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보니] 오큘러스 리프트, 실감나네

발행일 2013-09-27 15:17:18
조명도 없는 검은 방에 홀로 서 있다. 왼손엔 호롱불이 들려있지만, 어둠을 모두 몰아내기엔 역부족이다. 우선 좀 둘러볼까. 고풍스러운 의자와 가구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고개를 뒤로 돌려 돌아갈까 생각도 해봤지만, 너무 어둡다. 차라리 앞으로 가자. 어디선가 바람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잠깐, 창문은 닫혀있는데? 스산한 기운이 도는 방을 가로질러 다른 방으로 통하는 문을 열었다. 큰 홀이 나왔다. 홀 가운데 주인 없는 피아노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디리링' 연주자 없는 피아노가 저혼자 소리를 낸 그 순간.

"으악~!"

머리에 쓰는 디스플레이 장치(HMD) '오큘러스 리프트'로 공포 게임을 체험하던 중 터져 나온 비명이다. 어두컴컴한 방 피아노 옆에서 귀신이 갑자기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이날 오큘러스 리프트를 체험한 관람객 열에 아홉은 코엑스 전시관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을게다. 체험이 끝난 관람객은 오큘러스 리프트를 보며 "끝내주네"를 연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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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으로 걸어 들어간 듯한 경험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게임컨퍼런스(KGC) 2013' 마지막 날 행사장 전시공간을 찾아 오큘러스 리프트를 직접 써 봤다. 오큘러스 리프트는 오큘러스VR가 개발한 HMD다. 3D 게임을 더 생생하게 즐기도록 도와주는 장치다.

이미 상용화된 HMD는 많다. 소니는 2세대 HMD를 내놨고, 엡손도 HMD를 개발해 판매한 적이 있다. 그중에서도 오큘러스 리프트는 좀 특별하다. 3D 게임을 위해 개발된 제품이다. 머리에 쓰기만 하면 3D 게임 세상이 눈앞에 펼쳐진다.

3D 효과는 어떨까. 오큘러스 리프트는 지금까지 경험한 3D 효과 중 단연 돋보인다. 저도 모르게 화면 속에 있는 문고리를 잡으려고, 허공에 팔을 휘저었을 정도다. 오큘러스 리프트는 디스플레이 하나로 구성돼 있지만, 사용자는 분리된 화면을 양쪽 눈으로 따로 받아들인다. 안경 방식 3D 기술이 등장하기 전에 나온 사이드-바이-사이드(Side-by-Side) 3D 기술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오큘러스 리프트 안에 있는 돋보기 렌즈도 현실감을 높이는 장치다. 오큘러스 리프트 안에서 재생되는 게임은 마치 물고기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처럼 상이 왜곡돼 있다. 돋보기 렌즈는 이 왜곡된 상을 다시 원래대로 펴 주는 역할을 한다. 소프트웨어적으로 구부린 화면을 다시 광학적으로 펴는 셈이다. 사용자가 더 크고 현실적인 화면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오큘러스 리프트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자이로센서가 탑재돼 있다는 점이다. 사용자가 오큘러스 리프트를 머리에 쓰고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게임 속 캐릭터도 왼쪽을 본다. 상하좌우 어디든 고개를 돌려가며 게임을 즐길 수 있다. KGC 현장에서 오큘러스 리프트로 게임을 체험한 관람객이 쉴새없이 고개를 돌리며 게임을 즐겼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기존 게임은 아무리 뛰어난 그래픽으로 화려하게 꾸며졌어도, 현실이 아니라 게임일 뿐이라는 것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모니터 화면 속에서만 게이머가 뛰어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오큘러스 리프트는 자이로센서의 도움으로 게임의 현실감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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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 렌즈가 있어 화면을 더 크게 볼 수 있다.


단순한 구조로 가격 낮추고, 호환 게임도 개발 중

오큘러스 리프트에 쓰인 부품은 단순하다. KGC 2013 현장에 마련된 시제품 안에는 5인치 크기의 디스플레이가 들어가 있다. 5인치짜리 화면을 반으로 나눠 왼쪽 눈과 오른쪽 눈에 보여 줄 영상을 재생해 3D 효과를 나타내는 방식이다. 왼쪽, 오른쪽 화면을 따로 보여 주기 위해 디스플레이를 2개 탑재하는 기존 3D HMD와 다른 방식이다.

