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개방형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는 스마트폰은 물론, 태블릿 PC와 스마트TV까지 다양한 영역에 걸쳐 표정을 바꾸는 OS다. 시계나 냉장고 등 생활가전 기기에까지 적용하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안드로이드는 누구의 손에 있느냐에 따라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OS다.

가장 독특한 시도 중 하나로 게임 콘솔을 빼놓을 수 없다. 안드로이드 OS를 얹어 단돈 99달러에 출시된 '오우야' 말이다. 블로터닷넷에서 지난 6월 정식 출시된 오우야를 써봤다. 지난 2012년부터 미국 크라우드펀딩 서비스 '킥스타터'를 통해 약 6만여명의 개인 투자자가 몰려 관심을 받은 기기이기도 하다. 오우야는 안드로이드의 방대한 활동 영역을 몸소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게임 콘솔 OS로서 안드로이드의 가능성도 시험할 수 있는 이정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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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출하게 구성된 99달러짜리 게임 콘솔

검은색 상자를 열면 "Thank you for believing"이라고 쓰여 있는 빨간 포장이 우선 눈길을 끈다. 오우야는 킥스타터에서 가장 성공적인 펀딩 프로젝트로 기록됐다. 오우야를 응원해준 이들에게 보내는 작은 선물이다. 제품 구성 품목은 단순하다. 오우야 본체와 무선 게임패드, TV와 연결할 수 있도록 동봉된 HDMI, 전원을 넣을 수 있는 어댑터가 전부다.

오우야 본체는 생각보다 작다. 한 손바닥 안에 쏙 들어올 정도다. 뒷면에 전원 연결 단자와 HDMI, USB, 마이크로 USB 포트가 있다. 유선으로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도록 유선랜 포트도 마련돼 있다. 오우야는 와이파이도 지원하니 상황에 따라 인터넷 연결 방식을 고르면 된다.

게임패드 단추 구성은 여느 게임 콘솔의 게임패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게임패드는 인체공학적으로 디자인돼 굴곡을 갖는 것이 일반적인데, 오우야의 게임패드는 직선에 가깝다. 게임패드가 손에 감기는 맛은 덜하다고 느끼는 게이머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산업디자이너 이브 베하의 손길이 오우야에 묻어 있기 때문이다. 보는 이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겉모양만큼은 예쁘다.

설치도 쉽다. 오우야 본체를 TV에 연결하고, 전원 단추만 누르면 된다. 사용자 계정을 만들고, 신용카드 정보만 입력하면 게임을 즐길 준비는 끝난다. 오우야는 안드로이드 OS로 동작하지만, 기존 구글 계정으로는 접속할 수 없다. 오우야 전용 계정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 계정 이름과 e메일 주소,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간단한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구글 계정을 이용할 수 없다는 얘기는 곧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에서 구입한 게임은 오우야에서 즐길 수 없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오우야에서 구입한 게임을 다른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즐길 수 없다. 오우야는 안드로이드 모바일 기기와 완전히 분리된 게임 생태계로 꾸려졌다.

오우야의 게임 장터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첫 화면의 'Discover' 메뉴가 게임 장터다. 게임 장터에서 내려받은 게임은 'Play' 메뉴에서 확인하고 즐길 수 있다. 안드로이드 모바일 기기에서 보던 게임도 있는가 하면, 오우야 전용으로 개발된 게임도 있다.

3인칭 슈팅게임 '쉐도우건'이 대표적이다. '쉐도우건'은 구글의 응용프로그램(앱) 장터 '구글플레이'와 엔비디아의 '테그라존' 등 다양한 앱 장터에서 판매 중인 게임이다. 고전 일본 롤플레잉 게임 '파이널판타지3'도 오우야에서 새 둥지를 틀었다. 모든 게임은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고, 앱내부결제 방식으로 추가 콘텐츠를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 겉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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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생태계가 오우야의 열쇠

현재 오우야 게임 장터에서는 약 60여종의 게임을 만날 수 있다. 많은 숫자는 아니다. 이제 막 걸음을 움직인 게임 콘솔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록스타게임즈의 대표적인 작품 '그랜드데프트오토(GTA)3'이나 모장의 '마인크래프트' 등과 같은 유명 게임도 오우야에서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점차 즐길거리가 많아지길 기대해봐도 좋다.

