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S 리더일까, SNS일까, 그도 아니면 뉴스 서비스인 걸까. 플립보드를 보며 드는 의문이다. 이 궁금증을 플립보드의 에릭 알렉산더 사업 개발 부사장을 만나 풀었다.

에릭 알렉산더 플립보드 부사장은 요즘 한 달에 한 번꼴로 한국에 온다. 최근 플립보드는 삼성전자의 새 스마트폰에 기본 서비스로 깔린다. 그 때문에 한국 출장이 잦다. 9월 마지막 주에는 갤럭시노트3 출시를 준비하느라 왔다. 9월24일 그를 서울에서 만났다.

에릭 알렉산더 플립보드 부사장
▲ 에릭 알렉산더 플립보드 부사장

▲에릭 알렉산더 플립보드 부사장


"신문보다 기사를 예쁘게 보여주겠다"

플립보드의 또 다른 이름은 '소셜 매거진'이다. 플립보드는 사용자가 블로그나 뉴스 사이트의 RSS를 등록하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용 잡지처럼 보여준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계정을 연결하면 SNS 친구의 글도 잡지 기사처럼 자동 편집한다. 사용자가 원하는 소스에서만 소식을 보여줘 '소셜 매거진'이란 별명을 얻었다. 특히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에서 글을 불러오고 공유하는 기능이 탁월하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전용 앱과 웹사이트에서 쓸 수 있다. 2010년 애플이 선정하는 '올해의 아이패드 앱'으로 꼽은 바 있다.

에릭 알렉산더는 콘텐츠를 잘 보여주는 게 플립보드의 특기라고 자부했다. 인터넷신문사나 잡지사보다 말이다.

"당신과 같은 사람(기자를 가리키며)은 콘텐츠 만들기를 잘합니다. 소식을 전하고, 기술을 소개하죠. 기자를 데리고 있으면서 운영체제(OS)에 대응하는 기술팀이 있는 곳이 있을까요? 우리의 임무는 어느 기기에서건 (기사를) 예쁘게 보여주는 겁니다."

그의 말이 맞다. 잘 나가는 잡지나 신문도 웹사이트나 스마트폰, 태블릿PC에서 보면 그저 그런 웹페이지이고, 글에 불과하다. 디지털 시대에 언론사가 제대로 대응 못하는 대목이다. 언론사는 그동안 종이에서 읽기 좋은 방법을 잘 알았지만, 디지털에선 그렇지 않다. 차라리 블로그가 가독성이 더 좋을 때가 있다.

종이 잡지는 편집 디자이너가 공부할 교재다. 하지만 웹 디자이너가 잡지사 홈페이지나 인터넷신문사를 찾을 까닭이 없다. 잘 나가는 IT 회사의 서비스를 들여보는 게 낫겠다. 플립보드처럼 3년간 예쁘게 편집하기에만 골몰한 서비스 말이다. 에릭 알렉산더는 "창업 3년 동안 돈 벌 방법 대신 기사를 예쁘게 보이는 데 골몰했다"라고 말했다.

패션잡지처럼 광고도 볼거리로 제공

그는 인터넷 광고에 대해서도 말했다. "우리는 인터넷 광고가 매우 추하다(ugly)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모바일 광고를 잘못 누르면 짜증을 내죠. 그건 좋은 광고가 아닙니다. 그런데 보그 잡지를 사는 사람은 광고를 좋아합니다. 예쁘거든요. 광고는 잡지에서 콘텐츠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보그에 광고가 없다면 살 건가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잡지에서 새로운 가을 패션과 드레스, 핸드백을 보고 싶어할 겁니다."

언론사는 수익 때문에 광고를 유치하는데 독자는 그 광고가 글 읽기를 방해한다고 여긴다. 헌데 광고도 기사처럼 볼거리로 만드는 패션잡지 독자는 다르다. 시청자의 눈길을 끄는 TV 광고는 오히려 화제를 일으킨다. 에릭 알렉산더는 이 얘기를 하는 거다. 지금 인터넷 기사에 보이는 광고는 독자에게 불쾌감만 줄 뿐이라는 말이다.

