 BRD 원본 파일이 있어야 한다. 이게 권장사항이다.

김진범 : 오픈소스 하드웨어도 소프트웨어와 개념이 비슷하다. 하드웨어는 표현 그대로 만질 수 있는 물건을 의미한다. 만질 수 있는 물건을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도록 디자인 파일을 공개하는 게 중요하다. 앞서 김성수 운영자가 설명한 것처럼 오픈소스 하드웨어를 만들 수 있는 설계도 디자인 파일이 여러 방식이 있다. 소프트웨어로 말하면 소스코드, 컴파일된 바이너리가 있는 식이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에서 소스코드가 다 공개돼 있어야 수정이 쉽듯, 오픈소스 하드웨어도 회로도가 완전히 공개돼 있어야 수정하고, 개선하고, 재배포하고, 심지어 판매하기도 쉽다.

만약 모든 걸 다 공개하는 게 싫다면, 제한사항을 미리 공개해야 한다. 어디까지만 공개하고,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는지를 공지해야 한다. 만약 어떤 조건을 내걸어야 하는지 모른다면 오픈소스 하드웨어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알 수 있다. 거기에 오픈소스 하드웨어에 대해 정의하고, 이 정의를 충족시키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하다고 쓰여 있다.

이지영 :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라이선스 규정이 있듯, 오픈소스 하드웨어도 있을 것 같은데, 최소한 지켜야 할 규정 같은 게 있는가.

김진범 : 예를 들면, 거버 파일로 공개하지 말고 회로도와 원본 파일을 공개해라. 이왕이면 가급적 사용하는 도구와 재료도 공개해라. 상용 솔루션이 아니라 이글캐드 같은 오픈소스 솔루션을 통해 공개해라. 이미 공개된 오픈소스 하드웨어의 브랜드 네임은 따라하지 말아라. 예를 들어 아두이노 칩을 활용했으면 아두이노 칩을 활용했다에 그쳐야지, '메이드인 이탈리아' 같은 브랜드 로고까지 찍어 공개하거나 활용하면 안 된다는 얘기다.

이지영 : 오픈소스 하드웨어로 공개하는 작품이 국내에 어느 정도나 되려나?

김성수 : 있긴 있는데, 외국만큼 흔하진 않다. 국내 이용자들은 주로 블로그에 올린다. 개인이 그냥 공개한 정도지 해외처럼 오픈소스 하드웨어 모임이 활성화된 것은 아니다. 오픈소스 하드웨어도 깃허브에도 올릴 수 있다. 이글캐드에 회로도와 보드회로 파일 형태로 올리면 된다.

해외에는 'sparkfun.com'이라는 이라는 오픈소스 하드웨어 제품을 모아 파는 몰이 있다. 이 회사 사장은 자기들이 보드도 팔고, 그 보드 디자인을 공개까지 한다. 특허로 해 봤자 발전이 없다는 생각이 강하다. 경쟁업체가 따라서 만든다고 하더라도, 원가를 줄이면서 더 혁신적으로 제품을 만드는 게 제품 개발 전체 과정에서 중요하다고 보는 사람이다. 외국에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아무래도 국내보다는 오픈소스 하드웨어 제품이 활발하게 전시되는 편이다.

이지영 : 그럼에도 국내에서 활발하게 오픈소스 하드웨어 운동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 그냥 자신만 알고 제품을 만들면 좋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김성수 : 공개됐을 때, 사람들이 자신이 만든 작품에 의견을 올라오는 걸 보는 쾌감이 있다. 왜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 얘기가 있지 않은가. 사람들의 관심이 내가 공개한 제품에 실시간으로 달리면 흥이 난다. 사람들이 내가 공개한 제품을 가져다가 잘 활용한다는 글을 봐도 기분이 좋다. 오픈소스 하드웨어 진영은 유명해지기가 쉽다. 제품이 널리 퍼지면 원작자가 누구라는 게 알려지기 때문에 금세 유명세를 탈 수 있다.

유명세를 떨친 건 아니지만, RC를 만들어서 올렸는데 반응이 괜찮았다. 이후 RC 사이트들이 내가 만든 RC를 널리 퍼뜨리더라. 이 과정이 은근히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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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duino

이지영 : 기업은 좀 사정이 다르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김진범 : 이더넷 쉴드에 들어가는 칩도, 와이파이 쉴드에 들어가는 모듈도 우리 회사에서 만들기 때문에 다른 회사가 똑같이 따라 만들 걱정이 없다. 사실 따라 만들면 따라 만들수록 좋은 상황이다. 원천 부품 자체를 우리 회사에서 만들기 때문이다.