오큘러스 리프트에 쓰인 화면은 5인치다. 해상도는 1920×1080 풀HD다. 화면을 반으로 나눠 보여주는 방식이니 사용자의 한쪽 눈으로 들어오는 화면 해상도는 960×1080이다.

오큘러스VR코리아 관계자는 "단순한 구조로 만들어 단가가 내려갔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오큘러스 리프트용 게임은 어떻게 개발 중일까. 아직 오큘러스 리프트를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게임은 많지 않다. 행사장에 마련된 게임은 모두 제품 체험을 위한 데모 버전이었다. '윙커맨더'를 개발한 유명 게임 개발자 크리스 로버츠가 만든 '스타시티즌'과 공포 게임 '슬렌더' 정도가 현재 오큘러스 리프트를 공식 지원하고 있을 뿐이다. 조급해할 것 없다. 아직 오큘러스 리프트는 개발자 버전만 판매 중인 상황이니 말이다.

오큘러스 리프트에 게임을 지원하는 것은 게임 개발업체와 게임 개발자의 몫이다. 오큘러스VR의 역할은 게임 개발 엔진에 오큘러스 리프트 소프트웨어 개발도구(SDK)를 지원하는 것이다. 게임 개발자는 게임 개발 엔진으로 게임을 만들 때 오큘러스 리프트를 지원할 것인지만 선택하면 된다.

현재 오큘러스VR가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게임 엔진은 '유니티 3D'와 '언리얼 엔진', C++ 기반 개발도구다. 전세계 게이머와 게임 개발업체는 비공식적으로 오큘러스 리프트 SDK를 수정해 각기 다른 게임 엔진에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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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치 화면 1개를 2개로 나누는 3D 방식이지만, 실제로 오큘러스 리프트를 쓰고 볼 때는 전체 시야에 꽉 차는 한 화면으로 보인다.


게임 하다 멀미 느낄 수도

한 가지 문제는 있었다. 바로 멀미 현상이다. 멀미는 눈으로 보는 풍경과 인체가 느끼는 균형감각이 서로 다를 때 발생한다. 사용자가 오큘러스 리프트를 쓰고 게임을 하면, 몸은 움직이지 않아도 빠르게 움직이는 화면을 시야 전체로 봐야 한다.

게임 속에서 천천히 걸어야 하는 공포 게임을 체험할 때는 멀미가 일어나지 않았는데, 롤러코스터를 타는 게임을 할 때는 약간 울렁거림이 느껴졌다. 오랜 시간 1인칭슈팅(FPS) 게임에 단련된 게이머라고 해도 울렁증을 참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오큘러스 리프트는 이를 어떻게 해결할까. 현재 요큘러스는 전혀 다른 버전을 개발 중이다. 새 버전에서는 멀미 문제를 개선할 기술이 포함될 예정이라는 게 오큘러스VR의 설명이다.

그 중 하나가 지연시간을 줄이는 일이다. 지연시간은 사용자가 고개를 돌릴 때 화면이 뒤늦게 돌아가는 것을 말한다. 자이로센서가 계산한 각도와 게임 화면이 이를 반영하는 데 얼마간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HD 시제품의 지연 시간은 약 60ms(1ms는 1천분의 1초)다. HD 시제품 이전에 출시된 첫 번째 개발자 키트(DK1: Developer Kit1)는 이보다 더 길다.

오큘러스VR코리아 관계자는 "다음 버전은 지연 시간을 20ms 이하로 낮추는 것이 목표"라며 "멀미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수많은 방법의 하나로 지연 시간을 낮추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답변했다.

오큘러스VR는 현재 2014년 정식 버전 오큘러스 리프트를 출시하기 위해 기술을 개발 중이다. 첫 번째 개발자 키트는 오큘러스VR 홈페이지에서 구입할 수 있다. 가격은 300달러다. 오큘러스VR는 오큘러스 리프트 정식 버전도 이와 비슷한 가격에 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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