"웹에서 배너광고요? 멋지지 않아요. (GE리바이스, 미니, 타겟 등이 광고로 만든 플립보드 잡지를 보여주며) 우린 광고가 아름답지 않으면 올리지 않아요."

▲ 에스티로더 광고. 플립보드용 잡지 바로가기 제공
▲ 에스티로더 광고. 플립보드용 잡지 바로가기 제공
▲ 미국의 소설가 조지 R.R. 마틴을 위한 플립보드 잡지
▲ 미국의 소설가 조지 R.R. 마틴을 위한 플립보드 잡지
▲ 루이 비통 광고
▲ 루이 비통 광고
▲ 마돈나가 만든 플립보드 잡지
▲ 마돈나가 만든 플립보드 잡지
▲ 플립보드에 영화 광고도 있다
▲ 플립보드에 영화 광고도 있다
▲ 영화 광고를 위한 플립보드 잡지
▲ 영화 광고를 위한 플립보드 잡지
▲ 미국의 쇼핑몰 타겟의 광고. 플립보드 잡지도 있다
▲ 미국의 쇼핑몰 타겟의 광고. 플립보드 잡지도 있다
▲ 비자 카드의 플립보드 광고
▲ 비자 카드의 플립보드 광고
▲ 플립보드 잡지로 바로 가기 링크가 없는 광고
▲ 플립보드 잡지로 바로 가기 링크가 없는 광고

▲플립보드는 제휴한 언론사마다 제목 글꼴과 지면 디자인을 다르게 한다. 그리고 기사 중간 또는 잡지 중간에 광고를 보여준다. 광고는 잡지에 들어가는 전면 광고와 광고용으로 만든 플립보드 잡지 바로가기 광고 2가지가 있다. 이 두 가지 특징은 한국 서비스에 아직 적용하지 않았다.


그는 플립보드가 언론사를 위해 플랫폼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언론사는 기사 쓰는 데 집중하고 개발은 플립보드가 맡겠단 얘기다. 플립보드에 모든 기사를 한데 모아 보여주면서 광고를 유치하고, 그 수익을 언론사와 나누겠다고 말했다.

"웹에서 수익을 얻을 방법이 많지 않습니다. 우리가 광고 모델을 통해서 매체에 보다 많은 수익을 주고 싶습니다."

플립보드는 2012년 광고를 넣기 시작했고 올해 광고 사업을 본격 운영한다. 어도비의 디지털 퍼블리싱 스위트(DPS)처럼 모바일 출판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광고까지 유치해 주는 셈이다. 게다가 출판 서비스 부문은 무료로 제공한다. 매력적인 광고판이 되기 위해서다. 신문이나 잡지, 방송처럼 말이다.

독자는 광고와 기사를 퍼뜨리는 확성기

에릭 알렉산더의 설명을 듣노라니, 플립보드를 네이버 뉴스나 다음 뉴스와 구분하기 어렵다. 한데서 온갖 매체의 기사를 모아보는 건 이미 포털 뉴스가 하지 않는가. 둘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독자의 역할에서 찾을 수 있다.

포털 뉴스나 잡지 앱에서 독자는 그저 읽는 사람이다. 포털이 골라주고 보여주는 대로 읽는다. 플립보드 독자는 다르다. 플립보드가 추천하는 소식을 읽으면서 무엇을 읽을지 선택한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등 내 SNS 친구가 보내주는 소식을 받을 수 있고, 특정 잡지나 신문사의 글을 읽을 수 있다. 나만의 잡지를 만들 수도 있다.

플립보드는 2013년 3월 독자가 잡지를 만드는 기능을 내놨다. 이 기능을 써서 독자는 자기의 관심사를 온라인 잡지로 발행할 수 있다.

에릭 알렉산더는 독자 매거진으로 콘텐츠 네트워크를 만든다고 말했다. "매거진이 콘텐츠인데요. 이걸 공유하는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독자 매거진은 350만개 정도 있는데, 앞으로 더 커지고 늘어날 겁니다."

플립보드의 잡지 만들기가 완전히 새롭고 놀라운 건 아니다. 블로그나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지 등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인터넷 사용자가 단추 몇 번 눌러서 잡지를 만드는 경험을 선물하는 것은 플립보드가 유일하다. 별 것 아닌 소식을 모아도 플립보드는 꽤 멋진 잡지처럼 보여주기 때문이다.