다만, 오픈소스 하드웨어 관련해 사업을 한다고 하면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내가 만든 제품이 어떻게 복제되는지, 다른 사람이 따라서 더 유명해지는 건 아닌지 등을 걱정해야 한다. 끊임없이 제품을 혁신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할까. 경쟁업체와의 가격 경쟁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오픈소스 하드웨어도 커뮤니티가 중요하다. 잘 만들어서 커뮤니티에 올리고, 공유를 통해서 문제점을 파악해 바로바로 고쳐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국내 오픈소스 하드웨어 커뮤니티는 아직 활성화가 잘 되지 않은 듯해 조금 아쉽다.

김성수 : 언어의 문제도 있다. 전세계적으로 유통이 되려면 영어로 만들고 공유하면 좋은데, 국내 커뮤니티는 한국어를 쓰지 않는가. 그래서 우리 안에서만 유통되는 게 좀 아쉽다. 사실 오픈소스 하드웨어를 공개하면 제품 말고도 문서, 예제, 소스코드 등을 함께 공유해야 한다. 이 과정이 만약 영어라면, 외국에서도 제품을 보고 쉽게 반응을 보일 수 있지 않겠는가.

해외의 아두이노 오픈소스 하드웨어 커뮤니티를 보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011년 아두이노 서밋에서 포스팅 수가 50만개, 사용자수가 5만명 밖에 되지 않았는데 최근에 들어가 보니 사용자수가 14만명, 올라온 글이 120만개더라.

김진범 :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나름 활성화를 위해 위즈네트는 회사 홈페이지에 질의응답 코너를 만들고 사용자와 의사소통하는 편이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커뮤니티는 누구나 자유롭게 묻고 답할 수 있지만 질의응답 게시판은 사람들이 묻고 회사 사람들이 답하는 형식이라 활발한 의사소통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그래도 오픈소스 하드웨어에 대한 회사 내 관심이 높은 편이다. 기존에 하는 일을 계속하면서 칩 만들고 모듈 만드는 일도 계속한다. 기존에 만들던 제품 모두를 공개하는 건 아니지만, 최대한 가능하면 공개하자는 주의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특히 버전관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유하고 공개하는 문화로 바꾸자는 움직임이 회사 안에서 불고 있다.

이지영 : 국내에서 오픈소스 하드웨어 관련 분위기가 어떤가.

김성수 : 우선은 오픈소스 하드웨어를 잘 쓰는 게 우선이지 않을까 싶다. 나도 아직 공개된 걸 보고 따라 쓰는 게 중심이다. 직접 공개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김진범 : 최근 비전자쪽 사람들 움직임을 보면, 자신이 구상한 제품을 빨리 시제품으로 만들기 위해 오픈소스 하드웨어를 사용하는 경우를 보았다. 게다가 아두이노나 라즈베리 파이 등이 국내에 많이 알려지면서 서점에 관련 책들도 많다. 학교에서도 가르치고 있다고 들었다.

이지영 : 최소한 어느정도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하나.

김성수 : 프로그래밍을 뱃속에서 배워나오는 이는 없지 않나. 하하

김진범 : 아이들에게는 스크래치와 레고를 결합해 프로그래밍을 쉽게 하는 법을 가르치기도 한다고 하던데.

김성수 : 우선은 어느정도 프로그래밍을 알고 있어야 편하다. 반짝 배우면 금방을 따라할 수 있어도 곧 잊어먹기 쉽다.

이지영 : 앞으로 오픈소스 하드웨어로 하고 싶은 게 있다면?

김진범 : 특정 애플리케이션을 하고 싶다기보다, 아두이노 같은 플랫폼 보드를 만들고 싶다. 만들어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단순히 보드만 만드는 게 아니라 안에 코드까지 개발하는, 또 다른 아두이노를 고스란히 만들어 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김성수 : 오픈소스 하드웨어로 뭘 하기 보다는, 다양한 창작가들이 참여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커뮤니티와 함께 운영해 보고 싶다. 지난해 메이크업 페어에 아이폰 여러대를 놓고 매트릭스 영화에서 나오는 총알 피하는 장면을 시도한 적이 있는데, 아이폰 수급부터 시작해 여러가지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잘 되면 아이폰으로만 영화 특수효과를 선보일 수 있는 괜찮은 아이디어였는데. 이런 걸 이제 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함께 해봤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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