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기는 게임 마니아가 그리워할만한 것 하나를 꼽으라면 게임패드가 아닐까.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해 게임 대부분을 즐길 수 있지만, 손가락이 화면을 가려 불편하다. 게임 패드의 아날로그 스틱도 게임 마니아의 ‘손맛’이 그리워하는 감각일 게다.

게임 마니아의 갈증을 해결해 줄 게임기가 있다. 엔비디아가 지난가을 발표한 휴대용 게임 콘솔 ‘쉴드’다. 엔비디아 쉴드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게임기다. 구글의 응용프로그램 장터 구글플레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안드로이드 게임 생태계를 고스란히 끌어안았다. 쉴드는 그래픽 기술 전문업체 엔비디아가 ‘테그라’ 시리즈 모바일 프로세서를 활용한 첫 번째 게임 콘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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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그라4'에 5인치 화면 품은 안드로이드 게임기

쉴드 겉모습은 평범한 게임패드를 닮았다. 조개껍데기처럼 생긴 뚜껑을 열 수 있다는 점이 보통 게임패드와 다른 점이다. 뚜껑을 열면, 5인치 크기 화면이 게이머를 맞이한다. 패드에는 두 개의 아날로그 스틱과 X, Y, A, B, 집게손가락으로 조작하는 L1, L2, R1, R2 단추까지 마련돼 있다. 게임을 즐기기 위한 모든 도구가 빠짐없이 들어차 있다.

쉴드는 게임을 즐기는 데 최적화돼 개발된 기기인 만큼 게임 품질이 매우 우수하다. 고성능 게임 콘솔을 손에 쥐고 게임을 즐기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5인치짜리 작은 화면을 거실 TV 화면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손에 쥐고 게임을 즐기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높은 게임 품질의 비결은 엔비디아의 고성능 모바일 프로세서 ‘테그라4’ 덕분이다. 테그라4는 엔비디아가 2013년 들어 출시한 ARM 기반 모바일 프로세서다. 게임 화면을 구현하는 것도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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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 게임 '데드트리거2', 그래픽 설정을 최대로 해도 부드럽게 구동된다.


엔비디아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테그라존’이라는 게임 전용 앱 장터를 운영하고 있다. 테그라 시리즈 모바일 프로세서가 탑재된 스마트폰에서 엔비디아의 기술력이 결합된 모바일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쉴드에서도 엔비디아 전용 게임 장터 ‘쉴드스토어’를 이용할 수 있다. 테그라 시리즈를 개발해 모바일 프로세서와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 진출한 엔비디아가 쉴드를 만들어 휴대용 게임 생태계를 완성한 셈이다.

높은 그래픽 처리 성능이 필요한 안드로이드 게임을 주로 구현하는 제품인 만큼 쉴드 속에 들어가 있는 배터리 용량도 인상적이다. 쉴드 안에는 7350mAh 용량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내장돼 있다. 대화면 스마트폰의 배터리 용량이 3000mAh 수준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2배가 넘는 용량을 가진 배터리가 적용됐다.

쉴드는 게임 전용 기기이긴 하지만 안드로이드의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G메일이나 웹브라우저, 동영상, 유튜브, 구글드라이브, 구글지도 등이 대표적이다. 구글플레이에서 각종 안드로이드 앱이나 엔비디아와 관계없는 게임을 내려받아 즐길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인터넷이나 동영상, 음악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휴대용 게임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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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쉴드스토어'


현재 쉴드의 게임패드를 공식 지원하는 게임은 스포츠 게임 ‘피파14’와 1인칭슈팅(FPS)게임 ‘데드트리거2’, ‘노바3’, 레이싱 게임 ‘GT 레이싱’ 등이다. 이밖에 ‘모던컴뱃4’나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 등 익히 알려진 안드로이드 게임 50여종을 즐길 수 있다.

엔비디아 쉴드가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게임이 아니면, 쉴드의 게임 패드를 이용할 수 없다. 모든 게임 개발 업체가 게임을 개발하는 단계부터 쉴드 게임패드를 고려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이 문제를 게임패드 대응(Mapping) 기능으로 해결했다.