플립보드는 독자가 만든 잡지에도 광고를 보여준다. 독자가 잡지 페이지를 넘길 때, 또는 기사 페이지를 넘길 때에도 광고를 넣는다. 이 광고는 특정 언론사에 노출하기로 한 광고다. 광고를 보여주고 얻는 수익은 플립보드와 언론사가 나눈다.


 ▲플립보드가 기사와 트위터 글로 만든 잡지. 2013년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시아나 항공기가 추락한 사고를 다뤘다. 트위터와 플립보드에 올라온 각종 기사를 짜깁기했다.



▲플립보드의 'Simo'라는 사용자가 만든 잡지. 독자가 3만명이 넘는다.


아침에 가장 먼저 보는 앱이 되고파

에릭 알렉산더는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여는 앱이 플립보드가 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버스나 지하철이 오기까지 5분 남았다면, 그때 여는 앱이 바로 플립보드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시간이 넉넉할 때 배 깔고 누워서 쓰는 앱이 되길 바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플립보드는 아이폰 앱에서 출발했다.

"주말이나 밤에 시간이 남을 때 맘 잡고 여는 게 아니라 수시로 열게 하고 싶어요."

한국에서는 그 자리를 카카오톡이, 미국에서는 페이스북 등이 꽉 쥐고 있는데 꿈이 참 야무지다. 플립보드는 이 꿈을 차근히 이뤄나간다. 플립보드는 9월25일 출시된 갤럭시노트3에 기본 앱으로 깔렸다. 그리고 갤럭시노트3의 기본 서비스인 '마이 매거진'으로 잠금화면에서도 플립보드의 글을 보여준다.

<플립보드에서 기사 읽는 방법>

에릭 알렉산더 플립보드 부사장은 플립보드가 보여주는 소식은 두 가지라고 말한다. 첫째는 친구의 소식이고 둘째는 기사다. 플립보드는 이 두 가지를 한데 모아서 보여준다.

플립보드에서 소식을 받아 보려면 회원가입을 먼저 하고 아래 5가지 방법을 따라야 한다. 5가지 중 하나만 해도 되고 5가지 모두 해도 된다.

1. 트위터나 페이스북, 링크드인, 인스타그램, 플리커, 텀블러, 구글플러스, 500px, 시나웨보, 렌렌, 사운드클라우드, 유튜브 등 SNS 계정을 연동한다.

2. 관심 있는 분야를 고른다. 뉴스, 경영, 테크와 과학, 스포츠, 사진과 디자인, 예술과 문화, 리빙, 맛, 여행, 스타일, 음악, 영어 등 플립보드가 추린 분야별 소식을 받아 볼 수 있다.

3. 또는, 각 분야별 소식에서 마음에 드는 매체를 선택한다. 플립보드는 블로터닷넷, 경향신문, 노컷뉴스, 동아일보, 디자인하우스, 시사IN, 연합뉴스,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한겨레, 한국경제 등 제휴한 언론사와 내부 편집자가 인터넷 신문이나 유명 블로그를 추천한다. 제휴한 언론사의 글은 플립보드 안에서 태블릿PC용 잡지처럼 보이고, 제휴하지 않은 곳의 글은 웹페이지 그대로 보여준다.

4. 플립보드는 독자에게도 편집 권한을 준다. 바로 나만의 잡지 만들기 기능이다. 잡지 제목부터 안에 들어갈 내용까지 독자가 만든다. 독자가 플립보드로 글을 읽다가 '+' 단추를 눌러 자기 잡지에 추가하게 한다. 또는 웹브라우저에 '플립잇'이라는 즐겨찾기 단추를 붙이고선 인터넷 기사나 글을 플립보드로 보내게도 한다.

5. 플립보드가 추천하거나 독자 잡지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게 없다면 이 방법을 써보자. 플립보드에 있는 검색 기능을 활용하는 거다. 먼저 플립보드에서 '아이폰'이나 '갤럭시'처럼 키워드를 검색한다. 그 다음 그 단어를 포함한 글을 플립보드가 모아주면 '구독' 단추를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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