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 커먼즈(CC)가 6년 만에 새 버전 저작권 라이선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CCL) 4.0’을 발표했다. 이번 버전의 가장 큰 특징은 두 가지다. 나라별로 적용했던 CCL이 하나의 국제 규정으로 통합됐고, 데이터베이스(DB) 권리에 CCL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CCL은 창작자가 특정 조건하에 타인이 해당 창작물을 재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라이선스다. 이 조건을 지키면 창작자의 사전 허락 없이도 누구나 저작물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한마디로 '저작물 사전 이용 허락 표시'다. 국내에선 다음이나 네이버가 블로그나 사진에 CCL을 적용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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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각 나라 저작권법에 맞춰 CCL 규정도 달리 적용했다. 3.0버전까지만 해도 미국은 'CCL 3.0 United States'를, 한국은 'CCL 2.0 대한민국'을 썼다. CCL 4.0부터는 전세계 CCL이 국가와 재판관할에 상관없이 '국제'(International)로 단일화된다. 이러한 변화는 최근 FTA 같은 국가 간 교역이 늘어나면서 나라마다 달랐던 저작권 조항이 같은 기준으로 수정되는 상황과 연관있다. 한국은 저작권 보호 기간이 저작자 사후 50년였지만 2013년부터는 한미FTA 협상에 따라 70년으로 늘어난 바 있다. 나라마다 저작권법 기준이 비슷해지면서 CCL 규정도 단일화됐다.

'DB권'에 CCL을 적용할 수 있게 된 점도 눈여겨 봐야 한다. DB권이란 저작권과 비슷하지만 다른 재산권의 하나로, DB를 엮는 데 들어간 투자와 수고에 대한 권리이다. 지금까지는 CCL을 게시물 하나하나 또는 웹사이트 전체에 적용해도, 다양한 콘텐츠가 조직화된 DB는 이와 별개로 DB권을 보호받았다. CCL 4.0부터는 웹사이트 전체에 CCL 조건을 걸면 개별 콘텐츠 뿐 아니라 그 홈페이지 내용이 저작권법에서 정한 DB에 해당한다면 DB권까지 일괄 적용된다. CCL을 적용하는 저작권자가 특별히 DB권을 빼겠다고 언급하지 않는 이상, DB도 동일한 CCL 조건을 적용받는 것이다.

예컨대 홈페이지 전체에 '저작자 표시'(BY)란 CCL 조건을 적용했다 치자. 누구든 출처만 밝히면 저작권자 허락 없이도 홈페이지에 있는 창작물 뿐만 아니라 DB 전체를 영리 목적으로 복제하거나 변경, 재배포할 수 있다.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는 빅데이터 기술이 성장하며 고안된 권리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콘텐츠 저작자와 DB 권리자가 동일한 경우에만 효력이 발생한다. 데이터 관리자와 저작자가 다른 경우 DB 권리와 기존 저작권이 충돌될 위험이 있어, 공공기관이 배포한 무료 DB에 한해 우선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CCL 4.0은 법률적인 세부 사항을 다듬은 것이라, 콘텐츠 생산자에게 특별한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전 버전을 쓰던 생산자는 굳이 업데이트하지 않아도 된다. 특히 웹사이트 전체에 CCL 조건을 적용해 두었지만 웹사이트 DB권은 보유하지 않거나 굳이 DB권까지 CCL을 적용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면 4.0으로 업데이트하지 않는 것이 좋다. 포털이나 전문 블로그 서비스를 이용하는 블로그 주인장이 이런 사례다.

이용자 입장에선 CCL 4.0이 적용된 콘텐츠가 반갑다. 지금보다 유연하게 저작물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금까진 '저작자 표시'(BY) 조건을 따를 때 콘텐츠 제목과 저작자를 함께 표기해줘야 했지만, 4.0버전부터는 콘텐츠 제목은 생략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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