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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제품에 항상 영어 대문자와 숫자를 섞은 이름이 있잖아요. 예를 들면 헤드셋 'MDR-AS700BT’. 스마트폰 '옵티머스 LTE2'는 ‘F160L’이더라고요. 아무 영어나 숫자를 섞는 건 아니잖아요? 대체 어떤 순서와 원리로 짓는 건가요?" - 송화정

지금 혹시 가까이 전자제품이 있다면, 뒷면을 보세요. 복잡하게 얽힌 영어 알파벳과 숫자가 쓰여 있지 않나요? 제품 이름은 ‘옵티머스 LTE 2’인데, 사실 모델명은 ‘F160L’입니다. 노트북은 알파벳과 숫자가 더 복잡하고 길게 섞여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아티브북9 플러스’ 중 어떤 제품의 모델명은 'NT940X3G-K54’이죠. 길고, 외우거나 부르기도 어렵고, 무엇보다 예쁜 이름이 아니다 보니 그냥 옵티머스 LTE 2, 혹은 아티브북9 플러스라는 제품 이름으로 쉽게 부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마치 암호처럼 복잡한 모델명, 업체는 이 이름을 어떻게 짓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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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나왔으니 우선 LG전자 스마트폰을 예로 들어 봅시다. 송화정 씨 질문에 포함된 옵티머스 LTE2의 모델명은 ‘F160L’입니다. LG전자 홍보팀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LG전자 홍보팀은 옵티머스 LTE 2의 모델명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맨 앞에 있는 ‘F’는 의미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전에도 제품이 나왔고, 앞으로 계속 새 제품이 나오니 영문 알파벳 대문자를 모델명 앞에 섞는 것입니다.”

그리고 뒤에 붙은 숫자 ‘160’은 제품에 섞은 임의의 숫자입니다. 하지만 아무 숫자나 섞는 것은 아니고, 제품 출시 순서를 따라 일정한 규칙을 따라 올라가는 숫자죠. ‘100’, ‘120’, 혹은 ‘140’ 이런 식으로 말이죠.

예를 들어 비교적 최근에 출시된 LG전자 스마트폰 ‘G2’는 모델명이 ‘F320’입니다. 옵티머스 LTE2가 ‘160’이니 G2는 그 이후 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출시된 제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마지막 알파벳 ‘L’은 이동통신업체를 이르는 말입니다. ‘L’과 ’S’, ‘K’ 등 국내 스마트폰 모델명 뒤에 붙는 알파벳은 LG전자와 삼성전자, 팬택이 똑같은 원리로 씁니다.

몇 가지 제품의 모델명을 찬찬히 뜯어 봤지만, 어떤 일관된 규칙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당연합니다. 업체에 따라, 또 같은 업체가 만든 제품이라 할지라도 제품 종류에 따라 모델 이름을 짓는 기준은 천차만별이니까요.

업계 관계자는 “색상이나 사양 등을 표시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는 그런 특징까지 모델명에 집어넣는 경우가 있다”라며 “모델명을 짓는 데 일관된 규칙은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모든 모델명이 꼭 복잡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어떤 제품인지 어렴풋이 말해주는 모델명도 많습니다. IT 제품 마니아라면, 이 같은 모델명 한두개 쯤은 알고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송화정 씨 질문에도 포함된 소니 헤드셋 'MDR-AS700BT’이 대표적입니다. 이번엔 소니코리아 홍보팀에 도움을 구했습니다.

소니는 헤드셋 제품군에 재미있는 모델명을 지어줬습니다. ‘MDR’은 원래 'Micro Dynamic Receiver’, 즉 헤드셋 제품군을 뜻합니다. 하지만 소니는 ‘MDR’를 'Music Deserved Respect’라고 말하고 다닙니다. 음악은 존경받을 가치가 있다는 뜻이죠. 제품을 분류하는 기능에 머무를 뿐인 모델명 안에 제품 브랜드를 마케팅하는 것이죠.

다시 ‘MDR-AS700BT’ 모델명으로 돌아가 봅시다. ‘AS'는 시리즈 이름을 말합니다. 스포츠형 헤드셋이다 보니 '액티브 스포츠(Active Sports)’라는 말에서 머리글자를 따왔다고 합니다.

뒤에 따라붙는 숫자 ‘700’은 단순히 제품의 숫자를 매긴 것입니다. 제품이 개발된 순서일 수도 있고, 제품의 등급을 나타내는 숫자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니의 다른 헤드셋 'MDR-1R’에서 숫자 ‘1’은 가장 성능이 뛰어난 제품을 말합니다. 반대로 소니 카메라 ‘알파’ 시리즈는 숫자 ‘9’가 붙은 제품이 가장 등급이 높은 제품입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BT’입니다. ‘BT’는 무슨 뜻일까요? 혹시 변태? 그럴 리가. 아닙니다. ‘BT'는 무선 통신 규격 ‘블루투스(Bluetooth)’를 뜻합니다. ‘MDR-AS700BT’ 헤드셋은 무선 블루투스 기능을 지원하는 제품이거든요. ‘BT'라는 알파벳이 모델명에 붙은 소니 헤드셋은 블루투스를 지원하는 제품이라는 점을 기억하면 되겠죠. 제품을 고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비슷한 사례가 하나 더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니에서 만든 이어폰 ‘XBA-10’의 모델명을 살펴보세요. 이 제품은 두 종류로 나뉩니다. 하나는 음악이나 통화 상태를 조작할 수 있는 리모컨이 달린 ‘XBA-10IP’이고, 다른 하나는 리모컨이 없는 ‘XBA-10’이죠. 모델명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 눈에 들어오시나요? 알파벳 ‘IP'는 애플 ‘아이폰’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아이폰 전용 리모컨이 달려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제품 종류가 갈린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모델명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소니 헤드셋이나 이어폰에서 ‘AS’나 ‘BT’, 혹은 ‘IP’라는 문구를 발견하면, 대강 어떤 기능을 가진 제품인지 알아챌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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