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미오가 발로 뛰며 보고 들은 책과 사람, 콘텐츠와 트렌드 얘기를 들려드립니다.

창업 관련 도서들은 어떤 책들이 인기가 있을까. 온라인에서 업계 점유율 1위인 예스24의 10월 첫째 주 창업·장사 분야 판매를 살펴보자. 1위 '장사의 신', 3위 '장사의 시대'에 이어 소셜 마케팅, 골목 창업, 공부방 창업, 카페 창업, 자영업과 관련된 책들이 교대로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20위권 내의 전문 창업 도서로는 '린UX'와 '3D 프린팅의 모든 것', '스타트업 펀딩', '내 작은 회사 시작하기' 정도가 유일하다.

한국은 자발적 창업보다 40대 이후 생계형 자영업이 더 많다. 골목마다 프랜차이즈 카페와 치킨집, 빵집이 넘쳐나는 이유다. 한국은 자영업자 비율이 30%로 다른 OECD 국가의 2배에 달한다. 공급량이 넘치니 아직 자리가 있는 사람들도 불안해진다. 기술과 인맥이 있을 때 독립해야 할 것 같다. 계속해서 작은 회사가 생겨나는 이유다. 젊은이들도 걱정스럽다. 불안한 작은 회사만 오라고 한다. 그러니 짧게라도 안정적인 월급이 나오는 대기업에 판돈을 걸 수밖에.

이런 상황에서 평범한 직장인인 나는 두 가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기술 전문가가 아니어도 창업을 할 수 있는가’, 또 하나는 ‘왜 새로운 스타트업들은 웹서비스 영역에서만 생겨나는가’이다. 이에 대한 대답을 듣기 위해 벤처 좀 준비한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꼭 읽어야 할 책으로 꼽힌다는 '스타트업 바이블' 시리즈의 저자 배기홍을 만났다.

스타트업 바이블 저자, 사실은 창업을…

'스타트업 바이블', '스타트업 바이블2'를 쓴 저자 배기홍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마케팅 과장으로 일했고,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와튼 스쿨 MBA에 진학했다. 그런데 이 시기에 '테크크런치40'의 결승까지 올라간 한국의 음악 서비스 벤처 뮤직쉐이크를 만나 MBA를 휴학하고 북미지사장으로 4년간 일했다. 이때의 생생한 경험이 녹아있는 것이 바로 '스타트업 바이블'이다. 현재는 미국에 거주하며 스트롱벤처스 공동대표를 맡아 스타트업 발굴·투자·운영을 하고 있으며 블로그를 통해 스타트업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낮 시간, 카페에 앉아 노트북으로 그를 마주했다. 구글 행아웃으로 영상 인터뷰를 신청했다. 그는 카메라가 없는 노트북이라며 미안해했다. “보통 이렇게 한 쪽만 얼굴이 보이면 보이는 쪽이 손해 본다고들 하거든요.” 복싱을 하고 있는 무서운 e메일 계정 사진과 달리 생각보다 훨씬 유쾌한 이였다. (몰론 얼굴을 보지 못해서 아쉽긴 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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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류미(이하 김) : '스타트업 바이블', '스타트업 바이블2'는 합쳐서 1만부 넘게 팔렸다고 들었다. 반응은 어떤가? 돈은 좀 벌었나 궁금하다.

배기홍(이하 배) : 책 써보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원래 인세는 크게 돈이 안 된다. 강연이 부가수입인데 내 경우에는 미국에 있기 때문에 한국엔 가끔만 나온다. 그래서 책 반응은 인터넷에 올라오는 걸로 파악하곤 한다. 독자들 반응이 상당히 좋다. 75% 정도가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실제로 창업 교과서에서 말하는 것과 현실은 정말 다르다.

 : 책이 생각보다 기술 용어도 많이 안 나오고, 무척 재밌었다.

