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사이에 마이크로소프트의 개인용 컴퓨터(PC) 시장점유율이 3분의 1로 줄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윈도우 PC의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지난해부터 분기마다 반복해서 나오는 단골 리서치 소재인데, 기록이 점차 쌓이면서 위기론까지 고개를 든다.

시장조사 전문 블로그 아심코는 윈도우 PC가 차지하고 있던 PC 시장이 5년 전에는 90%에 달했지만 아이패드가 나온 이후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짚었다. 맥과 리눅스 정도가 나머지 10%를 차지할 정도였는데 2010년 태블릿의 등장으로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안드로이드, 그리고 아마존의 킨들파이어가 낮은 가격으로 시장에서 급성장하면서 PC 시장에 급격한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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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가 나온 이후 PC 시장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자료출처 : 아심코)


PC 판매량에 태블릿을 넣느냐 아니냐 문제는 꾸준히 논란이 되고 있다. 초기에는 스마트폰의 한 범주로 볼 수 있었지만, 실제로 태블릿은 넷북을 단숨에 시장에서 쫒아냈고 이제는 PC가 할 일들을 상당부분 대체하고 있다. PC 판매량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을 뿐 아니라 대체품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윈도우의 점유율이 3분의 1로 감소했다는 분석에는 스마트폰, 태블릿 등 모든 기기가 포함된다. 모두가 개인용 컴퓨터라는 분석이다. 가트너도 PC 범주에 태블릿을 넣고 있다.

하지만 PC 시장은 분명 옛날같지 않다. 위기론이 나오던 2000년대 후반에도 매년 30%가 넘는 성장을 해 왔는데 2011년부터 성장세는 눈에 띄게 줄어들어 지난해부터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소비자들이 태블릿이 나온 이후 PC를 안 사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사람들은 그 동안 윈도우PC에 쓰던 돈을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사는 데 쓰고 있다. 태블릿은 PC에 비해서 가격이 싸기 때문에 구입에 부담이 적고 교육 시장처럼 PC가 쉽사리 자리잡지 못하던 영역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산업적인 측면으로 봐도 태블릿은 수익성이 좋다. 화이트박스 타입의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빼면 대체로 하드웨어에서 수익이 높거나 혹은 서비스 플랫폼에 밀접하게 붙여 콘텐츠로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다. 반면 PC는 경쟁이 심해지면서 가격은 거의 한계점까지 내려온 상태이지만, 그럼에도 태블릿보다 대체로 비싸다.

그렇다고 PC 시장이 붕괴될 위기까지는 아닐 것이다. 여전히 PC는 많이 팔리고 있다. 소비자들이 태블릿으로 쏠리면서 전체 PC 시장 규모는 늘어났고 상대적으로 제자리 걸음인 윈도우PC의 비중은 낮아진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아심코의 분석처럼 3분의 1로 줄어들었다는 게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시장이 그만큼 쪼그라들진 않았다. 다만 현 상황을 냉정하게 파악할 필요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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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C-shipment_2013-q3_02

 

▲5년 전에 비해 PC 시장은 거의 변화가 없지만, 안드로이드와 iOS의 비중은 비약적으로 늘어났고 서서히 PC 역할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PC의 형태는 데스크톱에서 울트라북 같은 노트북의 형태로 바뀌고 있다. 꾸준히 수요도 있다. 중국 시장은 여전히 PC를 엄청난 기세로 빨아들인다. 레노버가 PC 시장의 1위로 올라선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중국 내수 시장에 있다. 현재 중국의 PC 보급률은 20% 수준인데 이들이 앞으로 어떤 제품을 통해 IT를 먼저 접하게 될지가 앞으로 시장의 중요한 변수가 된다. 성장 동력은 아직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PC 시장이 침체되는 데는 아무래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영향이 적지 않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8'을 내놓으면서 ‘소비자들이 윈도우를 태블릿에서 쓰길 원한다’며 인터페이스를 대대적으로 뜯어고쳤다. 그게 벌써 1년이 넘었지만 반응은 썩 신통치 않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서피스 태블릿까지 만들었지만 윈도우의 출하량이 줄어드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아무리 태블릿의 옷을 입고 있어도 윈도우8이 태블릿 시장을 대체하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아심코 자료에서도 윈도우8 태블릿 시장은 여간해서 힘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이 증거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태블릿에 시장을 빼앗긴다고 분석한 것까진 좋았는데, 윈도우 하나로 두 가지 제품을 다 하려니 어느 한 쪽도 신통치 않은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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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artner_pc_2013q3

 

▲가트너의 2013년 3분기 PC 판매량. 안드로이드는 윈도우보다 2.5배 이상 많은 사람이 쓰고 있다.


전문 영역을 빼면 PC 성능이 더 많이 필요한 응용프로그램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용산 PC 판매장의 한 관계자는 “늘 최악이라고 하는데, 매년 '올해가 더 최악'이 되는 현상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신제품이 나와도, 새 OS가 나와도, 새로운 게임이 나와도 어지간해서는 시장이 꿈틀하지 않는단다. 기존에 쓰던 PC로도 썩 불편하지 않으니 PC를 업그레이드하는 대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사게 된다. 태블릿 대신 PC를 사게 하려면 ‘꼭 PC로 해야 하는’ 일들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요즘 부쩍 PC 시장 상황을 보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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