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클라우드 운영체제(OS) ‘크롬OS'로 동작하는 크롬북이 2013년 한 해 미국 기업 시장에서 팔린 전체 노트북 중 21%를 차지했다는 집계 결과가 나왔다. 시장조사업체 NPD가 밝힌 자료다. 기업 시장은 일반 기업과 공공기관, 학교 등 교육 시장을 아우른다. 개인 사용자가 구입한 물량은 제외한 자료이지만, 기업 시장에서 팔린 노트북 5대 중 1대가 크롬북이었다는 사실은 구글의 크롬OS 전략에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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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romebook_pixel_3_500

구글 '크롬북 픽셀'


미국 기업∙학교 노트북 열에 하나는 크롬북

NPD의 조사결과를 보면, 지난 1월부터 11월 사이 미국 기업 시장에서 구매한 데스크톱과 노트북, 태블릿PC는 총 1440만대 수준이었다. 지난 2012년과 비교해 25.4% 늘어난 숫자다. 이 중 노트북은 28.9% 증가했는데, 그 중 크롬북이 차지한 비중이 21%라는 얘기다.

크롬북이 올 한해 많이 팔린 만큼, 기업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도 크게 끌어올렸다. 2012년 크롬북의 기업 시장 점유율은 0.2%에 불과했다. 사실상 존재감이 없던 크롬북이 올해는 9.6%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미국 기업과 학교에 공급된 노트북 10대 중 1대가 크롬북인 셈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우 기반 노트북의 점유율이 2012년 42.9%에서 2013년 34.1%로 주저앉았다는 사실과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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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pd_chrome_book_500

크롬북은 유치원에서 고등학교에 이르는 미국의 정규 교육기관(K-12)에 특히 많이 보급된 것이 기업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됐다. 카이사르 센굽타 구글 부사장 겸 크롬북 책임자는 지난 10월 해외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전체 학교 중 22%가 크롬북을 쓰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체 학교 중 5천여곳에 이르는 수치다.

주목할 점은 기업 환경에서 다른 PC 제품군의 점유율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데스크톱은 2012년 32.3%에서 올해 27.8%로, 애플 노트북(맥북 시리즈)은 2.6%에서 1.8%로 소폭 줄어들었다. 전통적인 의미의 PC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동안 클라우드 환경에 기반을 둔 크롬북만 눈에 띄게 성장한 셈이다.

스테판 베이커 NPD 산업분석부문 부사장은 보고서에서 “기업 환경에서 개인용 컴퓨팅 기기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바뀌고 있다”라며 “크롬북이나 윈도우 기반 태블릿PC 같은 혁신적인 제품이 ‘아이패드'가 문을 연 기업의 개인용 기기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NPD 자료는 업체나 학교, 공공기관 등 기업 환경에서의 크롬북을 보여줄 뿐이지만, 미국에서는 일반 사용자도 크롬북을 좋아하는 것 같다. 미국 최대 온라인 쇼핑 서비스 아마존이 크리스마스가 끝난 직후 발표한 인기 상품 목록에 크롬북이 2개나 포함돼 있다. 인기 상품으로 뽑힌 크롬북은 삼성전자와 에이서가 만든 제품이다.

에이서의 'C270 크롬북’과 삼성전자 크롬북은 우리시각으로 12월30일 지금도 아마존 인기 상품 1, 2위를 달리고 있다. 크롬북이 기업 시장뿐만 아니라 일반 사용자에게도 퍽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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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mazon_chrome_book_500

싼 값과 단순함이 매력

크롬북은 구글의 크롬OS로 동작하는 노트북이다. 크롬OS는 크롬 웹브라우저와 생김새가 비슷하다. 2014년 4월 판올림으로 바탕화면 개념을 추가했지만, 이전까지는 크롬 웹브라우저가 곧 크롬OS나 마찬가지였다.