: 어려운 말로 쓰이지 않은 창업책이라 분야 순위가 높았던 게 아닌가 싶다. 대선 나온 아무개 의원의 책을 예로 들며 ‘나도 성공했으니 너도 해’가 아니어서 좋다는 말도 들었다. 창업에 관한 상담 e메일이 많이 오는데, 고맙기도 하고 내가 벤처 발굴하는 일을 하다 보니 잠재적 고객이라 생각하고 최대한 답장을 다 하고 있다. 가끔 통화도 한다.

: 이력이 상당히 특이하다. MBA는 왜 하셨나.

: MBA를 갔던 이유는 금융 쪽으로 커리어를 바꾸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당시 알게 된 한국 벤처 뮤직쉐이크가 서비스도 괜찮고 창업팀이 좋아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고 싶었다. 정말 열심히 일했다. 사실 MBA를 하다가 뮤식쉐이크를 갈 때는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했다. 결혼한지도 얼마 안 됐고…. 그런데 나는 대기업에서 일하는 게 편한지 잘 모르겠더라. 자기가 아무리 일을 잘해도 회사가 해고하면 나가야 하고. 결국 남의 손에 움직이는 거 아닌가.

창업할 거면 MBA 절대 가지 마라

: 원래 운영하시는 블로그도 미국 MBA 쪽 상담을 많이 해주셔서 유명한 것으로 안다. 책에서는 '창업할 거면 MBA는 시간과 돈 낭비'라는 급진적인 주장을 펼치시던데.

: 경영대학원에 드는 돈이 얼마인 줄 아는가? 최소 2억원이다. 등록금도 비싸지만 생활비, 책값, 또 유학생은 인맥도 중요하니 술 마시고 밥도 먹어야 하고…. 네트워킹 비용도 꽤 든다. 결혼해서 오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또 돈이 배로 든다. 졸업하면 안정적인 직장과 고액 연봉이 보장된다고 하지만, 대부분 언어와 문화적 장벽 때문에 미국에 자리 못 잡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한국에 잘 적응해서 사시는 분들은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안 하지. 게다가 MBA 교수들이 창업 경험이 있을 리가. 책에도 썼지만, 창업가 정신을 학교 교수가 가르친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런 면에서 창업이야말로 최고의 학교다.

: 그래서 그 유명한 와튼스쿨 MBA를 들어가서 휴학을 한 건가. 사실 내 또래만 해도 직장 다니면서 미국 MBA 꿈을 품고 있는 친구들이 종종 있다.

: 나는 사람들이 상담을 해오면 ‘왜 가고 싶냐’고 묻는다. 엔지니어 출신이 경영 쪽으로 커리어를 바꾸고 싶다는 경우에는 오케이. MBA 2년이면 커리어를 바꿀 수 있다. 하지만 비즈니스를 경험하고 싶다면 100퍼센트 ‘노’라고 대답한다. 10위 안에 들어가는 MBA에 갈 게 아니면 절대 가지 마라고 말한다.
난 6개월 만에 휴학했다. 시간이 아까웠다.

요샌 산업 구조가 많이 바뀌어서 MBA 출신들이 주로 가는 컨설팅 회사들의 컨설팅 대상이 예전처럼 제조업이나 대기업이 아니다. 그런데 MBA가 가르치는 건 사실 남들보다 빠르고, 좋고, 싼 걸 추구하는 벤처 산업에서는 과거의 방식이지. 최근엔 미국 건설팅사에서도 MBA에 대해 회의적이다. 결론적으로, 대기업이나 컨설팅에 가고 싶다면 MBA가 좋은 학위일 수 있다. 하지만 벤처나 스타트업을 생각하고 있다면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벤처는 근근이 먹고 사는 게 실패하는 것보다 나쁘다

: 그럼 사업은 어땠나? 뮤직쉐이크가 막 성공을 한 벤처기업이라고 하기엔 어려울 것 같다.

: 벤처기업의 성공에는 딱 두 가지 방법만이 있다. 주식시장에 상장하거나 큰 회사에 팔리는 것이다. 이걸 출구전략이라고 한다. 우리는 상장은 못 했지만 먹고 사는 데 지장 없을 정도는 벌었다.