무엇보다 게임패드로 안드로이드 게임을 조작한다는 점이 장점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에서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한두개 손가락만을 이용해 화면을 터치하는 모습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터치 조작은 복잡한 게임을 즐기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다. 대부분의 모바일게임이 한 손가락 터치 조작을 이용한 캐주얼게임 형식으로 개발되는 까닭이다. 지금보다 더 많은 게임 개발자가 게임패드로 조작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 게임을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캐주얼게임 형식을 넘어 기존 콘솔 게임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게임을 볼 수 있다는 것. 안드로이드 게임 시장에서 오우야가 갖게 될 상징이다.

개인 게임 개발자도 오우야에 게임을 만들어 팔 수 있다. 줄리 우르만 오우야 CEO도 “누구나 안드로이드 게임을 출시할 수 있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기존 게임 콘솔 생태계는 소니나 MS, 닌텐도 등과 게임 개발 계약을 맺고 게임을 만들어 출시하는 식이었다. 기본적으로 자본이 뒷받침돼야 게임을 팔 수 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오우야에서는 혼자 만든 게임도 얼마든지 게이머와 직접 만날 수 있다.

■ 사용자조작환경(U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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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uya_11

오우야 초기 설정을 마치면 만날 수 있는 첫 화면이다. 'PLAY'는 내려 받은 게임 목록, 'DISCOVER'는 게임 장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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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uya_9

설정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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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uya_8

안드로이드가 탑재된 만큼 안드로이드에서 보던 익숙한 설정 화면도 볼 수 있다.



쉽지 않아 보이는 게임 생태계 확대

역설적이지만 오우야의 가장 큰 문제도 바로 게임 생태계다. 오우야의 게임 생태계는 구글플레이나 다른 안드로이드 호환 기기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게임 가짓수를 늘려나가는 것은 오로지 오우야의 몫이다.

그렇다면 기대한 것만큼 많은 게임 개발자가 오우야를 위해 게임을 만들어줄까? 낙관하기는 어렵다. 유명한 게임 타이틀은 콘솔 판매량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아직 오우야를 선택할수밖에 없도록 하는 '결정적인 한방'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소니의 '갓오브워' 시리즈, 마이크로소프트(MS)의 '헤일로' 시리즈 등이 대표적이다. 누군가 오우야를 위해 이 같은 완성도를 지닌 게임을 만드는 것은 어직은 다소 소원한 일이다.

게임 품질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현재 오우야에서 볼 수 있는 게임 중 가장 그래픽 품질이 좋은 게임은 '쉐도우건'과 '크로노블레이드' 정도다. 엔비디아 테그라3 모바일 프로세서의 도움을 받아 3D로 제작된 게임이다. 하지만 기존 콘솔 게임과 품질을 비교하기엔 민망한 수준이다. 이 지점에서 99달러짜리 게임 콘솔이라는 매력이 반감된다. 99달러짜리 콘솔로 낮은 품질의 게임을 즐기는 대신 소니(399달러)나 MS(499달러)의 차세대 콘솔을 선택하는 것이 더 옳은 결정 아닐까.

물론, 오우야는 1년에 한 번꼴로 오우야의 성능을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마치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1년마다 성능을 높여 새 제품을 출시하는 것과 같은 전략이다. 오우야 콘솔 자체의 성능이 높아진다면, 게임 품질도 따라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

■ 게임 장터와 게임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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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uya_10


다양한 카테고리로 나뉜 게임 장터 첫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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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uya_7


개별 게임의 상세 설명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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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uya_6

게임 '쉐도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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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uya_4

게임 '크로노 블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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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uya_5

게임 앱 안에서 별도로 결제를 해야 하는 게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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