클라우드를 기반에 두고 있는 덕분에 사용자는 노트북 저장공간을 쓸 일이 별로 없다. 크롬북에는 16GB 용량의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가 들어가는 것이 보통이다. 동영상을 보고 음악을 듣는 것은 스트리밍 서비스로 해결하고, 업무는 구글의 문서도구와 G메일로, 사진 편집을 비롯한 각종 도구는 웹기반 응용프로그램을 쓰라는 얘기다. 다만, 와이파이 버전일 경우 인터넷이 연결되는 환경에서만 제대로 쓸 수 있다는 점이 윈도우나 맥 제품과 비교해 아쉬운 점이다.

아직 응용프로그램 분야에서 윈도우와 맥 시리즈를 따라잡긴 어렵지만, 크롬북의 장점은 클라우드 시스템에서 나온다. 이를테면, 크롬북은 껍데기일 뿐이다. 컴퓨터를 바꾸거나 크롬 웹브라우저를 새로 설치한 후 구글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이전까지 쓰던 모든 웹브라우저 설정을 그대로 받아볼 수 있다. 크롬북도 마찬가지다. 크롬북에 설치한 추가 응용프로그램이나 즐겨찾기한 사이트, 사용자 정보 등을 모두 구글 계정 하나로 불러올 수 있다.

구글은 지난 5월 크롬OS의 '크롬 패키지 앱’에 앱내부결제 기능을 도입하기도 했다. 크롬 패키지 앱은 웹 기반 앱을 마치 독립적으로 동작하는(네이티브) 앱처럼 만들어주는 응용프로그램 개발 기능이다. 크롬북을 쓸 때 항상 웹브라우저를 열어야 하는 불편을 덜기 위함이다. 여기 추가된 앱 내부결제 기능으로 개발자의 수익도 창출하고, 사용자의 앱 생태계도 넓힌다는 게 구글의 전략이다. 그만큼 크롬북 사용 환경이 날로 편리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값이 싸다는 점도 크롬북의 인기를 거들었다. 현재 미국을 기준으로 에이서 'C720' 크롬북 가격은 199달러, 우리돈으로 21만원 선이다. 인터넷 연결이 보장되는, 즉 학교나 기업, 공공기관 사무실 등 에서 쓰기에 매력적인 가격이다. 미국은 특정 응용프로그램이나 OS에 종속적인 국내와 달리 비교적 업무환경이 자유롭다는 점도 크롬북이 빠르게 번질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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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p-chromebook-11-colors

HP '크롬북 11'


개도국에서 제조업체까지 확산 중

구글의 크롬북 띄우기는 저개발국가라고 예외는 아니다. 미국 현지시각으로 12월27일 이코노믹타임즈가 전한 내용을 따르면, 구글은 오는 2014년 1월부터 인도 일부 학교에 크롬북을 보급할 계획이다. 구글은 우선 인도 안드라 프라데시 지역의 4개 학교를 정해 시범적으로 크롬북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후 인도 전역으로 넓힐 것으로 보인다. 선정된 시범 학교는 공립학교 4곳과 사립학교 1곳이다.

포날라 라크시마흐 안드라 프라데시지역 정보기술 및 통신부 장관은 “교사는 응용프로그램과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학생에게 핵심 과목을 가르칠 것”이라며 “대화형 수업으로 학생들이 과목을 더 빠르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조업체의 참여도 구글 크롬북에 비단길을 깔아주고 있다. 현재 크롬북을 만드는 업체는 국내 삼성전자와 대만 에이서, 중국 레노버, 미국 HP 등이다. 국내 LG전자에서도 구글 크롬OS를 기반으로 제품을 개발 중이다.

호주 IT 매체 채널뉴스가 12월28일 전한 내용을 보면, 일본 도시바도 크롬북 생산에 뛰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소식이 새나간 곳은 IT 매체 PC매거진이다. PC매거진에서 잠깐 등록됐다 사라진 기사에 도시바의 크롬북 얘기가 실린 것을 채널뉴스가 포착한 것이다.

도시바의 크롬북은 인텔의 셀러론 2955U 프로세서에 16GB SSD, 13인치 화면을 달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도시바의 크롬북은 오는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4’에서 소개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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