: 책에서는 그런 상태를 훨씬 안 좋다고 표현했더라. ‘근근이 먹고 사느니 과감하게 실패하라’를 38계명으로 쓰셨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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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다. 버티는 건 가능하다. 그런데 이게 오래되면 이것도 못하고 저것도 못한다. 차라리 빨리 망하면, 정신 차리고 확 털고 나갈 수가 있다. 그런데 버티면 5~10년 가면서 더 잘 할 수 있는 것이 보여도 올인할 수가 없다. 중요한 것은 망하면 망한 대로 ‘재밌었다’고 느끼고 실패 요인을 잘 생각하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스타트업 세계에서는 ‘10년 동안 먹고 살았다’는 것이 별로 좋은 뜻이 아닌 것 같다.

: '스타트업 바이블2' 제일 앞의 추천글은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대표가 썼던데, 본문을 읽기 전에 뒷부분 ‘부록-스타트업 호가 가라앉을 때 선장과 선원의 행동강령’ 편을 먼저 읽어보라고 해서 그 순서대로 읽었더니 정말 재밌더라. 거기 나오는 게….

: 맞다. 나이키 회장. 얼마나 열심히 했냐면 대학원 공부를 한 스탠퍼드 대학 동문 주소록을 뒤져 얼굴도 모르는 나이키 회장에게 전화를 해 무작정 투자를 좀 해달라고 요청했다. 유튜브 담당자의 경우 그렇게 소개받아 실제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거든. 당시 정말 돈이 없어서 힘들었다. 당연히 투자는 못 받았지. 심지어 나중엔 초·중학교 앞에서 CD를 팔기도 했다. ‘부록’에도 썼지만 기름이 얼마 안 남았을 때는 활주로를 계산해서 최대한 아끼고, 최대한 팔아서 돈을 마련해야 한다.

: 지금은 관두었는데, 돌아간다면 성공시킬 자신이 있나. 두 권의 바이블까지 쓰셨는데.

: 이 질문도 많이 받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당시에는 정말 할 수 있는 걸 모두 다 했다. 돌아가도 일부는 잘하겠지만 상황이 또 어떨지,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스타트업은 인생과 같다.

창업하는 사람들의 DNA, 무엇이 다른가

: MS도 다니고, 벤처기업도 다녔으면 비교가 될 것 같다. 큰 기업과 작은 기업의 차이라면.

: MS에서 일할 때 좋은 점은 예산 제약이 없다는 점이다. 이 말은 돈이 넘치는 회사니 절박함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거기서도 직원들은 자기들이 ‘쥐어짜인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작은 회사에 다녀봤거나 자기 회사를 운영해보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대기업 직원에게 생기는 최악의 시나리오라면 상사에게 욕먹는 거다. 작은 회사? 어림도 없지. 월급이 안 나오면 바로 잘리거나 문 닫는다. 물러날 곳이 없는 셈이지.

: 그런데 그 좋은 직장을 왜 관두었나.

: 2년 정도 다니니 큰 회사에서 배울 수 있는 건 다 배운 것 같더라. 사실 큰 데서 배우는 건 뻔하다. 조직의 일원으로 생활하는 법, 밑사람 관리하는 법, 자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법, 데이터를 보는 방법 정도인데 이걸 익히는 데는 2년이면 충분하다. 외국계 회사도 사내 정치가 물론 있다. 나는 매니저가 되기보다는 내가 일을 직접 하고 회사에 공헌하는 걸 좋아한다는 걸 알았지.

: 흔히들 창업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사람들’이 한다고 말하던데, 어떤 사람들이 창업을 하나. 나는 이들이 가진 남다른 특징이 뭔지 너무 궁금하다.

: 물론 딱 봐도 창업할 것 같았던 사람들이 창업하기도 한다. 반대로 공부를 잘한 모범생 중에도 창업을 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본 창업가들의 공통점은 이렇다. 첫째,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들이다. 아이디어만 백날 이야기하는 사람보다는 뭐라도 실행하는 사람이 낫다. 둘째, 특정 사물을 봤을 때 ‘어떻게 하면 이걸 잘할 수 있을까’하고 관점을 바꿔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셋째, 창업은 위험이 따르는데 이 위험을 잘 계산하는 사람들이다. 이걸 ‘계산된 위험’이라고 한다. 넷째, 겉으로는 온화해도 경쟁심이 굉장히 강하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사자가 먹이를 잡기 위해 죽을 때까지 달리는 듯한 용맹함이 있다. 나는 이 중 첫 번째가 강한 것 같다.