게임패드 대응 기능은 쉴드 게임패드 단추를 지원하지 않는 게임을 게임패드로 조작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이다. 아날로그 스틱이나 화면 터치 단추, 드래그 동작 등을 사용자가 직접 할당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왼쪽 아날로그 스틱 단추를 게임 화면 속에 있는 조작 단추 위로 가져가면, 터치가 아니라 아날로그 스틱으로 게임을 조작할 수 있다. 같은 방법으로 ‘윈드러너’ 화면 구석에 터치 단추를 끌어다 놓으면, 사용자가 원하는 게임패드 단추로 ‘윈드러너’를 즐길 수 있게 된다. 게임패드 대응 기능은 게임마다 각기 다르게 적용된다. 사실상 게임패드를 지원하지 않는 모든 안드로이드 게임을 쉴드의 게임패드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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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패드 대응 기능을 쓰면, 사실상 모든 안드로이드 게임을 쉴드에서 게임패드로 즐길 수 있다.('윈드러너' 사진 아래)


PC를 게임 서버로…게임 스트리밍 기능

안드로이드 게임에 싫증이 난 게이머는 쉴드의 PC게임 스트리밍 기능에 관심을 가져보자. PC게임 스트리밍 기능은 집 안에 있는 데스크톱 게임 화면을 쉴드로 불러오는 기능이다. 방 안에 있는 데스크톱에서 게임을 실행한 후 쉴드로 접속하기만 하면 된다. 안드로이드와 쉴드가 지원하지 않는 높은 성능을 요구하는 PC용 게임을 쉴드에서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PC와 쉴드를 연결하는 방법도 간단하다. PC와 쉴드를 똑같은 와이파이에 연결하기만 하면 된다. 쉴드에서 ‘PC게임’ 메뉴를 열어 게임 스트리밍을 시작할 수 있다. PC 게임 화면은 1초에 60장(60fps)씩 720p 화질로 전송된다.

현재 쉴드에서 스트리밍으로 즐길 수 있는 PC 게임은 ‘배트맨: 아캄오리진’과 ‘보더랜드2’, ‘디스아너드’, ‘’메트로: 라스트나이트’, ‘스카이림’ 등 60여종이다. ‘배틀필드4’나 ‘GTA’ 시리즈 등 인기 게임 대부분을 지원하니 선택의 폭도 넓다.

다만, 쉴드에 게임 화면을 스트리밍으로 보내려면 PC에 '엔비디아 게임스트림' 기능을 지원하는 엔비디아 그래픽카드가 꽂혀 있어야 한다. 게임스트림을 지원하는 그래픽카드는 ‘지포스 GTX 650’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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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 제품 준비 중…국내엔 언제?

쉴드는 미국 현지에서도 그리 큰 관심을 사지 못했다. 무엇보다 쉴드에는 초기 실험 제품이라는 인식이 덧칠돼 있다. 제대로 된 제품은 쉴드 이후 출시될 제2, 제3의 제품이 될 것이라는 인식 말이다.

시장 상황도 그리 좋지 않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게임을 즐기는 이들은 대부분 한정된 캐주얼 장르 게임만 즐긴다. 국내에서는 그 쏠림 현상이 특히 심하다. 쉴드는 게임 마니아를 위한 제품이다. 게임 마니아라면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휴대용 게임 콘솔보다 거실 TV와 연결할 수 있는 게임 콘솔에 더 매력을 느끼지 않을까.

예상보다 높은 가격도 쉴드의 매력을 떨어뜨린다. 쉴드는 미국에서 299달러에 출시됐다. 우리돈으로 32만원 수준이다. 생각해보자. 쉴드보다 석 달 늦게 출시된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4’ 게임 콘솔은 399달러다. 이보다 조금 더 비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차세대 게임 콘솔 ‘X박스 원’도 499달러다. 게임 마니아가 선택하는 쪽은 PS4일까. 안드로이드 콘솔 쉴드일까. 거실용 게임 콘솔을 들고 다닐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게이머의 선택은 쉴드를 빗나갔다.

혹여 쉴드의 국내 출시를 손꼽아 기다린 게임 마니아가 있을까. 안타깝지만, 쉴드는 국내 출시 예정이 아직 없다. 엔비디아는 현재 쉴드 후속 제품을 준비 중이다. 첫 번째 쉴드는 건너 뛰고, 두 번째 제품이 국내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 쉴드는 엔비디아가 오는 2014년 초 소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2세대 쉴드는 국내에서 만나게 되길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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