: 인터넷 서비스 쪽은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에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책에 쓰셨던데, IT 창업을 하기 위해서는 뭐가 제일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 하려는 게 인터넷 비즈니스라면 딱 하나, 프로그래밍을 배우라고 나는 말한다. 특히 비즈니스 경험이 없는 경영학과 졸업생이라면 개발이 필수 요소다. 방법은 몇 가지가 있는데 창업팀에 개발자를 두거나, 외주 개발을 하거나, 자기가 배우는 거다. 나는 본인이 직접 프로그래밍을 배우거나 창업팀에 개발자를 두는 걸 권한다. 5년 전이라면 컴퓨터공학과를 가야 했지만, 요즘은 무료 온라인 강좌도 많고 소스도 많이 공유돼 있다. 나는 창업할 때 개발자가 팀에 없다면 투자 안 한다. 미국에서도 이런 기업에 투자할 사람은 없다.

벤처투자가로 이르노니, 실리콘 밸리로 오라

: 현재 미국 쪽에서 한국과 미국 벤처를 투자하는 일을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요즘은 한국기업들 중에 미국 투자를 받아오는 곳도 종종 보인다.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창업하려면 뭐가 제일 필요한가.

: 나는 무조건 영어를 꼽는다. 자기 서비스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 아무리 똑똑해도 신뢰도가 안 간다. 단순히 e메일을 쓰거나 영어책을 읽는 수준을 넘어 자기 비전을 정확한 영어로 설명해내야 한다. 영어가 먼저다. 제품은 그 다음이다. 물론 제품이 압도적으로 뛰어나면 모르지만, 아직 그런 경우는 못 봤다. 문화의 장벽, 제품의 퀄리티, 이 모든 게 영어를 잘 하면 해결된다.

: 나는 창업 힘들겠다.

: 한국 대기업의 스마트폰 메뉴나 공식 영어 홈페이지도 틀린 영어 표현이 허다하다. 엉망이다. 물론 몇 년 전과 달리 요즘 창업가 중에는 정말 영어를 잘하는 친구들이 많다. 많이들 쓰는 방법을 하나 알려주자면, 창업팀에 교포나 외국인을 끌어들이고 시작하는 것이다.

: 창투사를 하고 있는 셈인데, 주로 사람을 보고 투자를 하는 것 같다. 혹시 미국에서 잘 되는 분야 중 한국에서 아직 알려지지 않은 분야 같은 게 있나. 예비 창업자들에게 유망 업종을 골라준다면.

: 솔직히, 한국 회사에 투자를 하고 있는데, ‘우와’라는 감탄사가 나오는 회사는 하나도 없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미국에 있는 걸 베껴오는 걸 잘 한다. 이게 나쁜 건 아니다. 같은 서비스도 여러 개 존재할 수 있다. 그대로 베끼지만 한국 시장에 맞춰 현지화를 하면 된다.

다만 한국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싶은 서비스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배달의민족’ 앱이다. 미국은 지역이 넓고 배달문화가 별로 발달해 있지 않다. 배달문화에 있어서는 한국 같은 곳이 없다. 개인적으로 주목하는 분야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분야다. 전통적으로 한국은 제조업이 강해서 오히려 소프트웨어가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제는 여기에 발빠르게 소프트웨어 기술을 적용하면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경우 저렴한 산업용 로봇들도 많이 나와 있다.

청년들이여, 창업하거나 벤처에 취직하거나

: 요즘 젊은 사람들이 창업을 많이 생각한다.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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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업가 정신 자체는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의 하나다. 남들이 안 된다고 하는 것을 되게 만들고 실패에서 배우고, 항상 계산하고, 내일은 어제보다 나은 방법을 찾고, 이런 과정이다. 완벽할 필요는 없다. 시험공부를 할 때도 성적에 따라 부족한 과목을 공부해서 점수를 올리지 않나. 자기 자신의 취약함을 알아차리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지. 창업이 꼭 회사를 만드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물론 창업은 정말 힘들다. 그래도 일단 한번 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여러 가지를 생각해야 하고, 계산된 위험 감수를 해보는 거지만 자기가 해보고 싶으면 해 봐야 한다. 그 신념을 가지고 도약해 봐라. 어떤 회사에 가도 나만큼 나를 알아주는 회사는 없고, 나만큼 나를 믿어주고 아껴주는 회사가 없다. 그래서 자기 자신에게 충실하고 싶고 스스로 하고 싶다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해 보라는 거다.

: 청년 스타트업 행사나 커뮤니티를 보면 좀 신기한 게, 이런 데 취업을 하겠다고 오는 친구들도 꽤 되더라. 스타트업이 직장으로 메리트가 있나. 아니면 단순히 취업이 안 돼서?

: 진짜 큰 대기업이라도 일을 하는 사람은 진짜 소수다. 나머지는 묻어간다. 그런데 좋은 스타트업에 합류하면 연차에 상관없이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고, 내가 만든 제품을 내 손으로 팔아보고, 그게 팔렸을 때 대기업의 몇십, 큰 경우엔 몇천배 되는 수익을 벌 수 있다. 물론 확률은 5%로 낮지만, 이 경험 자체가 대기업에 다니는 것보다 값진 자산이 된다.

물론 모든 사람이 창업을 할 수 없는 것처럼 모두에게 이 길을 추천하는 건 아니다. 다만 대기업이 안 맞는 친구들도 대기업에 원서를 쓰고 떨어지면 그제야 작은 회사를 선택하는 현실은 좀 아닌 것 같다. 정말로 자신 있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고 답을 가지고 행동해라.

창업은 인생을 살아가는 근성 있는 방식 중 하나

'스타트업 바이블2'를 읽으며 들었던 생각은 창업을 해내는 사람도 대단하지만, 그 여정을 함께 하려면 설령 직원이라 할지라도 남다른 열정이 필요할 것 같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뮤직쉐이크는 상황이 어려워지자 직원의 50% 이상을 내보내야 했는데 결과적으로 실적은 오히려 좋아졌다고 한다. 보수가 낫다면 반대로 공통 가치나, 공동의 사명, 함께하는 즐거움, 미션의 완수가 보상이 될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 바이블2: 실리콘 밸리에서 전하는 벤처39계명'에 나오는 몇 가지 인상적인 계명들을 옮겨보면 이렇다. (나머지 계명도 궁금하신 분들은 이 책의 목차를 찾아보시면 된다.)

2계명 - 벤처 현장은 대학 계급장이 필요없는 전장이다
3계명 - MBA 갈 돈으로 창업하라
10계명 - 개발자와 동업하라
17계명 - 가족이 투자하겠다면 축복이다, 받아라
21계명 - 라면 먹고 합숙하는 두 청년이 당신의 경쟁자다
23계명 - 빨리 똑 소리 나는 MVP를 만들라
27계명 - 봉이 김선달이 마케팅을 해도 제품이 나쁘면 황이다
30계명 - 최고의 개밥 요리사는 개밥을 직접 먹는다
34계명 - 소셜 미디어 인기가 밥 먹여주지 않는다

직장인 대부분이 한 번쯤은 창업을 꿈꾼다. '스타트업 바이블' 시리즈는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당장 창업을 할 수 없는 이들에게도 뜨거운 책이다. 꼭 대박 성공을 내지 않더라도 이미 ‘실행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남에게 현실을 전해줄 충분한 자격이 된다.

책을 읽으며 인상적이었던 구절 중 하나는 “벤처가 어려울 때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격투기나 근력 운동 같은 규칙적이고 격렬한 육체 활동을 권한다”(269쪽)였다. 오늘도 격한 운동을 하고 있을 배기홍 저자에게 배운 것은 바로 여기서 나오는 근성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격하게 '스타트업 바이블'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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